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보다 더 무서운 北 생화학무기
核보다 더 무서운 北 생화학무기
  • 미래한국
  • 승인 2013.11.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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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생방 무기 얼마나 위협적일까?
 

지난 8월 21일 내전이 한창이던 시리아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세계로 전파됐다.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과 난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세계 언론은 현장 소식을 시시각각 전했다. 최종 집계된 사망자는 1300여 명, 부상자는 4000여 명에 달했다. 피해자는 어린이와 노인,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유엔 진상조사단을 파견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을 조사한 보고서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통보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사용한 화학무기는 사린 가스. 1995년 일본 지하철에서 옴진리교가 테러할 때 사용했던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에는 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제조기술이 북한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서방 정보기관들의 이야기였다. 대체 북한의 화학무기 기술이 어느 정도이기에 다른 나라에 ‘전수’까지 하는 걸까.

북한은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가로 알려져 있다. 보통 ‘나일론 공장’이나 ‘비료 공장’으로 위장한 곳에서 생산하는데 평시에는 연간 4800톤, 전시에는 최대 1만2000여 톤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시설이 평안북도 삭주 청수화학공장 일용직장, 평안남도 순천석회질소비료공장 일용직장,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제2.8비날론연합기업소 일용공장 등이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제조·사용 능력

201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함경북도 청진, 평안북도 신의주 등 8곳에 화학무기 생산시설을 갖고 있고 생물학무기는 평안북도 청주 등 3곳에 생산시설이 있다고 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로 유명한 조셉 버뮤데즈는 북한이 18곳의 생화학 생산시설을 갖추고 20가지의 다양한 생화학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1960년대 초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화학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는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북한군이 비축한 화학무기는 사린 가스, 타분 가스, 겨자 가스, VX가스 등 15종류 최대 5000톤가량 될 것으로 우리 군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군이 처음 개발한 화학무기는 보통 비행기를 통해 운반하는 폭탄이었지만 개발을 거듭해 2000년대 초반부터는 장사정포로 쏠 수 있는 화학무기를 만들어 전방에 배치했다.

현재 북한군이 전방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화학무기는 대부분 신경작용제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신경작용제로는 사린 가스, 타분 가스, VX 가스 등이 있다.

이 화학무기는 냄새도 색깔도 없으며 사람이 이 가스를 30초 이상 흡입하면 5분 이내로 사망하는 치명적인 무기다. 게다가 피부로도 흡수되기 때문에 방독면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북한이 사린 가스 1톤을 서울 도심의 7.8㎢ 지역에 뿌릴 경우 사망자는 2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린 가스 1톤은 방사포 몇 발이면 충분한 수치다.

그런데 수도권을 노리는 북한군 방사포의 숫자는 300여 문에 달한다. 북한의 화학무기보다 더 위력적인 것은 생물학무기, 즉 세균병기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731부대에서 실험한 것으로 유명한 생물학무기는 냉전 시절 미소 양국을 통해 더욱 발전했다.

북한은 1954년부터 미생물 연구소를 만들어 생물학무기를 개발해 왔다. 이후 국방과학원 산하 세균화학연구소와 의학연구소, 국가과학원 일용국 산하 미생물연구소와 미생물보존연구소 일용과 등에서 개발을 거듭, 현재는 탄저균,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이질, 유행성출혈열, 황우독소, 브루셀라, 야토균, 보톨리늄독소, 황열병 등의 균을 자체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익히 알려진 생물학무기는 탄저균과 천연두. 탄저균은 백신이 있기는 하지만 보급률이 극히 낮다. 호흡기로 흡입할 경우에는 치사율이 90%나 된다. 천연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예방 접종을 했지만 현재는 실시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생물학무기로는 복어독, 보톡스로 만드는 독성물질, 조류독감의 유전자를 변형시킨 무기가 있다.

복어독에 들어 있는 신경독성물질은 0.1그램만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이며 보톡스의 원 물질인 보톨리눔톡신은 1그램만으로 1000만 명을 사흘 안에 죽일 수 있을 정도다. 북한은 이런 독성물질을 우리나라의 상수원 등에 풀어 대량살상을 할 수도 있다.

북한이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인플루엔자. 그 중에서도 조류독감으로 잘 알려진 H5N1과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유행했던 H1N1 인플루엔자다. 일부 서방 정보기관들은 2005년 북한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무기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리아와의 생화학무기 커넥션

호흡기로 전염되는 인플루엔자의 독성을 강화하고 사람은 물론 동물에도 전염되는 이종 감염 바이러스로 만들 경우에는 엄청난 인명살상-특히 비행기를 주로 애용하는 서방국가를 중심으로-이 가능하다. 1차 세계대전 무렵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세계적으로 40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북한은 이런 생화학무기를 개발할 때 이론 뿐만 아니라 임상실험을 통해 살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증거가 최근 폭로됐다.

지난 10월 11일 미국의 북한전문 웹진 ‘38노스(North)’는 “북한이 정치범을 대상으로 생화학무기 생체실험을 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 대상이 된 곳은 함경북도 회령에 있는 ‘22호 수용소’ 수감자들. 처음에는 장기간에 걸쳐 낮은 수준의 생체실험을 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대규모 살상실험이 있었다고 한다.

‘38노스’ 측은 이 같은 이야기를 ‘22호 수용소’ 보안요원 출신 탈북자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이 보안요원에 따르면 북한의 생화학무기 임상실험은 서해안의 섬, 평양 북쪽의 실험실 등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이 같은 생화학무기를 그저 보관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 기술을 전수하고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설’이 아니라 실제 다양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9년 9월 부산 신항에서 화생방 방호복을 숨겨 실은 파나마 국적의 컨테이너선 한 척이 적발됐다. 이 컨테이너선은 북한 남포항을 들렀다 중국 다렌항과 부산 신항,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다를 거쳐 시리아 라타키아로 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같은 해 10월 그리스 피레우스에서는 시리아로 가던 라이베리아 국적 화물선에서 1만 3000여 개의 화생방 방호복과 2만3600여 개의 가스 측정용 앰플이 적발됐다. 이 화물은 북한이 시리아로 수출하던 품목으로 밝혀졌다.

2012년 12월에는 시리아 정부군 장교가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폭로했고 지난 6월에는 시리아 알레포에서 북한군 장교들을 목격했다는 증인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김일성의 주치의를 지냈던 김소연 씨가 언론과 만나 “김일성 때부터 시리아에 생화학무기를 수출했다”고 폭로했다. 북한과 시리아 사이의 생화학무기 수출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핵무기와 ‘패키지’ 형태로 북한-시리아-이란이 연계돼 있다는 서방 정보기관들의 분석은 계속 나오고 있다.

북한과 시리아, 이란 간의 ‘대량살상무기 공동개발계획’은 공동의 적을 몰락시킨다는 목표를 통해 20년 가까이 이뤄진 일이라고 한다.

시리아의 생화학무기 개발과 유사한 핵무기 개발을 보면 이란이 자금을 대고, 시리아가 실험 및 시설을 만들고, 여기에 기술과 장비는 북한이 댄다는 형식의 커넥션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시작도 1990년대 미사일 수출 때부터다.

여기에 상호 간의 이익, 가용자원도 잘 부합한다. 북한-시리아-이란 세 나라가 추구하는 목표는 거의 같다. 시리아와 이란은 이스라엘 타도, 북한은 한국 타도, 그 다음에는 서방국가들의 몰락이다. 이들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조직들에게도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상호 간의 협조와 함께 ‘공동의 적’을 공격하는 전략도 한층 차원이 높아졌다. 북한의 적인 한국을 공격하는 기반을 조성하는 건 시리아나 이란과 같은 중동국가, 이스라엘과 미국을 공격하는 기반은 북한이 맡아 조성한다(여기에는 한국 내 종북 세력들이 한 축을 맡는다).

‘가난한 자의 핵무기’라는 생화학무기는 사용한 뒤 오염제거가 용이하고 비용 대 효과가 월등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그렇다면 이처럼 무시무시한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해 우리는 대응책을 갖고 있을까? 한 마디로 거의 없다.

한국, 북한의 화생방무기 대응책 있나?

우리 군에는 화생방방호사령부가 있다. 각 부대들은 일정 수준의 생화학 방호장비를 전시물자로 보유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 3월 美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연합기지에 있던 제23화학대대 병력 250여 명을 재배치해 화생방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군의 생화학무기가 군 병력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 보통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호흡을 통해 작용하는 생화학무기뿐만 아니라 수인성 전염병까지도 무기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상수원 등을 오염시켜 국가의 가용자원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정부는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탄저균이나 천연두 백신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고 화학무기를 막을 수 있는 방호복이나 고급 방독면은 시중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생화학무기 제독제는 아예 구입이 불가능하다.

북한에서 무슨 일이 터져 수도권을 향해 북한군의 화생방 무기가 날아온다면 아무런 화생방 방호장비가 없는 일반 시민들은 앉아서 떼죽음을 당하게 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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