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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가 이 꼴인데 스포츠 중계나 하고 있는 아나운서가 열애설에 휩싸였다. SBS 배성재 아나운서다.
- 매일경제신문 계열의 연예뉴스매체 스타투데이는 배성재 아나운서가 같은 회사 박선영 아나운서와 3년째 열애 중이라고 16일 오전 보도했다. ‘풋볼매거진 골’ ‘SBS 스포츠뉴스’ 등을 진행하는 배 아나운서는 뛰어난 유머감각과 입담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한 스타 아나운서다. 인기가 많기는 박선영 아나운서도 마찬가지다.
- 배 아나운서는 열애설에 대한 부인도 유머러스하게 시도했다. 그는 보도가 나간 뒤 오래지 않아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멘션을 남겼다. “6년 전 신입사원으로 들어왔을 당시 제가 잠깐 집적거린 건 맞는데,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쭉- 친한 선후배입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고 제보한 분이 사내에 계셨나 봐요. 사귀지 않습니다.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연애….”
- 스스로 부끄러울 수 있는 기억까지 더듬어가며 부인하는 배 아나운서의 해명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는 이미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 차례 ‘솔로 인증’을 한 적도 있다.
- 다만 나라의 ‘꼴’을 언급한 배 아나운서의 개그에 대해서는 자못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의 언급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국가의 현주소를 한탄하는 시선과 배 아나운서의 이념적 성향을 우려하는 시선 모두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아마 웃자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아나운서 업계에 ‘증세’가 훨씬 심각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건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 그보다 이 해프닝은 철저하게 사실(fact)을 지향하고 있는 연예 매체들의 보도 성향에 대해 작은 통찰을 준다. 특종이라면서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사진 한 장 내놓지 못하는 열애설은 이제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열애설 업계의 전통적 강자인 스포츠서울, 거기에서 독립한 디스패치, 최근 블랙박스 영상까지 동원하며 최자-설리 열애설을 특종 보도한 TV리포트 등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료로 승부하려는 집념을 보였기에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 배 아나운서 본인이 보도를 부인한 이후 스타투데이는 별다른 추가 보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같은 매경 계열의 MBN이 박선영 아나운서가 묵묵부답이라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는 정도다. 아직까지는 오발탄으로 보이는 이번 보도에 대해 ‘뭔가를 감추기 위해 정부가 터뜨렸다’는 음모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정도로 시급한 국가적 사안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나라의 꼴은 대체로 평온하다. 대한민국은 ‘배성재’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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