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도시 건설에 내몰리는 평양 주민들
김정은 도시 건설에 내몰리는 평양 주민들
  • 미래한국
  • 승인 2013.10.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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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일의 북한이야기


최근 북한의 수도 평양시가 건설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백성은 오늘도 굶주림으로, 각종 전염병으로 쓰러지고 있지만 평양은 다르다. 김정은은 작년부터 평양시 건설에 올인하고 있다.

평양민속공원, 만수대지구 아파트건설, 은하과학자거리, 문수물놀이장 등 소위 김정은 프로젝트로 불리는 대규모 국책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늘 그렇듯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의 공병부대 군인들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산하의 청년돌격대원들, 평양시 주민과 대학생이 동원된다.

북한의 건설 현장은 한국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국에는 다양한 건설기계들이 투입된다. 하지만 북한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얼굴 피부는 뜨거운 태양볕에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는 북한 인부들이 어깨에 무거운 벽돌을 비롯한 건설자재를 담은 지게를 메고 힘겹게 고층건물로 걸어 올라가고 내려오는 모습을 수없이 볼 수 있다. 그들은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나는 1990년부터 1995년까지 평양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때도 김정일에 의한 대규모 평양시 건설이 진행됐다. 당시 평양시는 광복거리와 통일거리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김형직사범대학도 학생들을 내보내야 했다. 당시 평양시 대학은 학년별로 6개월씩 동원됐다.

내가 다니던 대학 역시 평양시 평천구역에 건설 중이던 28층 고층아파트 건설에 200명의 학생들이 나갔다. 대학생 200명, 속도전청년돌격대 7려단 소속 3개 대대 인원 1500명 등 1700명이 동원돼 건물을 완공해야 했다. 당시 동원된 장비는 기중기 2대, 돌격대 소속의 2.5톤 트럭 4대가 고작이었다.

그렇게 해서 고층아파트를 몇 십 채씩 지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공사 현장에서는 인명사고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몇 천 명이 1층에서 28층까지 두 줄로 서서 벽돌과 철근, 시멘트, 모르타르 같은 무거운 건설자재들을 날라야 한다. 누구라도 조금이나마 한눈을 팔면 사고 나기가 일쑤다.

손가락이 하나 끊어지고 위에서 떨어지는 건설자재에 맞아 머리가 터지고 허리를 다치는 것은 사고도 아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건빵 한조각에 콩물 한 컵으로 끼니를 때우며 강도 높은 건설에 동원돼 일한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고된 노역이다.

흔히 건설이 마감단계에 이르면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미명하에 사회주의경쟁을 붙인다. 평양시 대학 대 대학, 속도전 청년돌격대 려단 대 려단, 인민군 부대와 부대의 경쟁 등이다. 이것이 시작되면 밤잠도 재우지 않는다. 말 그대로 낮과 밤을 새우며 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난다. 아파트 고층에서 졸다가 추락해 죽는다. 그러나 그렇게 죽은 이들에 대한 보상은 없다.

당을 위해, 수령을 위해, 사회주의 조국의 부강 건설을 위해 죽은 것 자체가 죽은 이들에게 있어서 무한한 영광이라고 선전한다. 결국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죽음으로 지어진 것이 오늘의 평양시내에 세워져 있는 고층 아파트와 건물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오늘도 세계에 자랑하기 위해 평양시를 국제적인 명품 관광도시로 만들 달콤한 꿈에 빠져 있다.

박광일 세이브엔케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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