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준비위원회(약칭 한변, 위원장 김태훈)’는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스칼라튜)와 공동으로 지난 8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의 비밀처형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북한의 비밀처형은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되는 불법살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동안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교화소에서 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감자들에게 조직적으로 가해진 비밀처형의 실상이 고발됐다.
증언자 조철민 씨(가명. 57년생)는 1997년부터 3년간 회령 전거리교화소에 수감됐다. 수감자였지만 출신 성분이 좋았던 그는 교화소에서 3과 농산반장이 됐고 50여명의 관리책임을 맡았다. 당시 교화소는 1~5과로 나뉘어 있었고 전체 수감자는 1400여명이었다.
농산반장인 그는 시체를 처리하는 업무도 담당했다. 고난의 행군시기였던 당시 그가 목격할 수 있었던 400~500명 중에 매일 약 5~7명이 죽었다. 시체가 20~30구 정도 쌓이면 ‘뜨락또르’(트럭)에 싣고 불망산이라는 곳에 가서 소각했다.
조 씨가 비밀처형을 처음으로 목격한 것은 98년 5월경이었다. 밤중에 조 씨와 벌목반장이 따로 교화소 지도부로 불려갔다. 그리고 김정일 친필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받았다.
종이에는 ‘직위와 공로에 관계없이 머리에 병든 자는 몽땅 쓸어버리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교화소 부소장이 그것을 보여주면서 “보고 들은 것을 발설할 경우 죽음보다 더한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밀처형은 한밤중에 은밀히 진행됐다. 부소장, 사회안전부 소속 안전과장 등 3~4명이 재판석에 앉고 체격 좋은 하전사가 죄수의 양 옆에 서 있다가 목을 졸라 죽이는 식이었다. 비밀처형을 할 죄수가 정해지면 억울한 누명을 씌워 죽였다.
죄수를 의자에 앉히고 “너 사회에서 12살짜리 여자 아이를 강간해서 죽인 것 왜 말 안했냐”는 식으로 터무니없는 질문을 던지고 죄수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면 바로 양 옆에 하전사가 목을 쇠줄로 감고 당겨 죽이는 식이었다.
목을 죄니까 5분도 못가서 사람이 죽었다. 죽으면서 혀가 나오고 오줌을 싸서 벌목반장과 증언자가 그것을 치우는 역할을 했다. 비밀처형은 한 달에 2~3번 시행됐고 한번 할 때마다 5~7명 정도 죽였다. 많을 때는 10명까지 했다.
증언자는 98년 5월부터 99년 11월 말까지 비밀처형 현장에 불려나갔으며 비밀처형 된 사람을 짐작해보니 최소 200명 이상이었다.
주로 ‘토대’(출신성분)가 좋지 않은 자들이 비밀리에 처형됐다. 불평불만을 많이 하거나 일은 열심히 하는데 토대가 좋지 않아도 밤에 불려나가 은밀히 처형됐다.
증언자는 “아마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자들을 비밀리에 처형함으로써 체제에 도전을 못하게 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부터는 더 이상 비밀처형 현장에 불려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조직적인 비밀처형은 사라진 것 같다”며 “그러나 교묘한 방식으로 처형하는 것, 예를 들어 밥을 굶겨 죽이는 등의 수법은 계속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해솔 기자 nkrefugee@naver.com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