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태는 대한민국의 감사(感謝) 제목이다. 이석기의 R.O.(혁명조직) 덕택에 ‘사라졌다’던 ‘빨갱이’ 종북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는 국회의원 289명 중 258명의 찬성표와 함께 구속됐고 법원은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참에 통진당 해체와 북한정권으로 이어진 종북의 뿌리뽑기 과정도 지켜볼 일이다.
이 사태의 핵심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더 많은 사실이 ‘3D’로 보인다. 오늘날 이석기에게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아준 일련의 세력들이다. 종북의 제도권진입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작년 4월 총선 즈음 反새누리당 야권연대를 위해 이석기와 이정희, 김재연 등이 속한 통합진보당에 “민주당이 의석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을 ‘큰 형’에 비유했다. 통진당과 한 가족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가 통진당 몫으로 요구했던 의석수는 원내 교섭단체를 이룰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했다면 지금쯤 이석기는 통일부 장관이 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시 한복판에서 모내기를 할 정도로 전시(展示)행정에 밝은 박원순 시장은 은밀한 잠행(潛行)행정에도 수준급이다. 자본주의 해방구, 파리 코뮌에 비유되는 마을공동체 양성이 대표적 사례다.
720억 원을 쏟아 부어 2017년까지 3,180명의 마을공동체 활동가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정작 그 활동가들이 누구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그 따뜻한 이름과는 달리 음산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2,000억원대 지방채를 발행해 무상보육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은 대담하다 못해 공포스럽다. 이것이 전부 무상(無償)의 이름을 한 ‘빚’임을 알기에 그렇다.
그러나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에 “대통령님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하늘이 두 쪽 나도 무상보육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라는 광고문구가 붙었을 때 그걸 이상하게 여긴 서울 시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재정이 부족하다고 말해온 박 시장이 최근 민주노총에 15억 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럴 수 있을까.
서울시, 아니 한국 사회 전체에서 그의 영향력은 이미 압도적이다. ‘야권의 오너’라는 얘기도 들리고, 대기업들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그의 앞에선 좌도 우도 보수도 진보도 없다. 누가 됐든 함부로 비판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 박원순의 이념지표는 심상치 않다. 월남을 패망시킨 베트콩의 지도자 호치민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온 그다. “미국을 물리치고 조국의 통일을 이뤄냈다”며 2008년 발간된 아동도서 ‘호치민 이야기’에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변호사 시절엔 대표적인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로 활약했다는 사실은 이석기 사태와 불온하게 겹쳐 지나간다. “좌경 좌익이 악(惡)일 수만은 없다”던 그의 생각은 지금 얼마나 변화했을까.
이번호 <미래한국> ‘남아시아 특집’을 준비하면서 ‘왼쪽 길’을 선택한 베트남 호치민시에 다녀왔다. 아직 공산주의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을지언정 그들은 이미 자본주의의 오토바이에 올라타 신나게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대한민국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
발행인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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