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한 나라의 흥망을 결정했던 중요한 정책이었다. 그래서 중국의 공자도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을 남겼다. 가혹한 정치(세금)는 백성들에게 있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고통보다 더 무섭다는 뜻이다.
고대 아테네도 참주정치를 통해 서민의 세금부담이 거의 없던 시절에는 발전했지만 이후 500인 대의원제로 변하고 사치스러운 국정운영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세금을 걷으면서 민주정치는 타락의 길로 들어섰다.
로마 역시 황제가 속주들과 낮은 세금을 체결할 때는 번영했지만 전비를 걷기 위해 높은 세금을 매기자 속주들은 바바리언들에게 투항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영국은 낮은 세율로 부유한 국민들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를 전비를 모을 수 있었지만, 스페인은 알카발라라는 고세율의 복잡한 세금으로 조세회피가 성행해 국력이 쇠잔해졌다.
이처럼 조세제도는 역사적 산물이므로 각각 그 나라의 역사·문화·재정경제 등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으로 발달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변천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오늘날과 같은 현대적 조세제도를 채용하게 된 것은 1차 세계대전 때부터 공황(恐慌)시대 또는 2차 세계대전 전에 이르러서였다.
1차 세계대전은 전쟁 중과 전후에 각국의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고 따라서 조세제도도 당연히 큰 변혁을 겪게 됐던 것이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소비세 중심의 세제(稅制)가 수득세(收得稅) 중심으로 전환됐는데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미국과 영국이다.
그렇다면 각 나라들의 조세제도는 어떻게 발전해 왔던 것일까.
미국: 얼마나 벌었나, 두통 유발의 복잡한 구조
과세주체가 연방·주·지방의 세 정부로 구분돼 독립의 과세권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2중·3중의 과세문제가 생기고 동일 물건에 대한 동종의 과세가 경합하는 일이 있다.
연방조세제도는 직접세 특히 소득세 중심의 극히 근대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조세수입 중 직접세의 비율은 86% 정도이고 소득세가 주된 수입원이다.
미국 소득세의 특징은 ①전체에 미치는 종합과세주의가 철저하며 유럽 국가들이 소득 분류주의를 취하는 것과 대비된다. ②신고납세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의 신고제도는 이를 참고한 것이다.
연방조세제도의 직접세로는 개인소득세·법인소득세를 중추로 해서 유산세·증여세·사회보장세가 있다. 그리고 주세·담배세·제조업자소비세·소매업자소비세와 각종 규제세 및 기타 잡세(雜稅)로 이를 보완한다.
영국: 소비할 때 걷는다. 현실적인 소비세
세계 최고의 소득세 발전을 주축으로 한 긴 역사의 산물로서 이론적 정밀과 실제적 효과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세제개혁으로 영국 전통의 이론보다 실제를 중시하는 조세제도로 전환했다.
소득세 중심의 조세체제를 취하고 있으며 1799년의 비례세율(38.75%)을 적용하고 있다. 소득세에는 보통세와 부가세 2가지가 있는데 보통세는 3,000파운드 이하의 개인소득에 부과하고 부가세는 3,000파운드를 초과하는 개인소득에 과세한다.
이밖에 이윤세·유산세, 지조 및 광업권세 등의 직접세와 소비세·기타세가 있고 1973년에 새로운 종합단일소득세가 등장했다.
소비세로는 맥주세, 감미산효주세(甘味酸酵酒稅), 연초세, 성냥 및 라이터세, 사탕 및 당밀세, 포도당 및 사카린세, 휘발유세, 구매세 등이 있다. 지방세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의 과세권을 가진 동산세 하나뿐이며 극히 단순화돼 있다.
독일: 사회적 질서를 수호하는 교회에도 세금낸다
연방과 각 주(州)간에 세원이 배분돼 있다.
①연방수입은 재정전매수익·관세·맥주세 이외의 소비세·자본유통세·보험세 및 어음세·1회한의 재산공과 및 부담조정부과금·소득세 및 법인세의 부가세·유럽공동체 과세 등이다.
②주의 수입에는 재산세·상속세·자동차세·유통세·맥주세·도박부과금 등이 있다. 소득세수입은 연방·주가 43%씩을 받고, 나머지 14%는 시·군의 수입이 된다. 법인세·자본수익세의 수입은 연방과 주가 50%씩, 부가가치세는 연방이 70%를 차지하며 주가 30%를 차지한다.
영업세수입은 연방·주가 각각 20%, 나머지 60%가 시·군·면의 수입이 된다. 그밖에 교회에 귀속하는 교회세가 거주자에 부과된다.
프랑스: 늦게 배운 도둑질로 맛들인 조세 재미
1917년 이후에 비로소 근대적 조세제도를 실시하게 됐는데 이처럼 늦어진 이유는 국민의 자유존중 정신의 제약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전시·평시를 막론하고 수입원을 조세보다 공채정책에 의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분류소득세제에서 종합소득세제로 이행한 것은 1949년이며 부가가치세와 그밖의 유통세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부가가치세가 절반에 가까운 수입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득세 수입은 법인세를 포함해 30%가 될 정도이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간접세 비율은 앞으로도 증대할 것이지만 소득세 등 직접세의 비중은 계속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1949년 이후 비례세인 보통소득세와 개별소득의 합산액에 대한 누진세인 부가소득세를 병과하는 일반소득세 제도를 채용하고 있으며 중소득과세는 철폐되고 단일의 개인소득세가 부과된다. 또 1971년 보충세가 폐지됨으로써 종전의 개인소득세는 단순히 소득세로 개칭됐다.
일본: 융통성 없는 조세, 그러려니 하는 국민
1950년 점령군총사령부의 세제고문인 쉬프 콜럼비아대 교수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획기적인 세제개혁을 했다. 그뒤로 계속 개혁을 거듭해 권고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직접세 중심주의의 세제가 됐다. 법인세·소득세가 세수입 총액의 7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국세는 ①수득세인 소득세·법인세·상속세·증여세와 ②소비세인 물품세·주세·사탕소비세·지방도로세·트럼프류세·휘발유세·관세 ③유통세인 등록세·유가증권거래세·거래소 특별세·돈세·통행세·입장세·인지세 등으로 조직돼 있다.
지방세는 오랫동안 여러 잡종세와 국세 및 부·현세에 대한 부가세로 돼 있었지만 쉬프 권고안 이후 대개혁으로 지방 독립재원으로서 유력한 조세가 신설돼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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