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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의 마지막 날. 오후 2시의 검색창은 연예계 이슈로 물들었다. 대한민국이 워낙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인지라, 박근혜 정부에 지쳐버린 시민들은 화려한 조명 속에서 웃음 짓는 연예인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인가.
- 하긴 올해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에도 한국인들은 화장품 브랜드나 그날 결혼발표를 한 여배우의 이름을 검색했다. ‘외모지상주의’가 제1의 이념이 되어 민주주의마저 압도하고 있는 이 시대. 연예인들을 이대로 ‘민영화’한 채로 둬도 될지 불안할 따름이다.
- ‘수지 수상소감’이라는 검색어가 올라온 이유는 30일 밤 MBC에서 방영된 ‘MBC 연기대상’ 때문이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방영된 드라마 ‘구가의 서’로 큰 인기를 누린 여배우 수지는 이 작품으로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고현정, 정려원, 최강희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MBC 기준으로는 신인상도 건너뛰고 받은 상이라 더욱 이례적이었다.
- 문제는 연말 시상식의 꽃인 ‘수상소감’이었다. 긴장한 듯 시상대에 올라온 수지는 약 2분 30초간 수상소감을 얘기했으나 그 내용과 태도(?)가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몸을 흔들었다거나, 내용이 횡설수설했다거나, 애완견 데이먼에게까지 감사를 표한 것에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의견 등으로 현재 인터넷이 뜨겁다.
- 공영방송임을 자칭하는 MBC에게 시청자는 ‘왕’이므로 그들은 마음껏 MBC와 그 출연자들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여배우에게 최우수상을 준 것이 과연 적절한 처사였는지를 묻는 것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 그러나 여러 불만의 소실점이 ‘수지 수상소감’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집중되는 것이 과연 적절하고 이성적인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수지의 수상소감을 듣고 있는 선배들의 표정도 불편해 보였다”는 여론 역시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엄마 표정도 제대로 못 읽어서 때마다 구박받는 처지에, 포커페이스가 직업인 탤런트들의 심중을 사진 한 장으로 어떻게 추측한다는 말인가?
- 애초에 이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연예인과 非연예인의 거리는 생각처럼 그렇게 가깝지 않은 것이다. 사실은 연말의 이 소중한 시간들을 TV시상식이라는 ‘남 일’에 할애하는 것부터가 난센스인지도 모른다.
- 수지의 태도를 말하기 이전에 어제 길에서 마주친 행인에게 냉담하지는 않았는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변의 요청에 횡설수설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지금은 아듀(Adieu)의 시간이다. 2014년에는 <미래한국>도 “사랑으로 화합하자”는 사시(社是)에 어긋남이 없는 보도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13년의 마지막 날, 대한민국은 ‘수지 수상소감’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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