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히스패닉을 잡아라"
美 공화당 "히스패닉을 잡아라"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4.15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화당 선거 패인 보고서 발표
공화당 선거 패인 보고서 커버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대선 패배 후 선거 패인을 분석하기 위해 4개월 동안 5만2,000여명을 접촉했다.

3만6,0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하고 공화당원, 히스패닉, 아시안계, 주의원 등과 800여 차례 전화 회의를 했으며 지난 대선 대표적 부동주인 아이오와, 오하이오 유권자들 가운데 50명을 뽑아 그룹 토의를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8일 선거 패인을 종합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100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 제목은 ‘성장과 기회 프로젝트’(Growth and Opportunity Project).
보고서는 공화당이 대선에서 패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공화당은 서민들의 처지를 모르는 동떨어져 있는 정당이라는 인식의 만연과 미국에서 급속히 늘고 있는 히스패닉과 아시안계 및 젊은 층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히스패닉 등 반감 달래기 총력

공화당은 서민들을 신경쓰지 않는 정당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은 대선 후보에게는 치명타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그 이유에 대해 민주당은 사람들을 말하지만 공화당은 정책을 말하기 때문이라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했다.
“공화당은 정부가 아닌 민간분야의 수호자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정부에 의지하지 않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병들어 누워 있고 실업상태로 도움이 절박한 사람들은 도움이 민간분야에서 오든, 정부에서 오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회사의 부정에 휘슬을 불어야 한다. 서민들은 실업상태인데 회사 중역들은 보너스를 받으면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 회사중역들은 은퇴할 때 수천만 달러를 받으면서 중산층 노동자들은 수년 간 임금 인상이 없다면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졌던 히스패닉과 아시안계를 향해 공화당은 그들이 미국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반(反)이민 정당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런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이민자들인 히스패닉과 아시안계는 공화당이 교육, 일자리, 경제 등에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1980년 전체 인구의 88%를 차지하던 백인이 2050년이면 47%로 급감하고 반면 히스패닉은 29%, 아시안은 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표심을 얻는 것은 공화당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불법이민자들의 구제를 포함한 포괄적 이민개혁을 수용하고 히스패닉, 아시안계 등에 적극 다가서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끝으로 대선에서 2대 1 비율로 열세인 젊은 유권자에 대한 접근이다. 보고서는 젊은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모든 이슈에 동의할 수 없지만 최소 공화당은 꽉 막힌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동성애를 예로 들었다.

보고서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우와 권리를 두고 보수 진영에서 세대 간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 이슈는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공화당이 머무르기에 적합한 곳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성결혼 이슈 타협

보고서는 젊은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지지할 수 있도록 동성애자들의 권리에 대해 포용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핵심은 한마디로 민심이 변했기 때문에 공화당은 그에 맞춰 기존의 일부 보수 원칙들에서 물러나 중도로 타협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또 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타협이 불법이민자 합법화와 동성결혼 지지다. 불법이민자들을 구제하는 것은 불법을 보상하는 ‘사면’이라며 안 된다고 완강히 반대했던 공화당은 지금은 불법이민자들을 합법화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있다.

마크 루비오, 존 매케인 등 공화당 연방상원의원들은 미국 내 불법이민자들이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을 영주권을 받는 데 10년, 그후 시민권을 받는 데 3년 등 총 13년이 걸리도록 하는 이민개혁안을 마련했다.

공화당의 마크 커크 연방상원의원은 2일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롭 포트맨 의원(오하이오)에 이어 공화당 연방상원의원 중 2번째다.

현직 공화당 연방상원의원 중 최초로 동성결혼을 지지한 롭 포트맨 의원

레이슨 피버시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공화당 정강은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지만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은 원칙과 자비와 존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기초인 사회적 보수주의자 등 대다수 공화당원(59%)은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어 당장 공화당이 민주당처럼 정강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인 58%가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장차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결국 그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화당의 제프 플레이크 하원의원은 언젠가 공화당 대선후보는 동성결혼을 지지할 것이라며 그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