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소통, 상호 언론개방으로 가능”
“남북 소통, 상호 언론개방으로 가능”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10.24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이브엔케이, 남북 전문가포럼 개최
 

사단법인 세이브엔케이(이하 SNK)가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한 통일 대비 언론계 전문가 포럼이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10월 2일 오후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세이브엔케이 이종윤 이사장과 김범수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협력단체인 인터넷미디어협회의 변희재 회장도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남북한 출신 언론인 및 작가들이 모여 북한의 언론인 양성 과정과 현황 및 통일에 대비한 한국 언론계의 역할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포럼의 좌장은 언론계에서 신망이 두터운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언론학부 명예교수가 맡았다.

첫 발제에 나선 탈북 작가 최진이 씨는 “북한은 1968년부터 지금까지 45년 이상을 지식공백 상태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중동과 같은 자스민 혁명도 불가능하며, 외부와 내부의 대화도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 씨는 “그렇기에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해도 위협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한 기자나 작가라는 직업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또 “나 자신도 북한에서 작가로 일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시를 꾸미는 기술적인 방법만 알았지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다”며 “북한에서 교육받은 대로 맴돌다 보니까 의미 있는 작품들을 생산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능한 언론교류는 대북방송”

다음 발제자는 대북방송 ‘자유조선방송’을 운영하는 이광백 남북언론연구회 대표였다. 이 대표는 “현 단계에서 가능한 언론교류는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는 대북방송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폐쇄된 국가지만 독특한 형태의 시민이 존재한다고 보는데, 라디오와 TV로 외부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디오를 듣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개혁개방 마인드를 갖춰갈 수 있기에 이 사람들이 외부 문화를 더 많이 배운다면 더 모양을 갖춘 시민들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대표는 “주파수와 송신소 문제를 감안하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며 “현재 전파를 송출하는 장소가 우즈베키스탄이라서 음질이 좋지 않은데, 북한 주민 대부분이 듣게 하려면 국내에서 AM 주파수로 송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부회장도 이날 포럼에서 중요한 발제를 담당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6·15언론본부 남측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북한을 수차례 방문하기도 한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위주로 남북 언론 교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의 언론정책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의 언론정책은 큰 차이가 있다”며 “내가 소속됐던 6·15언론본부를 통해 5년 정도 북한 언론인들을 만나봤는데 이명박 정부 후반기부터 4~5년 정도는 남북관계가 어려운 과정을 겪어 북한 언론인들과의 만남이 없었다”고 밝혔다.

“언론교류 통해 기존 보도 진상 파악해야”

또 그는 “북한 언론인들과 우리는 기자가 되는 길이 완전히 다르다”며 “북한에서는 언론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당에 소속된 매체의 기자였기 때문에 그들과의 만남에서도 그들의 발언 내용과 주제들은 모두 정해져 있는 틀 내에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팩트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북한 언론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대외적으로 폐쇄적인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우리가 조선중앙통신이나 해외통신을 통해 받은 북한관련 보도들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북한과의 언론 교류에 대해서는 남한 내 다양한 매체들이 논의를 해서 계속 북한과 교류를 하는 것이 옳다”며 “정권의 성격에 따라 대부분 남북 교류의 기복이 심한 게 현실이지만 언론 분야만은 평화적 통일에 큰 틀에서 동의한다면 장기적으로 전략과 전술을 명확히 해서 가는 방향으로 언론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발제는 선상신 대구대 교수가 했다. 선 교수는 불교방송 논설위원과 한국언론재단 경영이사로 근무하면서 남북통일에 대비한 언론의 역할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통일 관심 높아지도록 언론이 유도해야”

선 교수는 “지금 우리 언론의 현실을 보면 통일에 관심 없는 듯한데 현재 통일이라는 이슈는 언론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슈”라며 “통일을 통해 얻는 편익을 언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으며 통일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변 강국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통일이 주변국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내용을 언론이 적극 보도하는 방식으로 주변국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통일이 되려면 서로에 대한 정보가 있고 알아야 하는데 과연 현재 시스템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이라며 “독일 통일 사례에서 보면 동방정책에 따라 71년에 동서독 관계 관련 조약을 체결하고 교류를 시작했는데 이런 언론 교류가 통일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보면 남북한이 서로 솔직하게 아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좌장인 정진석 교수는 “6·25 전쟁 당시 북한 종군기자들과 작가들이 쓴 글들을 보면 우리식으로 객관적인 보도를 하는 게 아니라 소설적인 기법을 가미해서 독자나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체제 선동과 전쟁 승리를 심어주는 수법을 즐겨 쓴 게 보인다”며 “그게 북한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이고 기사 작법이며 북한 언론의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로써 SNK가 통일부와 함께 주최한 의료계, 과학계, 교육계, 언론계 통합 방안 관련 포럼은 모두 성황리에 끝났다. 오는 11월에는 각 분야별 논의 내용들을 총망라한 종합보고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 / 은재필 기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