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인내와 신뢰의 열매
목회는 인내와 신뢰의 열매
  • 미래한국
  • 승인 2014.06.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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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
 

3만명이 넘는 등록교인 가운데 1만500여명이 출석하는 수원중앙침례교회의 2기 담임 고명진 목사가 올해로 사역 10년차를 맞았다. 은퇴하는 목사들이 후임목사를 “고명진 목사에게 가서 한 수 배우고 오라”며 보낼 만큼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사역 계승을 이뤘다. 고명진 목사는 개신교의 대표적 초교파 목회자 조직인 미래목회포럼의 대표회장을 맡고 있으며 10개 교회가 힘을 합쳐 만든 ‘한국교회 통일선교 아카데미’를 이끄는 등 기독교 대표 목회자로 우뚝 섰다.
고명진 목사를 만나 성공적인 사역 계승을 이룬 비결에 대해 질문했다.

“원로목사님과의 신뢰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장환 목사님이 어느 날 저한테 ‘내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 텐데 고 목사는 내 욕 안한다며?’라고 하셨습니다. 반대로 김 목사님이 누구보다도 제 약점을 잘 아실 텐데 저에 대해 말씀 안하시잖아요. 배울 점이 더 많은데 험담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모범적이고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수원중앙침례교회지만 교인들이 담임목사를 검찰에 고소 고발한 사건이 5건에 이른다. 교회 건축을 위해 대지를 구입했는데 허가가 빨리 나지 않은 것을 빌미로 일부 교인이 고명진 목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4건은 ‘공소권 없음’ 판결이 났고, 나머지 1건도 기각 판정이 나자 고발자들이 검찰에 재항고를 해놓은 상태이다. 재항고에 참여한 교인은 모두 7명이다. 고 목사를 고소한 교인들이 김장환 목사를 찾아갔지만 김 목사는 교인들에게 “기도하라”는 말만 했고 다시 면담을 요청하자 더 이상 만나주지 않았다.

“개척 1세대는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와 순종형 교인들이 힘을 발휘했다면 21세기 목회는 담임목사가 중요하지만 평신도 리더십과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건강한 교회가 됩니다. 대형교회는 2~3년의 밀월기간 동안 서로 알아 가다가 그 후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원로목사님과의 신뢰관계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교회들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2세대에 사역 계승을 했고 10년이 지나면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부자세습으로 교계와 일반 사회로부터 눈총을 받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성공적 안착’이라는 찬사를 듣다가 뒤늦게 문제가 발생해 내분을 겪는 교회도 있다.

김장환 원로목사는 두 아들 목사에게 세습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회를 고명진 목사에게 물려준 이후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다.

“설교해 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거듭해야 겨우 한 번 하실 정도예요. 처음부터 일체 참견하지 않으셨어요. 첫해에만 교역자회의에 참석해 지켜보시다가 마지막에 코멘트를 한 마디 하시는 정도였어요. 목회 방향을 잘 잡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신 건데 그걸 간섭이라고 생각하면 못 견디는 거죠. 김목사님에게 매주일 교회 통계를 전해드립니다. 목사님이 됐다고 하셨지만 평생 일궈온 교회인데 궁금하실 것 같아 알려드리는 겁니다. 또 목사님이 해외에 2주 이상 나갔다 오시면 과일이나 고기를 사택에 보내드립니다. 절기 때나 생신 때는 작은 액수지만 봉투에 넣어서 드리죠.”

김장환 목사는 큰아들 김요셉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원천교회 내 13개 교회 가운데 하나인 안디옥교회에서 매주 주일 오전 8시에 설교한다. 현재 55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고명진 목사가 김장환 원로목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 나는 목회를 하는 것은 전에 시무했던 오산침례교회에서의 학습효과 덕분이라고 했다.

“당시 60세였던 전임목사님이 스스로 선교목사 사역을 원하셔서 제가 그 교회로 가게 된 겁니다. 전임목사님과 부딪치진 않았으나 알게 모르게 갈등이 생겨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그때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세심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최선을 다하는 걸 넘어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할까’를 생각합니다.”

후임목사들이 장로들과 갈등을 겪는 일에 대해 고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장로님들을 사역 파트너로 여기고 듣기 힘든 얘기를 해도 ‘나 잘되라고 하는 말씀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부분 부임을 하면 옷을 확 벗기고 확 갈아입히려고 합니다. 그러지 말고 불을 자꾸 지펴서 따뜻하게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고 목사는 ‘목회는 인내’라며 “목사가 자기 성질에 못 이겨 몽니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김장환 목사 45년 사역 계승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고명진 목사는 친가로는 3대, 외가로는 4대째 기독교를 믿는 집안에서 자라 장로교회를 다녔다. 1976년 수도침례신학교 1학년 때 김장환 목사에게 침례를 받았고 성결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나온 후 미국 리버티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성결대학교 재학 시절 영어를 배우기 위해 김장환 목사가 설립한 경기신학교 영어성서과 야간에도 입학했다. 매일 저녁 안양에서 수원까지 달려오는 열성을 눈여겨 본 김 목사는 그를 학생부 전도사로 임명했다. 뿐만 아니라 전도사인 그에게 주일 낮예배 설교를 맡기기도 했다. 어떤 때는 1부부터 3부까지 내리 설교를 시킬 정도로 초기부터 그를 신임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11년간 시무한 뒤 1991년 1월에 등록교인 300명 규모의 오산침례교회에 부임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해 등록교인 3000여명에 출석교인 1600여명 규모가 된 2002년 김장환 목사가 수원중앙침례교회 후임 목사 제의를 했다. 고 목사는 “둘째아들 요한 목사한테 교회를 맡기는 게 어떠냐”고 했다가 “나한테 그런 말하는 사람은 마귀야”라는 야단만 들었다고 한다. 6개월 후에 김 목사가 “나는 기도 끝났다”며 다시 결심을 재촉했다. 결심을 못한 상태에서 안식년을 맞은 고 목사는 미국에 가서 1년2개월간 공부하고 2004년에 돌아왔다. 김장환 목사는 “교회에서 벌써 절차를 밟고 있다”며 고 목사를 11차례나 초청해 설교를 맡겼다.

고명진 목사가 수원중앙침례교회에 오겠다는 결심을 밝히자 김장환 목사는 “내가 집회 다니느라 교회를 많이 비웠으니 교회를 좀 잘 지켜라. 나를 알고 찾아오는 외부 목사님을 좀 대접하라” 딱 두 가지만 당부했다고 한다.

 

부임 이후 매년 교인 1500~2000명씩 늘어

2005년 부임한 고명진 목사는 ‘김장환 목사 45년 사역 계승’을 목표로 세웠다. 부임하자마자 ‘예수님 닮아가는 삶 20일’이라는 주제로 새벽 4시40분과 밤 9시, 두 차례에 걸쳐 특별기도회를 열었다. 인터넷 동시 접속자까지 하루에 5000여명이 예배를 드리면서 열기가 고조됐다. 매년 ‘예닮삶 특별집회’를 열어 처음 열정을 되새기고 있다. 고명진 목사 부임 이후 매년 등록교인이 1500~ 2000명씩 늘어나는 중이다.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 학위를 받은 고명진 목사는 부임하자마자 비전목회연구원을 개설해 행정학과 출신 전도사와 KT 부사장을 지낸 평신도 지도자를 영입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했다. 연구원과 교역자들에게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세리CEO’ 과정을 이수하도록 했다.

2년10개월의 준비 끝에 2007년 10월 수원월드컵 경기장을 빌려 수원시장과 국회의원, 수원시민 3만5000명이 모인가운데 수원중앙침례교회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지역사회의 자랑이 되고, 한국교회의 긍지이자 대안 모델이 되며, 민족의 소망을 위하여 인재를 양육하고, 복음의 빛을 세계에 널리는 비추는 등불이 되자’는 것이 이 교회 4대 비전이다. 교회 목표 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사람을 존귀하게, 과연 그 교회’이며 핵심가치는 ‘경건한 영성, 성숙한 인격, 탁월한 역량, 건강한 체력’이다.

고 목사는 비전선포식을 한 후 구체적인 실천안에 대해 20주 연속 설교했다. ‘예수 프로젝트(영혼 구원), 솔로몬 프로젝트(사역 체계 구축), BK 프로젝트(인재 양성), 요셉 프로젝트(섬김과 나눔)’를 구체적으로 교육하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의한 사역을 해나오고 있는데 이 교회의 사역 매뉴얼을 요청하는 교회가 많아 ‘예닮삶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고명진 목사 부임 당시 당면과제는 공간 확보였다.

1984년에 지은 교회가 너무 좁고 주차장 시설이 열악해 오는 사람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년에 걸쳐 1만8500평을 매입한 뒤 고등학교를 지어 주말에 교회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2013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허가가 나지 않아 미뤄졌는데 이제 거의 해결 단계에 와 있어 곧 착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2007년 비전선포식 때 2020년까지 200명의 선교사 파송, 20개의 선교센터 설립이라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세웠다. 현재 몽골, 캄보디아, 중국, 말레이시아에 31명의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몽골과 캄보디아에 32개, 국내 19개를 합쳐 51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캄보디아와 몽골에 선교센터 3곳을 개설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의 복지예산은 250억원에 달하는데 교회가 직접 부담하는 금액은 10억원이다. 2개 사회복지법인에서 11개 기관을 맡고 있는데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버드내노인복지관,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광교노인복지관, 광교장애인주간보호시설 등 5개는 위탁기관이다. 고 목사는 많은 복지재단을 위탁받은 것은 자원봉사 인력이 많고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 교회!’로 인정받는 날까지

고명진 목사는 “지난 10년을 되돌아볼 때 힘이 안 들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산교회 때의 경험을 살려 매사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임하자마자 강대상이 너무 길고 웅장하다고 생각했지만 3년이 지나서야 양 옆의 화분 얹는 탁자를 치웠다. 그렇게 하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주보를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꾸기 위해 일곱 단계의 의견을 청취했을 정도이다. 흑백 주보를 만들면서 1년에 6000만원의 인쇄비를 절약하고 있다. 고 목사는 “원로목사님이 포지션을 주셔도 파워는 교인들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비전선포식에서 제시한 4가지 프로젝트를 열심히 실행하고 선교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것도 기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H-net 아카데미’ 운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교를 떠나 떠도는 학생 11명을 모아 공부시키고 있는데 교사 48명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곧 기공할 예정인 고등학교는 성경적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 목회학교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배움터도 마련하고 싶습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이 교회 교인인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다.

“김진표 장로님과 남경필 집사님을 앞으로 나오시게 해서 각각 ‘5분 스피치’ 시간을 드렸습니다. 그런 다음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모두 나와 두 분께 안수기도를 했습니다. 저는 누가 나라와 경기도를 위해 일할 사람인지, 누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사람인지, 잘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한 뒤 상대방을 비방하고 욕하는 사람은 찍지 말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남경필 집사의 승리로 끝났다.
고명진 목사에게 새로 부임하는 후임목사들을 위한 당부의 말을 부탁했다.

“너무 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제 없는 오늘은 없고, 그동안 달려왔던 속도가 지금 스타트하는 속도보다 훨씬 세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 힘을 무시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전임자가 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걸 하면 당장은 눈에 띄죠. 하지만 연속성과 단절성의 조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10년간 2대 목회를 훌륭하게 일궈 온 고명진 목사는 “모두가 ‘과연 그 교회’라고 인정할 때까지 더 열심히 달릴 계획”이라고 했다.


글 / 이근미 선임기자 www.rootlee.com
사진/이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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