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학교(자사고)를 둘러싼 서울시교육청의 ‘견제’는 명백히 권력투쟁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신호탄은 지난 7월 당선 직후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쏘아 올렸다.
자사고 평가 기준을 변경해 6개 자사고를 지정 취소했던 것이다. 이 논란은 6·4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선거가 좌익계열 후보들의 대승으로 끝난 것에 대한 우익진영의 우려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화한 것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의 ‘장군’에 대응한 것은 교육부였다. 지난 11월 18일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6개 자사고 지정취소를 다시 ‘직권으로 취소’시켰다.
이로 인해 6개 자사고는 일단 자사고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이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제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공방의 귀결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교육문제의 정치화(化)는 결국 이번에도 피할 수 없는 것일까.
한편 자사고 문제가 신임 교육감 취임 직후인 7월부터 불거질 수밖에 없었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매년 가을께부터 입학신청을 받는 자사고 입장에서는 여름 무렵 입학에 대한 전형원칙을 확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시교육청이 부랴부랴 7월부터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근 4개월간 이어진 이 논란은 교육청과 교육부의 입장 차이를 상징적으로 확인시키며 앞날의 파란을 예고했다.
교육청 제시 기준에 미달한 자사고 없어
교육부의 개입으로 무산된 서울시교육청의 공격은 다른 형태를 바뀌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신입생을 모집을 시작한 각 자사고들에 공문을 발송했다.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마감 전일 오후까지 정원의 20% 이상을 채우지 못한 학교들은 학교가 원할 경우 일반고로 긴급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은, ‘자사고가 자진해서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1억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는 것과 맞물려 ‘회유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떨까. 11월 21일 현재 24개 자사고 중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14개교에 대한 응시자가 정원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서울시교육청이 지정 취소를 시도했던 6개 학교도 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을 전부 넘긴 상태다.
이에 대해 11월 21일자 동아일보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빌려 “자사고 폐지 논란 자체가 자사고의 인기를 낮출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올해가 아니면 아예 못 간다는 위기의식을 만든 것 같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회유책’도 실패로 귀결되는 분위기.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우익계열 학부모단체들의 성토가 시작됐다. 이희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은 19일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조 교육감에 대해 주민소환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의하면 이 사무총장은 “교육의 질과 학생의 학습권에 전념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내고 있는 부분에 대해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기 때문에 주민소환을 청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고·국제고 운영평가 어떻게 진행될까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의 ‘기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자사고 이외에도 정부(교육부)와 교육청이 입장이 달리할 만한 문제는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임박한 문제 중 하나는 외국어고등학교, 국제중학교, 국제고등학교에 대한 내년 상반기 운영평가다. 평가의 주체는 교육부. 교육부는 5년간의 운영 실적을 평가해 총점 60점 미만의 학교에 대해서는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 학교로 돌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사고 때와 접근의 방식은 일단 비슷해 보이지만 교육부가 평가지표 및 배점 등을 정한 표준안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냄으로써 다시 한 번 ‘권한 논란’이 불거질 조짐이다.
내년 6월 실시되는 첫 평가는 전체 42개 국제중·고, 외고 가운데 법령 개정 당시 새로 지정된 것으로 간주된 외고 31개, 국제고 4개, 국제중 4개 등 39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①학교 운영 ②교육과정 및 입학전형 ③재정 및 시설 ④교육청 자율 등 크게 4개 영역에 12개 항목, 28개 지표로 구성된 표준안에 따라 지표별로 2~5점의 배점, ‘우수’ ‘보통’ ‘미흡’ 등 세 단계의 평가가 진행된다.
세부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평가계획에 대해 교육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육부 방침은 ‘100점 만점에 60점 미만을 받은 학교에 대해 시도교육감이 교육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고 돼 있어, 교육청의 권한을 보존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지표와 배점이 정해져 있어 교육청의 재량권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평가의 전반적인 틀을 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표 배점까지 세밀하게 정해놓은 교육부의 방침을 교육청이 ‘권한 침해’로 해석하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부 vs 교육청의 기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됐다.
2015년 대한민국 교육의 가치는 그 본질을 잃지 않고 제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이원우 기자 wonwoop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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