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정치인이다”
“나는 이제 정치인이다”
  • 정용승
  • 승인 2014.04.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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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인간적으로 섭섭하다” “이럴 줄은 몰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본선 못지않은 날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이쯤 되면 ‘흥행성공’이다.

하지만 정작 본지가 주목하는 건 누가 당내 경선에서 우세한지, 누가 결국 승리할 것인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누가 한국 정치와 서울시정을 정상화하고 올바로 이끌 것인지에 있다. 호남이 이른바 DJ의 아성이 되고 호남 주민 90% 이상이 민주당 세력에 묻지마 표를 몰아주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이후다.

영남도 그러한 ‘몰표’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었고 근래엔 노무현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경상도 출신’ 정치인이 나와 민주당 진영에 상당한 표를 주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여전히 호남지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호남보수론’이 최근 부쩍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미래한국이 새누리당내 서울시장 경선이 한창인 지난 4월10일 전남 장성 출신의 김황식 예비후보를 단독으로 만났다. 정몽준 이혜훈 후보와의 첫 3자 TV토론 다음날, 그 열기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시점이었다.

- 서울시장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 나오기까지 많은 고심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설득된 겁니까. 왜 꼭 본인이 해야 한다고 결단하게 되셨습니까.

6·4지방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이기고 여권이 서울시장 직을 탈환해야 서울시의 발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서울시장에 적합한 후보로서 국무총리를 경험했던 저를 지지해주셨습니다. 저의 행정 경험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주신 거죠. 물론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만 그분들의 설득에 공감하게 됐습니다.

“박원순의‘대립 리더십’ 문제 있다”

특히 저는 대립갈등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올바르게 작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시 차원에서 바른 정치, 통합의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박 후보의 대립 리더십은 안 된다고 판단합니다. 박 후보의 시정으로는 서울시 그리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박 시장을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정몽준 후보가 대중적 인기도 있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박 후보와 본선에서 경쟁할 때 야당 측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정몽준 후보가 김 후보님에 비해 앞선 것으로 나옵니다. 어떤 점에서 본인이 정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서울시민들은 서울시장 상(像)으로 시민운동가도 정치인도 아닌 행정 자체를 알뜰하게 할 수 있는 시장을 원합니다. 전문 행정 관료 출신인 제가 서울시장 직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는 대법관과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경험했습니다. 3번의 혹독한 인사청문회 동의를 거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공무원 생활에 있어서 안전한 후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동서 지역갈등 해소입니다. 여당 호남 출신인 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동서 지역갈등문제를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서 제 자신의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갈등 문제를 명분 있게 해결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반면 정 후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 계층갈등 문제, 이념갈등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 최근 부쩍 호남정치론이 재기되고 있습니다. 김 후보님이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인물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에 대해 그런 평가를 해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거창한 정치적 프레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장 탈환에만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장차 지역을 넘어서 영남진보, 호남보수, 영남보수, 호남진보가 다양하게 뒤섞이면서 대한민국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것이 호남인들과 저의 관계입니다. 저를 통해 호남인들이 선거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호남의 여권과 친하지 않은 정서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를 매개로 삼아 지역 화합이 되고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믿습니다. 흔히 표의 확장성이라는 말을 하던데 저는 상당히 근거 있는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경선보다 본선이 쉬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따뜻한 보수, 진보를 끌어안아야

- 김 후보님은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어디쯤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사람을 보수나 진보 한마디로 재단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성향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보수적 시각, 진보적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법과 원칙을 소중한 가치로 여깁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보수적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한편 제가 총리 시절 말했던 것은 소통, 화합, 배려, 나눔이었습니다. 저는 한국 사회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본적으로 저는 보수적인 성향이지만 나눔, 배려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조금 진보적인 성향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건강하고 따뜻한 보수가 진보적인 측면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종합적으로 보면 중도우익이라고 할까요, 혹은 중도에서 높은 곳보다도 낮은 쪽을 바라보고 싶은 의미에서 ‘중도저파(低派)’라고 하겠습니다.

- 지금 이런 질문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김 후보님이 이번 당내 경선에서 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속 정치를 하실 겁니까, 정치인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십니까.

대한민국은 저에게 많은 기회를 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경험을 가볍게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것입니다. 그것이 정치가 될지, 다른 방식이 될지는 알 수 없어요. 그러나 저는 항상 대한민국을 위해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 그런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 서울시장 예비후보로서 현 박원순 시장의 시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박 시장이 서울시 살림을 알뜰하게 해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 시장은 자신의 이념적 실현을 목표로 시정을 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방식의 시정은 안 됩니다. 저는 시정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현재 박 시장은 대중적인 인기가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알려진다면 거품이 곧 빠질 것입니다. 반면 저는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드린다면 좋은 경쟁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결국 승부는 제 진정성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가에서 결정 날 것입니다.

- 일각에서는 김 후보님이 당내 경선에 너무 늦게 뛰어들었다는 평을 합니다. 또한 선거는 처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지금 가장 어려운 점이 어떤 점입니까?

물론 제가 출마 결심에 늦었다는 지적도 일리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선거라는 것은 며칠 사이에도 결과가 뒤바뀝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을 알리고 저의 비전과 능력을 시민들에게 보여드리면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역전 굿바이 홈런’을 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다만 선거는 처음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리가 된 상태입니다.

- 얼마 전 경선과정에서 ‘인간적인 섭섭함이 있었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경선과정에서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문제가 있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나요.

당내 경선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상대 후보들이 저와 관련 특혜 시비를 거론했습니다. 그런데 당은 어물쩍 미봉해서 넘어가곤 했습니다. 아직도 저는 당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법원이든지 감사원이든지 총리든지 나름대로 빈틈없는 조직에서 지냈죠. 그러다보니 정치는 확실한 중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적인 신뢰에 회의가 든다는 것은 이를테면 저는 지금까지 상대 정 후보에 대해 저보다 행정능력이 모자라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그것은 선거과정에서 당연히 지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는 저를 무능한 후보다, 애벌레다, 혹은 반칙왕 타이슨에 비유한 말은 아무리 정치라도 서운하다고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평가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젠 단련이 돼가는 과정 같습니다.

“정치적 고려보다는 진정성 우선”

- 김 후보님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박심(朴心)이라고 비춰졌습니다. 그런데 어제 TV토론에서는 박심에 대해 O도 X도 아닌 중간 입장을 표시해 얘깃거리가 됐습니다.

박심이라는 것은 양쪽의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누구에게 마음을 주고 있냐는 측면입니다. 다른 한쪽은 후보가 박 대통령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과 호흡을 맞춰서 잘 할 수 있는 사람, 즉 서울시 행정을 잘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심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저에게 박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저는 특별한 인연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프레임이나 인간적인 관계에서 저는 박심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적 인연은 없지만 서울시장으로서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가는 측면에서는 박심이 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솔직하고 정확한 답변이신데, 선거 전략적으로는 본인의 장점을 무력화하고 오히려 상대가 그걸 업고 가려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 있어서 물어봤습니다.

많은 분들은 정치적인 발언보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순수하고 좋았다고 하세요.

-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결국 서울시장은 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닌가 합니다. 서울시장이 되신다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요.

한국 사회에 대립 갈등구조가 점점 심화돼가는 현상이 있습니다. 특히 강남권과 비강남권간의 경쟁력과 격차는 서울시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격차는 이념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합하는 서울을 만들고자 합니다. 소외되는 약자를 배려하는 것처럼 발전이 뒤처져 있는 비강남권의 경쟁력을 높여야죠.

그래서 강남스타일뿐만 아니라 강북스타일도 나오는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강북에 위치한 상업지역 확대와 자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인프라 개발 그리고 발전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과감히 푸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저는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박 시장의 시정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과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는 대한민국이 더 크고 건강하고 따뜻하게 발전하기를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대한민국의 발전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더 크고 따뜻한 대한민국을 위해 제 역할을 고민할 것입니다. 지역갈등, 계층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이런 문제들을 대화, 타협, 절충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서울시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문제까지도 함께 생각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백승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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