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매뉴얼로 전락한 시국선언
촛불 매뉴얼로 전락한 시국선언
  • 미래한국
  • 승인 2013.07.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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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총학생회 주도, 전교조가 청소년까지 끌어들여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부 대학 총학생회와 교수,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가운데 일련의 시국선언 발표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국정원이 대선 개입 의도로 인터넷 댓글 작업을 했다는 검찰 발표가 있었지만 아직 법원의 판결 전인데다 검찰의 무리한 법 적용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더욱이 시국선언에 현 정권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연대 총학생회 시국선언은 날치기

연세대 총학생회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한 지난 7월 11일 신촌캠퍼스 내 이한열 동산에는 이 시국선언을 반대하는 시위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들은 ‘시국선언반대연합’으로 성명서를 내고 “3만여 연세대생 가운데 785명만이 투표에 참여해 날치기에 불과한 시국선언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시국선언반대연합이 연세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에 반대하는 근거는 절차상의 문제와 설문조사의 객관성 상실 등이다. 이들은 반대 성명서에서 “사전공지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온라인 투표여서 대리투표가 가능했다”면서 “시국선언은 학생회의 정상적인 활동 범위에서 벗어나는 특수한 활동이기 때문에 총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쪽 입장만 적시한 내용을 설문조사 질문사항 이전에 배치함으로써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단체를 주도하고 있는 연세대 박종화 씨는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의 이름으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급하게 발표할 거면 개별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치권이 시국선언에 청소년을 이용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기도 하다. 지난 7월 17일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은 일부 세력이 시국선언에 중고등학생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 청소년 선언 주도

이 단체가 지적한 시국선언은 지난 7월 17일 오후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이라는 단체가 주도하고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을 비롯한 정치인 등 성인 200여명과 중·고등학생 60명이 참석한 시국선언이다.

학부모연합에 따르면 이날 전국 474개 중·고등학교 814명의 학생 이름으로 발표된 선언서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자 처벌’ ‘국정원장 해임’ ‘대통령 입장 표명’ ‘언론장악 중단’ 등 중·고등학생 수준을 넘어선 정치 선동 구호로 채워졌다.

학부모연합은 특히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이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출마했던 이수호 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라고 밝혔다. 이수호 대표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2001년)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위원장(2004년)을 지낸 인물이다.

진보진영 정치인들이 중·고등학생들을 정치 집회에 동원해 정치 선동 구호를 외치게 했다는 게 학부모연합의 설명이다. 학부모연합은 성명서에서 “책을 읽고 견문을 넓혀야 할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문을 들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항의하자며 거리로 나오게 한 어른들을 규탄해야 한다”며 “학생들을 정치 집회에 동원한 전교조의 책임은 절대 가벼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은 서울과 경기, 광주 지부를 두고 학내 민주화와 전교조 교사 지키기 등의 활동을 하다 2002년 ‘미군장갑차에 희생된 신효순, 심미선 여중생 청소년 대책위 운영 및 청소년 행동의 날 개최’ 2008년 ‘광우병 미친소 수입반대 활동’ 등 정치적으로 변질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 인터뷰 / 시국선언반대연합 주도한 대학생 박종화(연세대 4학년)

“대표성 없는 시국선언 반대합니다”

- 연세대의 시국선언에 반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세대 재학생이 3만 명입니다. 그런데 정작 투표한 학생은 800명도 안 돼요. 그러니 대표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국선언 찬반 투표 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학생이 그런 투표 자체를 몰랐어요. 그러니 투표율이 낮았죠. 저희는 그 결과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총학생회 시국선언의 단초가 된 검찰의 국정원 댓글 조사 발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이 없습니다. 저희 중에서도 ‘국정원이 잘못했다’는 의견, ‘잘못이 없다’는 의견, ‘과오가 있으나 시국선언을 할 정도는 아니다’ 또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식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 시국선언을 한 학교가 많습니다. 연세대 외의 다른 학교는 어떤가요?

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예요. 설문지가 편파적이거나, 표결을 아예 안하거나, 해도 적은 수의 인원이 투표에 참가한 경우가 많죠. 서울과기대는 설문지가 편파적이었고, 이화여대는 학생들의 의견조사 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연세대 총학생회는 왜 학생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시국선언을 발표했을까요? 소위 운동권 총학생회는 아니지만 정치권과 관계가 있을까요?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왜 굳이 학생들이 반대하는 것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정치권으로부터 모종의 제의를 받았을 것 같습니다.

- 시국선언반대연합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혹시 그 전에도 정치적 이슈에 나선 경험이 있나요?

저희는 자생적으로 생겼습니다. 지난 6월에 시국선언반대연합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그룹이 생겨서, 한 명 두 명 댓글이나 글을 퍼다 나르면서 모여 지금은 420명 정도가 회원입니다. 한 20개 정도 대학 연합인 것 같습니다.

- 연세대 시위 말고 다른 곳에서도 집회를 가졌나요?

네. 7월 6일 광화문 시위가 처음이고, 7월 19일에는 광화문에 7명 정도가 모여 시국선언 반대 집회를 했습니다.

- 혹시 그 전에도 정치 활동을 한 경험이 있나요?

아닙니다.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해 남들보다는 관심이 많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단체에 속한 적은 없어요. 시국선언을 빙자한 일련의 포퓰리즘 선동을 보고 답답하고 반대하던 차에 페이스북 그룹에 동참했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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