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이 정부 독점의 배급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소비자 피해가 크다. 전기가 모자라 강제 절전을 해야 하고 방만한 경영과 비리로 인해 효율성과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국가 에너지 계획안을 보면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원전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실망스럽다. 지금까지 국민이 전기를 싸게 쓸 수 있었던 이유가 원자력 발전 덕분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원전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전기료 인상과 국민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인기를 쫓다보면 합리적인 선택보다는 낭비적인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싸고 안전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질 높은 전기를 여유 있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 목표여야 한다. 원전 비중 축소는 세금을 낭비하고 환경 보호를 외면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전력시장은 전기를 사고파는 시장이다. 전기를 쓰는 사람이 쓰는 만큼 전기료를 내고 전기를 만드는 사람은 더 싸고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는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면 시장은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찾아가게 된다. 이것이 전력산업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만약 다른 사람의 전기료를 대신 내야 하거나 정치적으로 전력생산 방식을 선택한다면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남에게 부담을 전가한 만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효율성을 무시하는 구호가 합리적 결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반핵운동단체와 환경단체는 원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정치적 구호를 내놓는다. 비현실적 주장이다. 전기 사용은 국민 각자가 선택할 일이며 제3자가 덜 쓰라고 사회적으로 강요할 일이 아니다.
사실 원전 생산 방식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안전성이 높다. 운송수단 가운데 비행기는 한 번 사고가 나면 언론에 크게 보도된다. 자동차로 인한 피해와 비교해보면 안전성이 상당히 높지만 사고 규모가 크고 흔치 않은 일이라서 주목을 받는다.
이처럼 원전 사고의 피해도 미디어와 시민단체에 의해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에너지에 비해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또한 화석연료에 비해 환경유해물질을 거의 내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산단가가 매우 저렴해서 우리 경제에 적합한 방식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을 위해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또 경제성장에 따라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전력수요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원전 비중을 낮추기보다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환경친화적 전력생산 방식이 경제주체에 의해 선택될 수 있도록 전력산업의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이 싸고 질 높은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정부가 선택할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최승노 편집위원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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