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전쟁과 평화
韓日 전쟁과 평화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3.08.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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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최근 ‘나치식 개헌’ 발언은 한마디로 ‘자뻑’[자기 자신에게 도취되어 정신을 못차림. 제정신이 아님(네이버 국어사전)처럼 보였다.

과연 세계 언론들과 유대인 단체 등이 즉각 나서 그를 강력 비판했고 아소 부총리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얼마 전 만난 한 주한 외국 대사도 사석에서 일본 정치인의 그러한 인식이 한마디로 ‘황당하다(absurd)’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그런데 궁금한 건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본 민족주의 정치인들의 비슷한 류의 발언 배경이다. 이성을 갖춘 이상 그들에게도 나름 확실한 논리와 믿는 구석이 있지 않을까.

세계 최고 권위의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5월 커버스토리를 통해 아베 일본 총리의 비전과 정책을 한마디로 ‘애국적(patriotic)’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안보위기로 보지만 세계는 동아시아의 안정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일본의 우경화가 국제사회의 일정한 지원 혹은 이해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인식차이는 여전히 크다. 지난주 만난 일본 외무성의 미치가미 히사시 일본문화원장은 과거 일제 군국주의의 깃발인 ‘욱일기’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에 대해 ‘정기(精氣) 넘치는 아침의 태양’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의 과거 상처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극복하기 어려운 괴리의 일례였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잘 모르던 일본인들의 인식들도 알게 됐다. 이를테면 전후 일본은 평화 최우선주의의 좌경화된 사회였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 국민의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구시대의 타부였고 자위대는 모두에게 경시받는 천덕꾸러기로 치부되는 등 과거 군국주의가 철저하게 부정됐다는 것이다.

무라야마 총리의 사과 담화가 드러내듯 일본 국민들은 이미 과거의 잘못을 철저하게 반성했고 최근 우리가 우려하는 일본의 ‘우경화’는 ‘좌경화 돼 있던’ 일본 내에서 볼 땐 ‘정상화’일 뿐 이라는 인식이다.

또한 미치가미 원장은 ‘역사’는 ‘기억’에 대해 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역사는 대단히 복잡한, 다차원적인 것인데, 각국 국민들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문득 다른 데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임진왜란’은 아니지 않느냐. ‘조일전쟁’이나 ‘일본침략전쟁’이라면 또 몰라도, ‘왜구의 난’이라는 한국의 표현이 과연 객관적인 역사적 기술이냐?”라는. 물론 그렇다면 일본인들의 ‘기억’에 대한 질문들이 하나둘 속에서 올라왔다.

언젠가는 한일 양국의 물리적, 군사적 충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독도, 과거사 문제 등 좀처럼 넘기 힘든 벽, 인식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결국 이웃 국가가 싸우는 것은 역사의 ‘평범한’ 진리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국가 안보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지만 동시에 평화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한일 양국 국민, 특히 지성인, 지도자들이 서로의 인식 차이를 극복하고 화해의 메시지를 확산시켜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개인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국가간 전쟁과 환난의 시기는 반드시 온다. 그러나 전쟁을 최대한 늦추는 것, 평화의 시대를 만들고 그것을 최대한, 아니 무기한 연장시키는 것이 우리의 절실한 과제이다.

냉엄한 국제관계의 현실 속에서도 분명한 희망을 본다. 평화의 희망은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오늘 우리의 작은 노력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발행인 김범수 www.kimbumso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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