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16세기 종교개혁의 후손 중 미말에 서 있는 작은 종이 교황께 이 글을 드리는 것은 해묵은 신학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8월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연로하신 몸을 이끌고 우리나라를 방문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 부족한 종의 기도제목을 함께 나누어 드리고 싶은 심정으로 필을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로마 가톨릭 신자보다 소위 개신교 기독교 신자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성직자들이 영적 도덕적 권위를 점차 상실함으로 교회들이 많이 염려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때에 청빈과 겸손의 모범을 보이시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이 나라를 찾아오시는 것만으로도 로마 가톨릭 교회는 물론 우리 기독교의 목회자들에게도 커다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사료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들의 계승자, 바티칸의 군주라고 자임하시는 교황께서 2013년 3월 교황 즉위 직후 교황궁 대신 교황선거 때 머무셨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기로 한 일, 한국 방문 시 방탄유리가 덮인 차 안에서 근엄하게 손을 흔들어야 할 교황께서 한국산 소형차를 원하신 일은 감동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로마에서도 주행거리 30만km의 중고 소형차를 그것도 선물로 받아 타신다는 기사를 읽으며 예수님의 제자답다는 생각을 했고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성직자들은 선생님을 뵌 마음으로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정치계나 경제계가 로마 가톨릭 신자들 못지않게 교황의 한국방문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교황이 마시기로 한 음료수나 탑승하실 자동차의 제조사들은 경제효과를 극대화 시키려는 전략도 짜 놓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교황께서 아시아청년 대회를 비롯하여 광화문에서 윤치중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미사를 집전하시는 일, 성노예로 끌려가 인권을 완전히 박탈당했던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겨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주시는 일, 꽃동네 장애인 수용시설 방문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이었던 예수님의 행적을 방불케 하는 거보를 내딛으실 일을 예견하면서 우리 주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하오나 교황께서 북한의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셨듯이, 한반도 저 북녘 땅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찬탈당한 인권문제나 중국 등 타국에서 헤매면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심각한 인권문제에 대하여는 한 마디 말씀이나 기도하신다는 언급이 없어 목사이기 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심히 마음이 괴로운 것도 사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세계기독교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그들의 표현대로 하나의 행사로는 훌륭했을지 모르나 그들은 마지막 성명서에 북한의 인권문제에 침묵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 이유와 사정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 모든 나라의 신앙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나님께 예배할 자유, 선교의 자유를 빼앗기고 300만 명이 굶어죽고 맞아죽고 얼어 죽는 반인도적 범죄 행위 속에 조직적 인권탄압을 받고 있는 저 형제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서 무슨 자유·정의·평화통일이 가능한가요?
프란치스코 교황님, 부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12억 로마 가톨릭 성도들을 대표한 분으로서 ‘로마 가톨릭 교회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하나님이 주신 신권으로 보며, 빼앗긴 인권을 국제사회와 함께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시고 북한 정권에 대한 강력한 권고사항을 제시해 주십사고 엎드려 앙원합니다. 짧은 한국방문 동안 부디 건안하시고 한국인들과 성직자들에게 신행일치의 큰 귀감을 보여 주시기를 바라면서 불비례합니다.
이종윤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장, 서울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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