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사태를 바라보는 보수의 몇가지 시선
문창극 사태를 바라보는 보수의 몇가지 시선
  • 미래한국
  • 승인 2014.07.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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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총리 후보 사퇴와 관련, 보수진영에선 일부 언론의 악의적 보도와 정치권의 여론 눈치 보기 때문에 청문회라는 민주적 원칙이 무너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문 후보의 사퇴는 사퇴가 아니라 피살이었다”며 “여소야대가 될 것을 각오하고 새누리당을 응징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 서경석 목사는 “청문회를 통해 국민이 판단할 기회를 뺏은 것은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정부의 국가개조 작업에는 힘을 더해야 한다며 다소 포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류 전 주필과 서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지금의 새누리당은 가짜 보수, 해체와 청산의 대상이다”

- 문창극 후보 사퇴를 한 마디로 평가하신다면요?

이번 사태는 의도되고 거짓된 왜곡 정보와 좌파 매카시즘으로 오도된 여론에 정권이 굴복한 사건입니다.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 KBS를 시작으로 친일로 호도하는 왜곡 보도와 야당의 흠집 내기가 문제였겠지만, 문 후보가 청문회 전에 사퇴한 문제와 관련해선, 여당인 새누리당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책임론이라기보다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입니다. 일종의 좌파 매카시즘에 대해 결연히 맞서야 할 정당이 오히려 일부는 호응했죠. 게다가 일부 지도급 인사는 호응 정도가 아니라 아예 총대를 멨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새누리당이 도대체 뭐하는 집단이냐’,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재야의 자유민주주의 인사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 없고 여소야대가 되더라도 정부 여당을 응징하고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어요.

물론 이런 태도가 과격하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지금의 새누리당은 해체와 청산의 대상 아니겠습니까. 거짓과 가짜에 안주할 수 없고, 가짜를 믿고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는 점도 있죠. 그런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고, 재야 자유민주주의인사들이 당선에 크게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경우 주주의 한 명으로서 경영자가 잘못할 경우 주주가 비판할 수 있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회사를 망칠 작정이냐는 이런 비난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역대 정권도 그렇지만 모두 자기들이 잘나서 됐다고 생각해서 오만해지죠.

- 그런 식으로 보수진영이 분열되면 결국 좌파에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그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 코가 꿰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겁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지금 대통령 선거가 닥친 것도 아니니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좌파를 막는 싸움이 본질적이긴 하지만, 그 싸움의 과정에는 가짜 보수에 대한 비판이 필연적이라는 의미입니다.

- 현재 새누리당이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개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개혁이 벌써 몇 번째입니까. 선거용 쇼하는 겁니다. 가짜 보수가 진짜 보수가 돼야 하는데, 셀프 개혁은 힘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가짜 보수 가짜 우파에 대한 투쟁을 하는 것이 정당성을 갖는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보수진영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방법론은 많겠지만 조직체계를 갖춘 단체를 만드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의견과 정보의 네트워킹을 통해 콘센서스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담론 투쟁을 해야 합니다. 성명서를 내고, 서명운동을 하고, 강연회를 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입니다. 좌익이 잘하는 공동대책위원회나 원탁회의처럼 가짜 보수에 대한 규탄을 해야 합니다.

 

 

서경석 / 선진화시민행동 대표

“신당 창당보다 국가개조 작업에 나서야”

- 문창극 후보의 사퇴를 어떻게 보시나요?

정당한 사유로 진실이 드러나서 이 사람의 자격 논란이 일어난다면 이의가 없지만, 완전히 오도된 여론에 따라 사퇴한 사건입니다.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부화뇌동한 것도 문제입니다.

- 보수진영에선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큰 것 같습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집토끼로부터 불신당하는 형국이죠. 요새 지지율 하락은 기존 지지자들에게 외면당하는 현상입니다.

제 생각에 대통령이 두 가지 면에서 잘못했습니다. 문 후보를 청문회 전에 낙마시킨 것과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것입니다. 정 총리 유임보다는 문 후보를 밀고나가는 편이 나은데 왜 그랬는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면 문 후보에게 청문회의 기회는 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보수진영의 새누리당이나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 움직임은 결국 보수진영 자체의 기반을 훼손하지 않을까요.

지지 철회라기보다는 대통령에 대해 우리가 촉구하는 것입니다. ‘왜 소신 있게 나가지 않았냐?’, ‘그 부분이 유감스러우니 앞으로 소신을 갖고 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 대해선 그것보다 가혹합니다.

‘도대체 당신들은 뭐냐, 오도된 여론의 눈치나 보는 사람들이냐’는 비판입니다. 더군다나 초선 비례대표들이 앞장서서 문 후보를 물러나라고 했던 것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도대체 어떤 신념이 있는 사람을 뽑은 것인지, 눈치만 보는 사람을 뽑은 것인지 의심됩니다. 이런 일을 초래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각성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 보수진영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도 있는데, 보수진영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당 창당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보수진영은 국가개조에 전념해야 합니다. 국가개조 작업을 정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의 충격을 에너지로 전환해서 나라를 변화시키는 데 매진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박근혜 정권에 쓴소리를 하고 채찍질을 해서 국가가 잘 되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합니다.

- 목사님은 KBS가 이번 여론 호도를 주도했다고 보고 KBS의 개혁에 집중하고 계시죠?

네. KBS 문제는 좌시할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을 안 해서 놀고 먹는 고위직이 즐비합니다. 모두 노조의 압력 때문입니다. 공영방송이 아니라 노영방송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통령이 공기업을 개혁하고 비정상을 정상화한다고 한다면 1호 사례는 KBS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신료 거부운동을 하는 건데, 수신료 분리자율납부를 위한 서명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KBS가 개혁돼야 합니다.


인터뷰/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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