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명의 눈을 밝히다
1만3000명의 눈을 밝히다
  • 정용승
  • 승인 2014.03.28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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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케어서비스 김동해 이사장
94차 가나 캠프에서 진료중인 김동해 이사장

“당시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김동해 비전케어서비스 이사장은 3월 1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9년 안과를 개원한 김 이사장은 라식수술로 제법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었다. 라식수술이 대중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김 이사장은 몰려드는 환자로 인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삶을 돌아볼 여유는 호사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9·11테러가 발생했다.

세상은 온통 이슬람과 테러에 대한 뉴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슬람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이슬람 사회와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에 삶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 겹치면서 시작된 것이 2002년 아이캠프(eye camp)운동이다. 12년이 지난 오늘, 아이캠프 운동은 32개국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미 8만 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했으며 그 가운데 1만2500여 명이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첫 도전은 파키스탄에서 시작됐다. 통관이 첫 번째 문제였다. 파키스탄 사회에 만연한 관료주의로 인해 의료설비의 통관은 어려웠다. 현지에 조달돼야 하는 제품을 준비하는 것과 의료통역을 맡을 통역사를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으며 또 그만큼 어려웠다. 출국 날이 돼서야 겨우 준비를 마치고 첫 시술을 실시할 수 있었다. 처음 진료를 시작한 곳은 인구 2000만의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에 위치한 선한사마리아병원이었다.

이 병원은 노르웨이 선교사들이 설립하고 운영해 왔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병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2002년 9월 이곳에 아이캠프가 최초로 개원했다. 의사 4명을 포함, 모두 19명이 참여했다. 1주일에 503명을 외래 진료했고 74건의 수술을 했다.
파키스탄 특유의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가 두 번째 문제였다. 파키스탄 현지인들은 외국 의사의 호의를 거부하기 일쑤였다. 낯선 외국인이, 낯선 방식으로 치료하려 하니,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현지인들에게서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었다. 그 와중에 한 명의 눈 수술이 성공적으로 실시됐고, 그 환자가 자신의 부모님을 데려왔다.

아이캠프의 치료활동에 믿음을 보여준 것이다. 폐쇄된 사회에서 이런 작은 믿음은 큰 파도가 돼 돌아왔다. 김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아이캠프의 활동분야를 넓힐 생각도 해 봤다. 안과 부문 이외에 다른 과목도 치료하고, 주거환경 개선운동 등 여러 활동을 전개해 보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들과 지인들은 그의 의견에 반대했다. 일을 벌이기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오랜 고민 끝에 김 이사장은 자신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 즉 환자들의 안과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106차 동티모르 캠프에서 백내장 수술 후 기뻐하는 환자와 가족들

아이캠프 운동은 2005년 NGO 비전케어서비스로 발전했다. 개인적 봉사활동에서 NGO운동으로 격상된 것이었다. 참여하는 의사도 많아졌고 후원도 조금씩 늘어났다. 2006년 거점병원을 카라치 선한사마리아병원에서 라호르시(市) UCH(United Christian Hospital) 병원으로 옮겼다. 봉사활동을 하는 의사도 많아지고 참여인원도 늘어났으며 1주일에 140명 정도까지 수술하는 경우도 있었다.

봉사대상국가도 파키스탄에서 캄보디아, 몽골까지 봉사활동 지역을 넓혀나가 현재 32개국에서 아이캠프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보통 다른 NGO는 미국에서 시작돼 한국에 지부를 설치하고 다른 저개발국가에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비전케어서비스는 한국에서 시작,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NGO가 된 것이다. 이같이 미국 현지 법인을 세운 이유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미국 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을 대상으로 무료봉사활동을 하기 위함도 또 다른 이유다.

비전케어서비스는 안과치료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른 NGO 봉사활동과 차별성을 지닌다. 보통 대다수의 NGO 봉사단체들은 백화점식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전케어서비스는 이미 다른 단체들이 하고 있는 일에 끼어들기보다는 자신들의 장점인 안과치료에 집중함으로써 그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앞이 안 보이는 고통을 덜어줌으로써 그들의 생활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많은 해외봉사활동이 1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잠시 ‘왔다 가기 식’의 보여주기 혹은 전시성 행사에 치중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비전케어서비스는 기술의 현지화를 통해 활동의 지속성을 갖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즉 현지인들에게 지속적인 기술 전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성경 말씀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카라치 시(市)와 라호르 시(市)의 병원은 현지화는 이미 사실상 끝난 상태이다. 기술을 전수받은 파키스탄 현지 의사들이 시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비전케어서비스는 150번의 활동을 마쳤다. 그리고 다음 베트남에서의 151차 활동을 계획 중이다. 지금까지 총 2500여 명의 지원자가 참여했고 그중 의사는 494명이었다. 새로운 빛을 얻게 된 환자는 1만2500여 명이다. ‘새로운 빛, 새로운 희망’이라는 비전케어서비스의 슬로건에 맞게 오늘도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 비전케어서비스는 노력 중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도움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적 특혜 및 배려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에 김 이사장과 비전케어서비스 활동가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세계 모든 이들에게 ‘밝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있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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