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韓-美‘글로벌 파트너십’가능할까?
[특별좌담] 韓-美‘글로벌 파트너십’가능할까?
  • 미래한국
  • 승인 2013.05.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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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미시건대 국제정치학 박사
노경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사 회│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하버드대 정책학 석사

5월 7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2기에 들어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첫 만남은 향후 5년간 한미관계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특히 최대 현안인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공조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등 굵직한 안보 현안들이 많아 한미정상회담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진다. 나아가 이른바 G2인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동북아에서 한미동맹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

본지 <미래한국>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제정치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진단하면서 단순한 한미동맹 강화를 넘어 21세기 한미의 글로벌 파트너십의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사회 :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어떤 안건을 강조하는 게 바람직할지부터 논의해 보죠.

송대성 :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한미정상회담으로 앞으로 5년간 한미관계의 출발점입니다. 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의제가 무엇이 돼야 할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대북정책에 대한 전략적 공조 문제입니다. 북핵을 어떻게 폐기할지, 아니면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어떻게 다룰지 등의 문제겠죠.

둘째는 동북아 긴장을 완화시키는 이슈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미원자력협정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이 중요한 이슈입니다.

노경수 : 동감합니다. 덧붙이자면 결국 사람이 문제입니다. 외교관이 신뢰를 얼마나 얻느냐가 중요한데, 과거 이런 부분이 부족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교의 핵심 포스트를 자주 바꾸지 말아야 합니다.

이들이 해당 국가에서 인적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대미 외교에서 너무 서두르지는 말아야 합니다. 미국은 내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등 다른 문제도 있으니 조금 기다리는 미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핵 공조,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해야

사회 : 현 상황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는 북한의 대남, 대미 위협입니다. 이에 대한 한미 간 공조는 잘 진행되고 있나요.

송대성 : 한미양국의 대응수준은 상당히 질이 좋았다고 보입니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전략에 소홀했기 때문에 안보에 허점이 있었지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이후 한미연합방위체제가 많이 개선됐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양국의 대북 억제력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보완된 것이죠.

 

특히 한미 키리졸브훈련을 통해 미국이 적극 개입 메시지도 보였죠. 전폭기인 B52, B2, 전투기 F22,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엑스밴드 레이더 등 각종 무기가 있는 대로 동원된 것은 매우 중요한 상징입니다. 북한이 대단히 놀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군 합참의장이 북한도발 원점과 지휘세력을 폭격한다 하고, 한미연합사령관이 이 발언을 지원한 것도 적절했습니다.

노경수 : 최근 만난 미 국방부 인사들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매우 훌륭했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철의 여인’이라고 칭하더군요. 박근혜 정부가 이번에 소프트하게 나갔으면 앞으로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일단 강경하게 나갔으니 다른 통로에서 대화 제의가 오면 이제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회 : 미국의 강력한 무력시위가 한국의 독자 행동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노경수 : 그런 의견은 소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회의에서 만난 미국 장성들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서 우리가 자제한 모습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 입장에서 이번 키리졸브훈련은 매우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대응훈련을 하는 데 아까운 기름과 식량을 써야 하기 때문이죠. 그들에겐 경제적으로 타격이 큽니다.

사회 : 한국사회에서 핵무장론이 나름대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의 핵무장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노경수 : 언론과 국회에서 비중 있는 인사들이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고, 일반인들도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핵은 1940년대 기술입니다. 우리가 결심하면 아마도 1년이면 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핵무기를 가진다 해도 장기적으로 우리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약화되는 징후가 보일 때에 우리가 결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핵무장을 주장할 경우 미국·중국·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동북아 군비경쟁도 심화되겠죠. 특히 가뜩이나 북한이 일본 재무장에 빌미를 주는데 우리마저 핵을 갖는다고 하면 일본은 어떻게 나올까요.

한미 북핵 공조 성공적, 북에 위기감 줘

사회 : 무산되긴 했지만 케리 미 국무 장관이 북한에 대화 제의를 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을 일부 수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송대성 : 북한 입장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어린 나이에 3대 세습한 김정은이 유약한 이미지를 벗고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뿐입니다.

우리 정부는 링에 올라서기도 전에 선제공격을 당한 격입니다. 그러나 역시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게 중국의 변화입니다.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북한 정권의 유지와 비핵화죠. 그런데 이제는 북한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는가 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번 위기 상황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 방어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노경수 : 맞습니다. 북한에게 참 좋은 기회였는데 이번에 외교적으로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2기가 시작하는 시점에서 북한에겐 대미·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기회의 창’이었는데 이를 놓친 것이죠.

그런데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김정은이 자유롭게 판단했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실제 결정권이 다른 세력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죠. 사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위협이 이제는 식상합니다. 케리는 북핵 위협에 반응했다기보다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을 다니며 의견을 청취한 것일 뿐이죠.

송대성 : 북한이 기회의 창을 잃었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미국 오바마 1기 정부가 2009년 출범했을 때에는 대화 의지가 있었죠. 그때 북한이 미사일과 핵 실험을 하면서 오바마의 마음이 돌아섰는데 이번도 마찬가지에요. 유화적인 케리가 대화 제안을 했을 때 북한이 받아들였으면 되는데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등 욕심 부렸습니다. 기회의 창을 계속 잃고 있습니다.

북한, ‘기회의 창’ 잃고 고립 자초

노경수 : 맞습니다. 이 포인트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부터가 김정은에게는 매우 위험한 시기입니다. 경제 원조를 얻어내지 못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 실패한 정책이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미사일을 더 쏘더라도 우리나 미국이 지원해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은 김정은을 도와주고 변할 것을 기대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 내부적 혼란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를 용인해야 하는지의 문제이죠.

 

중요한 점은 기존 북한에 그나마 지원을 고려하던 선들이 끊어졌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기존에 국방부와 국무부가 다소 입장 차이가 있었는데 이게 이번에 단합된 것으로 보입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케리 미 국무장관이 북한 행동에 매우 실망하고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생각돼요. 북한의 오래된 외교정책의 목표가 미 국방부와 국무부의 정책을 갈라놓는 것이었는데 이게 이제는 어려워졌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러시아도 북한에 동조하지 않았죠.

사회 : 한국의 국력이 성장하면서 현미관계 변화의 요구가 있습니다. 향후 한미동맹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요.

노경수 : 유럽을 좌지우지하는 독일도 미국과 대등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죠. 국제정치는 현실입니다. 현실 국제정치는 파워게임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직 우리의 국력이 그 정도로 성장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설령 국력이 강하다고 해도 센 척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정책은 비용만 초래하죠.

송대성 : 2008년 4월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미 대통령이 한미관계를 기존의 ‘전통적 우호관계’에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시켰는데 이때 설계를 잘했어요. 파트너 국가로서 우리를 인정한 것입니다. 우리도 이제 미국의 이익에 기여할 때가 됐습니다.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전략적 이익을 같이 논의하는 것이죠. 그리고 최근 국지전 도발에 대한 대응을 함께 하자는 합의를 했는데 이것도 연평도 포격 때와는 달리 발전한 것입니다. 한미간 가치동맹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 등에 참여하면서 확대해 왔습니다.

노경수 : 미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 사례가 매우 자랑스럽다는 것입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성공한 대외정책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죠. 한국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사례이니까요. 중국의 등소평 개혁도 우리 시스템을 모방한 것이죠.

한미는 이미 가치동맹이고 글로벌 파트너

향후 평화적으로 통일됐을 때를 생각하면 더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과거에는 원조할 대상에서 이제는 대외전략 차원에서 든든한 지원국을 만난 것이니까요. 일본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거 전범국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선 꺼리는 분위기도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이 경제외교를 할 때 우리와 파트너하기를 좋아하는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미동맹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얼마나 큽니까. 이 동맹이 와해된다는 것은 북한에 선물을 주는 것입니다.

사회 : 향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예상됩니다. 우리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요.

송대성 :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볼 때 이제 무기로 대립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이 한국 내 기지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미국이 질적으로 악하면 모르겠는데 지구촌에서 미국만한 국가도 없다고 봅니다.

어쨌든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미 일본과 함께 동등한 미국의 동맹국입니다. 국제적으로 미들파워 정도의 지위를 갖고 있죠. 국력 면에서 캐나다보다 조금 나은 편입니다. 미국은 그런 대한민국과 일본을 동맹국으로 갖는 것입니다.

노경수 : 우리는 이미 미국의 가치 동맹으로서 기여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 등에서 비전투부대이지만 미국과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3년 간 소말리아 해역에도 군함을 연중 배치하고 있죠. 방위비 분담 문제를 언급하는데 주한미군이 없을 때를 가정한 비용은 더욱 크죠. 소탐대실입니다.

통일이 되면 대미·대중 관계는 부분적으로 재정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동맹은 중요합니다. 중국과의 양자대화에서도 마찬가지죠. 미군의 재배치나 축소는 가능하지만 근본적으로 동맹은 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3,40년 동안 중국위협론이 팽배했는데 사실 중국 군사력은 미국보다 50년 정도는 뒤떨어져 있다고 봅니다.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의 작전 능력, 해외기지를 봐도 아직은 한참 못 미치죠. 중국은 내부 결속을 위해 민족주의를 키우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중국경제는 미국과 한국, 일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이제 ‘리밸런싱’이나 ‘피봇 투 아시아’ 같은 말을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압니다.

사회 : 한미동맹 관련해 미국 내에서 지지가 약화되지 않았나요? 그리고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부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인적 네트워크가 주는 힘이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요.

노경수 :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외 정책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카터 정부 때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해서 놀라긴 했지만 결국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우리의 민주주의체제가 견고해 지기 전에 미국과 갈등이 있었던 것일 뿐입니다.

송대성 : 과거에 미국 민주당원과 공화당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미국은 레프트와 라이트 구분은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특히 북한 인식 면에서 민주당은 북한 문제를 경제적인 면으로 보고 지원하자는 식이었죠. 공화당은 북한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고요. 그러나 오바마도 이제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죠.

사회 : 정리를 해볼까요. 결론적으로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송대성 :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은 가능합니다.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에도 외국인들이 한국이 어떻게 안보와 경제성장에 성공했을까 하고 배우러 옵니다. 미국도 이런 가치 동맹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갖고 주시합니다.

노경수 : 동의합니다. 현재 한국은 G10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독일, 러시아, 프랑스를 제외하곤 우리보다 국력이 강한 나라는 없죠.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피스 파트너십 패러다임’ 차원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평화를 제창해야 합니다. 미국을 넘어서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국가들과 저개발국가들을 도와주는 데 동참하는 게 우리 외교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정리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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