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밤 전국 각지의 유흥주점에는 남녀 취객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89헌마82결정을 시작으로 2007헌가17결정에 이르기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 규정은 합헌(合憲)이라고 결정했으나 다섯 번 째의 위헌(違憲) 청구 끝에 2월 26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의 위험에서 벗어난 남녀들이 몰려들어 불야성을 이뤘다. 여성단체들이나 법조계의 다수 의견도 간통죄 폐지 결정에 찬성하는 기류이나 필자는 선뜻 찬성할 수 없다.
이번 헌재(憲裁) 결정에서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의 요지는 이렇다.
‘간통죄의 보호법익은 선량한 성(性)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 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나 사회구조, 결혼 및 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화되어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이 중시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행위를 형사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견이 갈리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으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다. 부부간 정조(貞操) 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민법 제840조 제1호), 손해배상청구(민법 제843조, 제806조), 자(子)의 양육, 면접교섭권의 제한·배제 등의 결정에서의 불이익 부여(민법 제837조, 837조의2), 재산분할청구(민법 제839조의2) 등에 의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건강한 가정이 올바른 시민을 키운다
오히려 간통죄가 유책(有責)의 정도가 훨씬 큰 배우자의 이혼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 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까닭으로 간통죄는 그 형벌의 적절성과 침해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여 위헌’이라고 한다(위헌 의견 중 소수 의견으로는 사실상 파탄 상태에 있는 부부의 간통이나 미혼인 상간자의 행위같이 형사 처벌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견해,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견해도 있다).
▲ 간통죄 폐지를 보도하는 TV뉴스 자막. 이 법의 폐지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인지… |
이에 반하여 간통죄 규정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견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을 훼손하고 가정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간통죄의 폐지는 성 도덕의 최소한의 기준을 허물어뜨려 사회의 성 도덕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할 것이고, 현행 민법의 제도나 실무는 가정 내 약자의 보호에 미흡하며, 파탄 상태의 부부의 간통 행위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징역형만 두고 있는 것은 선고유예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으므로 법익을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비례의 원칙에도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견해가 훨씬 한국 현실에 비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가정은 사회공동체의 기초이다. 건강한 가정이 올바른 시민을 키워내며 그것이 곧 사회와 국가의 기초가 된다.
가정이 무너지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간통죄 폐지는 분명 가정 공동체를 해하는 간통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약화시킬 것이 틀림없다. 이런 행위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를 옹호하는 것이다.
자기 결정권 강조하면 성매매도 처벌 못해
간통죄가 없는 미국, 독일 등의 경우 중혼죄(重婚罪)를 둬 가정을 보호하고 있다. 중혼죄가 없는 한국의 경우 간통죄를 폐지하면 사실상 일부다처 또는 그 역의 경우 위법이 아니고 단지 혼인 취소 사유가 될 뿐이다.
간통죄를 폐지한다면 형법을 개정하여 중혼죄 처벌규정을 둬야 할 것이다.
또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여 가정 공동체를 뒤흔드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면 성 매매는 왜 처벌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성 매매를 강요하기 위한 납치 감금, 인신 매매 등의 범죄행위는 당연히 처벌해야 하지만, 성인들이 자신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성 매매를 하는 것을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정당하다는 논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생계가 곤란한 성 매매 여성이나 성적 욕구를 해소할 길이 없는 성인 남녀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성 매매를 하겠다는 것이 가정을 깨는 간통 행위보다 반(反)사회성이 낮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성 관념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가는지는 유럽의 일부 국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어쨌든 간통제는 폐지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가정 및 가정 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건강한 사회적 성 도덕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겠다.
차기환 변호사 · 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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