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대북전단 살포는 계속 돼야 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대북전단 살포는 계속 돼야 한다”
  • 정용승
  • 승인 2014.11.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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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탕! 탕! 북에서 날아온 두 발의 총성이 하늘을 갈랐다. 목표는 북한으로 날아가던 대북전단풍선, 이른바 ‘삐라’라고 불리는 대북전단지였다.

두 발의 총성은 대북전단지 살포에 대한 여론을 다시 한 번 뜨겁게 만들었다. 한국갤럽의 조사는 국민 58%가 ‘반대’한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일부 국민들은 자신들의 지역에 포탄이 떨어질까 두려워했고 일부는 대북전단지에 대한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 좌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이민복 단장

이 와중에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긴급좌담회를 지난 16일 열었다.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 좌담회는 ‘대북전단 살포, 북한 민주화 촉진제냐 북의 도발 자극제냐?’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유호열 고려대 교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안명철 NK워치 대표가 참여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유호열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좌담회는 약 2시간 반 정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단연 이민복 단장이었다. 그는 지금도 대북풍선을 날리며 대북전단 살포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마이크를 유 교수에게서 넘겨받자마자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 논란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언론이 대북전단 살포가 위험하다는 것을 오히려 부각시키며 방해를 하고 있다는 논지였다. 또한 언론에 자주 노출하며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에게 언론에 노출되지 말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이 단장은 대북 전단보내기 활동을 하는 다른 탈북민 단체에 대한 일말의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정확하지 않은 방법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하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의 효과를 의심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단장은 현재 자신이 개발한 풍선과 전단지, 타이머 등을 특허 등록하기 위한 단계에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북전단 살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총알 한두 발에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어찌된 일일까. 대북전단 살포를 하는 단체들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고 또한 대북전단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본지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좌담회가 끝난 후 며칠 뒤인 지난 20일 이민복 단장과 대화를 나눴다.

- 결론부터 묻겠습니다. 대북전단지를 계속 날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라디오와 인터넷을 허용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죠. 유일하게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은 풍선밖에 없어요. 심지어 라디오도 풍선에 담아서 보내주고 있기 때문에 꼭 보내야 합니다.

- 대북전단지로 인해 얻는 효과가 있나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300만 명이 넘게 굶어죽어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는 북한이 종이 한 장 들어가는 것에 대해 80여 차례 항의한 것만 봐도 효과를 알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 자신이 삐라를 보고 온 사람이에요. 삐라의 효과가 그만큼 대단하다고 봐야죠.

▲ 풍선에 후원자 이름을 쓰는 이민복 단장


대북전단 살포, 효과 있어

- 단장님이 처음 대북전단지를 봤을 때 내용을 혹시 기억하세요?

물론입니다. 물론 남한 식으로 쓴 삐라였는데 6·25와 관련된 내용이 참 충격이었어요.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6·25는 미제와 남조선 괴뢰당이 일으킨 민족의 비극이라고 배웠어요.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이런 선동을 믿고 남한과 미국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아직도 갖고 있죠.

그런데 그 대북전단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 정말 ‘사실’만 적혀 있었어요. 6·25의 원흉은 김일성과 소련이고 모든 진실은 이미 밝혀졌다는 내용이었죠. 저는 이게 사실인가 궁금했어요. 정말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과 남한의 침략이었다면 북한이 서울에서 바로 내려가지 않고 며칠을 주둔했던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탓도 있어요.

그래서 당시 38선 근처에 살았던 사람을 만나 물어보니 그 내용이 맞는다고 그러더라고요. 북한이 남침을 한 것이 맞는다고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죠. 그때까지 위대한 수령이었던 김일성이었는데 그 순간부터 위대한 수령이 아닌 ‘전범자 김일성’이 됐고 그때 탈북을 결심했어요. 남한에 가서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 그때의 내용이 6·25에 대한 진실이었다면 지금 단장님이 보내고 있는 대북전단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하나는 거짓된 증오, 민족 간의 분노를 가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수령 우상화에 대한 진실입니다. 이 새빨간 거짓말에 속고 있다는 내용을 기입하고 있죠.

- 대북전단을 처음 보는 북한 주민들은 보통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물론 즉시 반응이 나오지는 않아요. 그러나 최대한 바로 반응이 나올 수 있게 전단을 작성하고 있죠.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고요. 저희가 뿌리는 전단은 공감을 얻기 위해 제 자신을 직접 소개하고 있어요.

황해도가 나의 고향이고 과학원에 있다가 삐라를 보고 탈북을 했다고 쓰고 있죠. 그때 삐라에 적혀 있던 얘기도 썼고 38선 주민과의 대화도 적었어요. 또 북한 사람들은 중국이 천국이라고 알고 있는데 조선족들에게 들어보니 중국보다 남조선이 수백 배는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도 적고 있죠. 즉 믿지 않을 수 없도록 적고 있어요.

-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북전단지의 깨알 같은 글씨 때문에 오히려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글자보다는 보기 쉽게 그림이나 풍자를 넣자는 얘기도 있고요.

삐라는 남한 사람이 보는 것이 아닌 북한 사람이 보는 것입니다. 즉 북한 실정에 맞게 써야 한다는 것이죠. 북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도 굶주려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굶주려 있어요.

굶주린 사람은 맛있는 비스킷 하나보다 많은 옥수수 가루를 원하죠. 정보도 마찬가지예요. 정신적인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그림 한 장보다 작은 글씨라도 많은 정보를 원하는 것이죠.

저도 그랬지만 그 사람들은 아무리 작고 많은 글자라도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 읽어봐요. 심지어 출장 가는 것을 미루고서라도 말이죠. 그러니까 저희가 보내는 대북전단지는 북한의 실정에 맞춘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북으로 날아갈 대북 전단


북한 실정에 맞는 대북전단지를 만들어야

- 직접 풍선을 개발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개발하게 된 계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금 민간인들이 하고 있는 모든 풍선은 저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풍선의 원조라고 할 수 있죠. 북한에서 삐라의 효과를 알고 탈북을 한 후 제가 하려고 했을 때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어요. 일단은 비용 면에서 비싸기도 했고 당시에는 정부가 맡아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할 방법이 없었어요.

그런데 2000년 남북정상회담 논의가 오갈 때 김정일이 회담 조건으로 대북삐라와 방송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4월에 중단됐죠. 정부가 그때부터 손을 놓은 거예요. 그때부터 민간에서 싼 값을 풍선을 날릴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초반에는 많이 고생했어요. 풍선을 만들어도 풍향을 정확히 계산해야 하는데 그것이 또 어렵거든요. 3년 전부터는 풍향 계산도 정확히 해서 북한으로 풍선을 보내고 있죠.

또 타이머도 달아서 정확한 장소에 시간을 맞춰 전단지를 떨어뜨릴 수 있게 됐어요.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100% 모두 정확하게 들어갑니다.

- 그런데 얼마 전에도 그랬지만 일부 풍선이 북으로 가는 것이 아닌 남한 쪽으로 날아와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런 것을 두고 저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북전단지를 날린다고 동네방네 말하고 날리는 단체들이 있어요. 그런 단체들이 날리는 풍선들이 남한 쪽으로 와서 떨어지는 겁니다. 그런 단체들은 풍향과 시간, 날씨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날리기 때문에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는 거예요.


언론에 노출되는 단체 때문에 국민 반감 커져

- 이 단장님은 언론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풍선을 날리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조용히 하는 것인가요?

북한은 대북전단이 체제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난리를 치고 있죠. 대포를 쏜다, 총을 쏜다, 원점 타격을 한다는 등 그런 식으로 위협을 가하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 단체가 “우리 대북전단 날립니다”라고 언론에 알리고 풍선을 날리면 당연히 남한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대북전단 단체들이 보상을 해주겠습니까? 그렇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국민의 58%가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한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 주민들하고 단체들은 원수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예고를 하고 날리면 안 돼요. 그러는 순간 남남갈등에 불을 지피는 꼴이 되는 거예요.

- 최근에는 언제 날리셨어요?

10월 2일 하고 10일에 날렸었죠. 19일에도 날리려고 했는데 총격사건 때문에 경찰들이 자제요청을 하는 바람에 못했어요.

- 다른 탈북 단체도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따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들은 2008년에 풍선을 시작했는데 3년 동안 이 일에 대해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저와는 다르게 언론에 알리면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렇게 알리면서 날리지 않았으면 해요.

예를 들어 북한으로 풍선을 제일 잘 날릴 수 있는 곳이 백령도입니다. 제가 한 3여 년간 그 쪽에서 풍선을 날렸는데 그들이 날리는 것을 공개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졌어요.

원래 그 분들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그가 공개적으로 날리면서 논란이 되자 피해를 입을까봐 그 후로부터는 반대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그 쪽에서 못하고 있어요. 지금도 못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조용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죠.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진실을 모르고 김정은의 거짓말에 속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을 진행할 겁니다.


인터뷰/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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