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시아의 캐스팅 보트”
“한국은 아시아의 캐스팅 보트”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4.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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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미국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 강조


미국 정부는 얼마 전부터 한국을 표현할 때 ‘글로벌’(global)이라는 단어를 이름 앞에 붙인다. 시작은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연설 때부터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외국어대에서 “한국은 극심한 가난에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권 중 하나로, 독재정권에서 번영하는 민주주의로, 국내만 집중했던 나라에서 지역 뿐 아니라 세계의 치안과 번영을 위한 리더로 바뀌었다”며 “진정한 글로벌 코리아(Global Korea)”라고 연설했다.

미국이 반기는 글로벌 코리아의 부상

이후 의회 청문회, 외교 강연 등에서 미 외교관리들은 ‘글로벌 코리아’를 고유명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3월 한 강연에서 아시아의 지정학적인 재편성을 중국의 상승, 일본의 회복, ‘글로벌 코리아(Global Korea)’의 부상, 아시아를 향하는 인도라고 요약했다.

미국은 한반도를 너머 세계적인 이슈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하는 한국의 부상을 반기며 ‘Global Korea’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국무장관은 “한국이 UN 안보리 이사국으로 재선출된 것이 기쁘다”며 “한국이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고 시리아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신속히 대응하며 이란을 압박하고 남부 수단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한국은 세계에서 중요하고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라며 “우리는 한국의 이런 역할에 매우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벗어나 글로벌 동맹(global alliance)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미국 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등의 공통된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후 추진하고 있는 세계전략인 이른바 ‘재균형(rebalance)’에서 한미동맹을 한반도 뿐 아닌 세계적 이슈를 함께 해결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균형은 미국의 미래가 아시아의 미래에 깊이 연결돼 있다며 유럽, 중동에 편중돼 있던 미국의 군사·정치·경제 역량을 아시아로 옮기는 것이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해군의 60%를 2020년까지 태평양으로 이동할 예정이고 공군은 향후 5년 동안 태평양에 대한 비중을 늘리며 태평양사령부에 F-22를 비롯 최신형 전투기 등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재균형을 위해 먼저 아시아 내 미국의 동맹들과의 관계를 계속 강화시킬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는 글로벌 동맹과 무역파트너십 심화라는 공동의 비전을 세워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만난 한국 지도자들이 밝힌 한국의 우선순위와 비전이 미국과 공통적인 것이 많아 놀랐다며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한미동맹이 지역과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수준이 되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의회도 행정부에 더 큰 한미동맹의 그림을 그리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원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인 도널드 맨줄러 의원은 지난해 6월 한미동맹에 대한 하원청문회에서 한미동맹은 그동안 한반도 안보에 집중된 관계였다며 이제는 그것을 확대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맨줄러 의원은 “한미동맹을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엄청난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 정책결정자들은 한미동맹의 미래를 크게 보고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아시아담당 국장을 역임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한미동맹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공공재를 제공하는 세계적 역할과 중국의 평화적 부상을 이끄는 지역적 역할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지난해 6월 하원 청문회에서 한미동맹은 특히, 아시아를 중시하는 미국의 새 전략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일본, 호주와도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이들은 해상국인데 반해 한국은 대륙에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의 조종실”이라며 “한국이 누구편을 드느냐에 따라 이 지역의 지정학적 전략이 바뀐다”고 중요성을 말했다. 이런 까닭에 5월 7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아태 지역 평화와 안보 및 오바마 대통령의 재균형 노력의 핵심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 한미동맹 확대 분위기

한국은 현재 주한미군 부담금을 일본보다 많이 내고 있다. 미 상원이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유지비용은 인건비를 빼고 총 11억 달러였다. 이 중 한국은 3억3000만 달러를 분담금으로 냈다. 같은 기간 일본은 5만명의 주일미군에 대한 분담금으로 2억 달러를 냈는데 그 중 20%는 일본 주민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지출됐다.

한국이 이지스함인 7600톤 급의 세종대왕호, 사정거리 1500km의 장거리 미사일인 현무 3C 등의 군사장비를 갖고 있는 것은 북한의 위협을 너머 통일 이후의 위협을 대비하며 지역적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미국에서 유력하다.

하지만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서는 믿을 만한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미국에서 지배적이다. 바월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3월 “나는 가까운 장래에 한국 혹은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것이 미국과의 방위조약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치러야 하는 대가가 무척 크고 매우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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