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이태원에 가다
우리가 모르는 이태원에 가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7.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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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정권부터 시작된 ‘다문화 정책’ 덕분일까.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주말과 휴일이면 친구나 가족, 애인과 함께 이태원을 찾는다. 클럽에서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 브런치를 즐길 수 있고 고급스럽거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우리나라 안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태원 일대는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를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갑부들이 모여 사는 곳과 ‘무법지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삼성그룹이 만든 미술관 ‘리움’ 주변 사거리에서부터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올라가는 작은 골목길 주변에는 초호화 저택들이 즐비하다. 이곳의 집들은 작은 곳이 300㎡, 큰 곳은 수천 ㎡에 달한다. 담장의 높이는 보통 3m가 넘기에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저택마다 차고 문이 2개 이상이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일가에서부터 구본무 LG 회장, 신춘호 농심 회장까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과 주요 국가 대사와 고위급 외교관들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기업 주식이 코스피 전체 주식의 30%라는 통계도 나온 적이 있을 정도다.

국내 상위 0.01% 재벌들의 마을

재벌 저택을 지나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거의 수평으로 이어지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고급 빌라들이 즐비하다. 이 집들은 대부분 ‘월세집’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월세가 아니다. 보통 300~500㎡ 면적으로 한 층이 한 채인 빌라를 2년 동안 통째로 빌리는 ‘렌트 월세집’이다.

 

주로 다국적 기업 한국 지사장이나 임원, 지방 소재 중견기업 오너들이 살고 있다. 월세는 싼 곳이 300만 원, 좋은 곳은 2,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곳에 있는 괜찮은 원룸은 보통 100㎡ 이상의 면적에 전세만도 4억~6억 원씩 한다.

이 같은 이야기가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면서 주말이나 휴일이면 ‘국내 최고의 부촌’을 구경하려는 젊은이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이들은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가며 몇 m씩 되는 저택의 담장을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는 성공해 저렇게 살아야지”라고 결심한다. 이런 ‘재벌촌’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면 보통 사람들이 아는 ‘이태원’이 시작된다.

제일기획 사옥에서부터 이태원 소방파출소를 거쳐 이태원역과 해밀턴 호텔을 지나 녹사평까지 이어지는 곳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태원’이다. 여기에 국군재정경리단이 있는 골목부터 그랜드하얏트 호텔까지 올라가는 길을 집어넣기도 한다.

겉으로 보는 이태원의 분위기는 글로벌하고 ‘열린 문화’의 모델처럼 보인다. 주한미군으로 보이는 백인부터 아프리카 전통의상을 입은 흑인, 유럽인, 러시아인, 중동에서 온 무슬림과 아시아에서 온 무슬림 등이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영어나 기타 언어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국내 이슬람의 ‘성지’

이태원 소방파출소에서 이슬람중앙성원 가는 길로 들어서면 그때부터 ‘다문화의 실체’를 생생히 보게 된다. 주말과 휴일이면 이슬람중앙성원에는 수도권에 사는 무슬림으로 가득 찬다. 좁은 이면도로는 무슬림들이 끌고 온 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슬람중앙성원 앞은 세 길로 나뉜다. 이슬람중앙성원 뒤편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살지만 앞쪽으로 왼편에는 중국인과 조선족, 오른편에는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무슬림들이 모여 산다.
낮에는 이 지역도 ‘이태원 관광지’의 모습을 띤다.

주변에서 영업하는 우리나라 상인들은 외국인들과 허물없이 지낸다. 이태원 파출소 뒤편의 일명 ‘나이지리아 골목’에서 장사하는 아프리카인들 또한 이슬람 성원 주변에서 다른 나라 무슬림들과 어울린다. 이들은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같이 지낸다.

낮에 이곳을 찾으면 이태원에서는 피부색이나 종교, 국적은 별 다른 문제가 안 돼 보인다. 휴일이면 대형교회 차량들이 여학생들을 데리고 이슬람 성원을 찾아와 ‘이맘(이슬람 성직자)’과 무슬림들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여학생들을 무슬림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선교활동의 하나라고 한다).

이런 모습은 이명박 정부가 지향했던 다문화 정책의 모델처럼 보인다. 이 때문인지 용산구청은 이태원을 다문화 정책의 롤 모델로 꼽으면서 숙명여대와 함께 다문화 교육사 양성과정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쳤다.

지자체뿐만이 아니다. 정부도 이태원을 일종의 모델로 삼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국적인과 계층들이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 국가로 가야 한다’며 다문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 등은 다문화 가정 지원을 주요 과제로 삼아 다문화 가정 아동 교육, 다문화 가정 여성 취업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낮에 구경한, 이런 인상이 이태원의 실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스스로 관광객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말이다. 이태원의 참 모습은 밤 늦게부터 드러난다.

모두가 쉬쉬하는 이태원의 민낯

이태원 소방파출소 주변의 클럽들은 주말만 되면 엉망진창이 된다. 술에 취한 한국 여성과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무슬림, 백인 불법체류자들이 한데 어울려 모텔로 직행하거나 소란을 피운다. 경찰도 덩달아 바빠지지만 싸움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찌 하지를 못한다.

 

이태원 소방파출소에서부터 해밀턴 호텔 주변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경찰은 물론 한국 사람들-특히 한국 남성들-에게 무척 거친 태도를 보인다. 시비를 거는 것도 주로 외국인들이다.

이태원 클럽에 주한미군이 많다고? 아니다. 주한미군은 이 일대에 밤늦게 출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미군을 사칭하는 백인과 흑인들과 미군 간에 싸움 등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태원 클럽 골목은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출신과 중앙아시아 출신 백인 무슬림, 우리나라에 영어 강사를 하러 온 백인과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태원 뒷골목을 보면 그냥 넘길 수가 없다. 대포폰, 대포통장, 대포차 등이 버젓이 거래되는 현장이다. 이 때문에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이태원 일대에서 장사를 하는 외국인들을 주의 깊게 감시하고 있다.

美정보기관도 마찬가지로 이 지역을 감시 중이다. 이들이 함께 나서는 이유는 단순한 불법행위를 넘어 이태원을 중심으로 ‘이기적인 이민자’의 집단행동과 종교 근본주의자 유입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이민자’라는 말은 유럽 각국이 다문화 정책의 실패를 선언할 때 나온 말이다. 이들은 이민 온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현지에서 돈을 번 뒤 외화를 밀반출해 자국에 송금하는 사람들을 주로 칭한다. 이런 외국인이 늘어나면 현지 국가의 정부는 세금징수나 재정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이들과 연계된 범죄조직이 대거 유입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종교 근본주의자의 유입은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부각된 문제다. 9·11 테러 이후 美정보기관은 테러리스트들의 경로를 추적하다가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이 ‘보통 무슬림’ 사이에 섞여 미국 본토에 침투한 뒤 미국 내 이슬람 사원의 성직자 이름으로 근본주의자들을 위장 초청, 수년에 걸쳐 이들을 교육시키고 주변의 미국인마저 ‘성전’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종교 근본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美정보기관과 국무부는 밝히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7월 7일의 런던 테러, 같은 해 11월 프랑스 무슬림 폭동, 그리고 지난 4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이다.

특히 프랑스의 무슬림 폭동은 인근 독일, 벨기에까지 번질 정도로 위험성을 드러냈다. 한 달 후 폭동이 진압된 뒤 피해규모를 살펴보니 350개 마을에서 폭동이 일어나 6,000여 대의 차량이 파손됐고 1,6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슬람 근본주의 이민자들로 고민

프랑스 무슬림 폭동을 계기로 다문화 정책을 펼쳤던 유럽 국가들은 ‘유라비아(유럽과 아라비아의 합성어. 유럽이 무슬림화된다는 의미)’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이후 유럽 국가들은 이민 자격을 까다롭게 하고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는 등 다문화 정책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005년 7·7 런던 테러가 일어난 영국도 프랑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유라비아의 수도는 런더니스탄’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런던 인구의 17%가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1980년대 초반 식민지였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을 무제한 받아들였으나 이들은 영국의 일원이 되는 것을 거부했다. 서남아시아 이민자들은 영국의 복지 혜택은 모두 받고 그에 대한 의무는 행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종교와 율법을 영국 사회에 강요하면서 수많은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미 거짓말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2004년부터 서남아시아 무슬림 근본주의자 조직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헤로인의 원료가 되는 무수초산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이란에 불법 수출한 파키스탄 이민자, 이슬람 근본주의 성전 조직원인 무슬림 성직자 등을 적발해 냈다.

불법 환치기 조직 하왈라(Hawala)도 이미 수차례 적발됐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하왈라 조직을 통해 해외로 빼돌린 외화 규모는 수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이태원으로 대거 몰려들면서 새로운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차이나 타운 건설 조짐이다. 이태원 일대의 재개발 사업이 10년 넘게 표류하면서 이곳을 이탈하는 한국 사람이 늘어나자 중국인들이 거액을 들여 이 지역 땅과 집을 사들이고 있다.

문제는 중국 본토에서 온 사람들이 차이나 타운을 조성할 경우 ‘이기적인 이민자’의 대표적인 행태를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자칫하면 서울 한복판에서 공권력 공백 지역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이태원의 실체, 우리나라의 미래 될 수도

이런 문제들이 지난 10년 동안 정보기관과 사법당국,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됐지만 ‘극소수 외국인의 문제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킨다’며 극우세력의 주장이라고 배척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경기도 안산시, 고양시 일부, 지방의 중소도시에서는 외국인 범죄자들 때문에 한국인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와 경기 시흥시 일대는 이미 ‘중국인 자치구’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산, 광주, 인천 등도 다르지 않다.

중국인과 서남아시아 무슬림을 아무런 제한 없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자국민보다 더 우대해주는 지금의 다문화 정책이 계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문화 정책의 허점을 10년 넘게 지적해 온 시민단체와 언론인들은 “조만간 코리아스탄, 또는 조선 자치구로 국호가 바뀔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우리 사회가 눈에 보이는 ‘업적’에만 급급한 정치권을 따르다가는 서울 한복판이 무법지대, 무정부지대가 될 것이 우려된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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