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7년만에 처음으로 연방정부가 부분적으로 업무를 정지하는 셧다운(Shutdown)이 시작된 지 4일째 된 지난 10월 4일 집 근처 공원을 찾았다.
하지만 가을 하늘과 호수를 보기 위해 찾은 공원은 STOP사인과 함께 닫혀 있었다. 사람들은 출입구 앞에 차를 세워두고는 관리원이 없는 공원에 들어가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물으니 “셧다운’(Shutdown)”이라는 짧은 대답이 들려왔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전국 공원 관리국이 업무 정지를 하면서 공원들도 셧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이 비로소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연방정부 셧다운 5일째인 10월 5일 중고 안경을 청소하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한 비영리단체를 찾았다. 조지아 내 저소득층과 제3세계 국가로 무료로 전달될 중고 안경을 청소하기 위해 이날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세척한 안경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옆에서 같이 자원봉사를 하던 페리 핀치라는 흑인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녀는 조지아 애틀란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연방질병통제센터(CDC)도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4000여명의 직원이 강제 무급 휴가를 하고 있다며 자신이 그들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셧다운 후 이렇게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전국적으로 80만~100만명의 공무원들이 강제무급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대부분이 강제휴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경찰, 소방, 우편, 항공, 전기, 수도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을 제외한 공무원들이 이번 연방정부 셧다운 대상이다.
핀치는 공무원들과 그 가족들을 제외하고 많은 미국인들이 이 셧다운을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녀는 10월 중순쯤이면 셧다운이 풀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치가 말한 10월 중순은 연방정부 부채 상한선 인상 마감일인 10월 17일 경을 말한다.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에 대한 입장 차이로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불사하고 있는 민주당(백악관)과 공화당이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현재 16조7000억 달러로 돼 있는 부채상한선의 인상을 합의하면서 이 셧다운도 풀지 않겠느냐는 기대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크다. 자신들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태도가 여전히 단호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연방정부 셧다운과 연방정부 파산(디폴트)를 기회로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 수정과 연방정부지출 감축을 얻어내려고 하고 있다.
공화당은 2010년 민주당 표만으로 통과한 오바마케어는 의료비용을 오히려 늘리고 의료서비스 선택의 폭을 좁게 하며 정부의 규제만 커지게 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은 또 오바마케어로 가중될 연방정부의 사회복지비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 지출 중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1%인데 여기에 오바마케어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그만큼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서 16조에 달하는 빚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에 대해서는 어떤 협상도 없다는 입장이고 사회복지비 감축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협상할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악화일로의 美 여론
셧다운 10일째인 지난 10월 10일 공화당은 임시적으로 6주 동안 부채상한선을 인상한다는 내용의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을 풀겠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여론은 좋지 않다. CNN 여론조사는 이번 셧다운은 공화당(63%), 민주당(57%), 오바마 대통령(53%) 모두의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2시간 30분의 안경 청소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핀치는 강제무급 휴가기간 동안 다른 자원봉사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는 싱글이라 그래도 괜찮지만 가족이 딸린 공무원들은 이번 셧다운이 계속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우려를 아는 듯 그날 연방하원은 정부 셧다운으로 강제무급 휴가를 떠나거나 보수 없이 근무를 하는 공무원들에게 정부 셧다운 조처가 끝난 뒤 임금을 소급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찬성 407표 대 반대 0표)로 가결 처리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