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질서와 에너지 과소비
창조질서와 에너지 과소비
  • 미래한국
  • 승인 2013.07.1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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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보는 눈] 이종윤 상임고문‧한국기독교학술원장


에너지난(難)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창조주 하나님은 인간을 지으시면서 인간들이 사용해야 할 에너지를 충분히 준비도 하지 않고 사람을 세상에 살게 하신 것인가?

준비하시는 하나님. 엿새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그 창조 순서를 보면 하나님은 철저히 준비를 하시는 하나님임을 알 수 있다.

넷째날 해와 달과 별과 같은 광명체들을 지으신 하나님은 첫째날에 먼저 빛을 지으셨다. 다섯째날 공중에 새들과 바다의 모든 생물을 지으신 하나님은 둘째날 새와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궁창을 지으시고 궁창 위의 물과 아래의 물을 만드셨다. 여섯째날엔 땅의 생물과 짐승 그리고 사람을 맨 마지막에 지으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셋째날에 땅과 바다를 나누시고 거기에 짐승과 인간을 위해 풀과 씨 맺는 채소와 열매 맺는 나무들을 지으셨다. 그리고 제7일은 천국의 예표인 안식을 주셨다.

이처럼 모든 것을 계획을 갖고 미리 준비하시는 하나님께서 인간이 쓸 에너지를 부족하도록 준비를 못하셨다는 말은 그 분의 전지성과 전능성을 무시하는 말이 될 것이다.

인간의 향락과 과소비가 문제다. 쓸 만한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고갈되고 있다는 말은 하나님께서 풍성히 주신 자원을 향락과 과소비를 하고 있는 인간들의 책임으로 물어야 할 것이다.

대개 향락이나 과소비는 사회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불가피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향락과 과소비를 하지 않으면 몸에 병이 난다거나 사회적 혼란이 오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하등한 가치관 때문이다.

쾌락보다 더 높고 아름다운 고급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치한 의식 수준에 머문 이들은 대개 동물적 본능 충족에 잡혀 산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욕구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고 세련되게 승화시킬 수 있는 데 있다. 억제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인간은 문화를 창조하고 자연 질서와 다른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인간다운 가치를 형성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고급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 전체를 위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욕망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윤창출 목적인 기업도 윤리가 있어야 한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그러나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도 사회에 대한 공헌을 하는 윤리가 있어야 한다.

사회에 손해를 입히면서 소수의 배를 채우라고 기업 활동을 보호하고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식이나 도덕적 지적 수준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 때문에 존경받아야 할 기업가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에 에너지 위기설이 점차 크게 들려온다. 어느 노인복지 시설에서는 에어컨 작동을 아예 생각도 못하는데 길거리의 상점들은 문 열어 놓고 에어컨을 작동하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합리적이 돼야 하고 욕망을 절제해야 되는 것은 사회의 특권층이고 더 많이 가진 자들의 몫이다.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고 절제해야 된다는 말은 잘못된 말도 아니지만 실제로는 공허한 말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욕망을 줄일 수 있는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있고 그들만이 욕망을 줄여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지고 있다.

특권층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덕을 누구보다 더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그들은 그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도 크다. 그리고 그들의 절제는 눈에 띄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그들이 남긴 몫은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빈곤층의 절제는 그들의 생존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미치는 영향력도 미미할 것이다. 특권층의 절제와 함께 사회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충분히 쓸 수 있는 에너지를 과소비하거나 자기 욕망만을 위해 쓰지 않고 나누면서 사는 인류는 창조질서에 따라 부족함이 없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종윤 상임고문‧한국기독교학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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