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사들의 연이은 돌출 판결들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판사들의 판단이 일반인들의 상식이나 사회통념과 동떨어져 빈축을 사고 법질서의 안정을 깨뜨리고 있다. 어떤 판결들이 최근 나왔는지 한번 정리해 보자.
박관근 서울중앙지법 항소2부 부장판사는 북송 장기수 이인모의 초청을 받아 북한에 밀입북해 구속기소된 조모 씨가 김일성 묘소를 참배한 행위에 대해 ‘동방예의지국에서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이라며 무죄를 선고했고(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같은 날 김일성 동상을 참배한 행위는 유죄로 선고하는 희한한 판결을 했다), 민노총 조합원이 집회 신고시 2차선만 사용하겠다고 했음에도 40분 이상 4차선 도로를 점거한 행위에 대해 시위가 일요일 아침에 이뤄져 교통량이 많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판사들 주관적 취향이나 법리로 판결 남발
송경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부장판사는 2012년 총선시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자행된 광범위한 대리투표 행위에 대해 헌법상 국회의원 선출이 직접, 비밀, 보통, 평등 선거에 의한다는 명문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상 당내 경선에 대리투표 금지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 판결을 해서 빈축을 샀다.
서울중앙지법이 위 판결 후 이러한 사안에 대해 기준을 제시했다는 보도자료까지 교부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의 대리투표 행위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유죄판결도 있었고 다른 하급심에서 모두 유죄로 선고하고 있었는데 지방법원이 상급심 법원인 양 그런 보도자료를 배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도자료 교부가 송 부장판사 개인적 차원에서 한 행위라면 더 납득하기 어렵다.
이건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운전면허 시험을 치르던 여성에게 수차례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주차 방법을 가르쳐 준다면서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 도로주행시험 감독관의 파면 처분을 취소하면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로 한 것으로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강을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 부장판사는 청와대 인근 지역에서 신고 없이 시위를 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도 불응한 자에 대해 1심 벌금형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같은 지역에서 있었던 시위의 해산불응에 대해 대법원은 2009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판사들이 대법원 판례와 사회통념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주관적 취향이나 독단적 법리로 하는 판결이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도 위계질서 문란 상황이 만만치 않다. 대공 수사, 대북심리전을 수행하고 있는 국정원 사이버심리전단의 댓글에 대한 수사에 그 수사팀원으로 학생 시절 국정원 해체를 주장하고 검사 임용 이후에도 극좌단체에게 후원금을 낸 적이 있는 진재선 검사를 투입하는 비상식적인 지휘를 했다.
그런가 하면 윤석열 부장검사는 국정원직원법, 검찰청법, 검찰사무보고규칙을 모두 무시하고 검사장 몰래 압수, 수색 영장 및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그것이 문제돼 수사에서 배제됐음에도 그 수사팀은 공소장 변경까지 해 버리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나아가 윤 부장검사는 국정감사에 출석해 TV로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상관인 조영곤 검사장과 누가 거짓말하고 있는가를 놓고 이전투구식으로 말싸움을 했다. 검찰 조직의 위계질서는 완전히 무너지고 개별 검사의 판단에 따라 상급자의 지휘권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렇게 무리하면서까지 공소장 변경을 했는데 안철수 지지로 보이는 트윗(박근혜의 후보 선정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지지율은 견고하다는 내용)을 안철수 반대로 기소 내용에 포함시킨 것이 발견됐다.
검사동일체 원칙 무시한 윤석열
국정원은 “대선개입의 직접 증거라는 트윗 2233건 중 절반은 국정원 활동 홍보이고 나머지 절반은 종북 좌파에 대한 비판글이며 그 중 상당수는 기사 등 다른 글을 리트윗한 것”이라고 하고, “민주당이 문제삼은 41건 중 30건은 국정원 직원이 쓴 것이 아니고 8건을 확인 중이며 3건만 국정원 직원이 쓴 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윤 부장검사 식의 논리라면 개별 검사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검사장이나 지청장과 의견이 다르면 지휘를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수사권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고 검찰권의 통일적 행사에도 반하는 것이다.
법조인은 헌법 및 법률 등을 해석 및 집행함으로써 기존 법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법원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진보적인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도 기존 법질서 체계를 뒤집어 엎거나 명문의 법률 규정을 무시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성문법 국가에서 기존 법질서를 명시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이고 헌법체계를 바꾸는 것은 국민들의 주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최근 연이은 판사들의 제멋대로 판결은 법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법질서 및 법적 안정성, 예측 가능성을 파괴하는 것이고, 사회통념이나 상식에 어긋나 국민들의 신뢰도 저버리는 짓이다.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보면서 국정원이 대선에 부당하게 개입해서도 안 되지만, 일부 정치인들이 대선 기간 동안 북한의 선전 내용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심각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부장검사의 수사팀은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은 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는 극좌단체에 후원금을 기부한 진재선 검사가 수사팀에 들어갔으니 이런 논의는 고려 대상도 아니었으리라.
차기환 편집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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