정부의 ‘통일대박’을 위한 유일한 통일준비는 북한 비위를 맞춰 대화로 끌어내려는 것이 전부
김정은의 광기가 북한을 뒤덮고 있다. 측근 70여명을 숙청한 데 이어 우리나라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되는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을 공개처형했다. 한 나라의 국방 장관을 재판도 없이 비행기 격추용 고사포로 처형했다고 한다. 시신(屍身)은 고사하고 뼈도 추리지 못하도록 박살을 내버렸으니 미친 권력이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포커스’는 5월 14일 김정은의 광기어린 정치를 전하면서 어린 독재자가 사형 방법까지 결정한다며 북한의 무지막지한 처형 등급(Exekutions-Hierarchie)을 보도했다.
야간에, 그것도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이틀 연속 사격훈련을 하는 것도 이상하고, 개성공단 임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출근을 방해하고 있는 것도 광기의 연속이다. 정신심리학 전문가들은 김정은을 권력 중독을 넘어 사이코패스라고 진단한다.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이야기가 새롭다.
“박근혜 때문에 죄송합니다”
이런 북한의 광기가 남한에 전염되고 있다. 광우병에 이어 세월호 사태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고, 망자(亡者)의 한이 권력의 심장을 조준하며 정치권을 옥죄고 있다.
막말은 더 이상 김정은의 단골 메뉴가 아니다. 이 땅의 중진 정치인이 박정희를 히틀러와 비교하는가 하면, 대낮에 한미동맹의 상징인 리퍼트 대사가 피습을 당했다.
6·25 전쟁에 이어 이승복 사건, 울진 삼척 무장공비, 1·21 청와대 습격사건, 버마 테러사건,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 등 도발이 지속되고 핵과 장거리 미사일 보유가 기정사실인데도 이석기, 이정희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천안함 폭침을 이명박 정부의 자작극으로 믿고 있는 이도 적지 않다.
▲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이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통일 준비위원회의 한 멤버는 "통일을 위해 친미와 종북 세력이 화해해야 한다"등 이상한 발언을 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연합 |
평양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북한 찬양에 인생을 건 황선의 남편 민권연대 유기진은 인천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을 향해 “박근혜 때문에 죄송합니다. 박근혜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목청을 높여도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황선, 신은미, 노수희, 황혜로, 이석기, 한상렬, 김기종 등과 같은 이른바 통일운동가들은 예외 없이 좌파 세력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김기종의 방북을 7차례나 승인했으며, 통일교육위원으로 임명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통일 강의를 맡겼다.
청계 광장에는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김정은과 박근혜를 합성한 사진이 광주, 홍대 앞 등 전국에 뿌려지고 있다. 김정은을 조롱하는 전단지는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에만 들어 있으며, 대한민국 헌법 4조가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운동을 내거는 단체나 인물은 기피 대상 1호다.
김정은의 광기는 불안한 정권으로 인한 발작인데 국내 언론이나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 통치 3년차 정권은 안정적이라고 주장한다. CNN은 “북한이 3년 내 붕괴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고, 독일의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는 북한을 “좀비국가(Zombiestaat)”라고 지칭하고 언제라도 숨이 끊어질 나라로 보고 있다. 일간지 ‘베를리너 모닝포스트’는 ‘북한의 비밀 친구들’이라는 기사에서 이미 목숨을 다한 북한을 중국, 좌파 세력 등이 산소 마스크를 대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통준위 관계자가 “親美와 從北 세력의 화해” 주문
오바마 대통령도 나서서 북한 붕괴를 점치고 있지만 국내에서 북한 붕괴를 거론하는 것은 금기다. 독일 언론은 김정은을 ‘독재자’(Diktator)라는 수식어를 동원해 거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김정은을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부르려 애쓴다.
북한 붕괴를 거론하면 온갖 독설을 감수해야 한다. 북한을 두둔하는 듯해야 인정받으며 전문가 행세를 한다. 광기의 나라를 이상하다고 하면 매장 당하는 풍토다. 통일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한 참석자가 “통일을 위해 친미(親美)와 종북 세력이 화해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남한의 북한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탈북자 강명도, 박상학, 강철환, 이애란보다 북한을 더 잘 안다. 30년 이상 북한에서 지내다 자유를 찾아 남한에 온 탈북자를 향해 “배신자”라고 하는 인물이 국회의원이라며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런 지경이니 탈북자 정착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할리 없다.
최근 독일 언론이 지속해서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 진보 매체 ‘타즈’(taz)는 1월 20일 “낯선 고국 땅”(fremd im eigenen Land)이라는 제목으로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고통을 보도한 데 이어 ‘디 벨트’(Die Welt)는 3월 31일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기사를 다뤘다. “I ♥ North Korea”라며 남한의 탈북자 정책을 비꼰 언론도 있다.
‘통일대박’을 이야기하면서 수 천 명의 탈북자들을 영국, 독일, 벨기에 등 유럽은 물론 캐나다, 미국 등에 떠맡기고 있다. 시진핑(習近平)과 친하다는데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지도 못하며 남한에 정착한 2만8000여 탈북자들의 지지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통일대박’을 위한 유일한 통일준비는 북한의 비위를 맞춰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려는 것이 전부다. 북한이 대북(對北)전단을 문제 삼으니까 정부와 정치권이 관련 단체를 설득하고 부탁하고 제재하려고 한다. 흡수통일을 물고 늘어지자 관련 인사들은 손사래 치기 바쁘다.
5·24 조치는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 언제든지 북한이 호응만 하면 헌신짝처럼 내버릴 태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통일의 가치와 철학이 부재한 것이다. 어떤 통일이며 왜, 통일이 필요한지 말해 주는 어른이 없다.
오히려 교육 현장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북한을 두둔하는 풍토가 난무하다. 이러니 통일 나발을 불어대도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은 하향곡선이다.
1989년 12월 18일 동독 드레스덴을 찾은 헬무트 콜 총리는 환호하는 동독 주민들을 향해 “여러분, 자유를 위해 투쟁하십시오”라고 격려했다. 통일의 문은 이렇게 열어가는 것이지 통일을 골백번 외친다고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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