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문제, 더이상 남의 일 아니다"
"난민문제, 더이상 남의 일 아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3.26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난민지원단체 '피난처' 이호택 대표
국내 최초 난민지원단체 '피난처' 이호택 대표

지난해 난민신청 외국인은 총 1,143명. 우리나라가 난민을 수용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수이다. 난민지위신청자 수는 1994년 5명에서 시작해 2011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올 6월에는 난민지원센터가 영종도에 건립되고 7월에는 난민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난민은 낯선 존재이다.

피난처는 1999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난민지원단체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이시오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시46:1)”라는 말씀에 따라 세워진 기독 NGO이기도 하다. 지난 14년간 탈북난민과 국내입국 외국인 난민 보호를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피난처 이호택 대표를 만나 난민 보호를 위한 ‘피난처’ 사역을 들어본다.

작년 한해 난민신청 외국인 1143명

- 피난처는 어떤 곳인가요?

난민지원 단체입니다. 난민 중에는 우리 동포인 북한 난민과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피난 온 외국인 난민이 있습니다. 이 두 그룹을 돕고 있습니다. 지금은 외국인 난민 사역이 북한 난민 사역보다 비중이 큽니다.

북한 난민 사역은 중국 내 탈북자 구출활동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야학인 ‘자유터학교’ 운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난민 사역은 국내에 들어온 난민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절차를 돕습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소송지원도 하죠. 난민인정절차가 길게는 4~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생활지원도 하고 난민이 장차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를 준비하는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 어떤 계기로 난민 사역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법을 전공하면서 인권 활동에 관심을 가졌는데요, 94년부터 자원봉사를 하면서 인권침해를 당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외국인노동자의 40% 가량이 중국동포였는데 이들의 상황을 알기 위해 중국에 가게 됐어요. 거기서 탈북자를 만났습니다.

탈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른 어떤 외국인노동자가 겪는 상황보다 심각한 것을 보고 96년 겨울부터 98년까지 만 2년간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구출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초창기여서 아무런 루트가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데리고 있던 탈북자가 13명이었고 이들을 어디론가 탈출시켜야 했기 때문에 루트를 찾기 위해 몽골이나 중국과 접경한 여러 나라들을 다녔습니다.

이를 계기로 98년까지 탈북자 구출활동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99년 6월에 난민을 위한 ‘피난처’를 설립하고 국내 난민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외국에서 ‘탈북자를 도와 달라,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하면 외국 사람이 ‘너희들은 난민을 어떻게 보호하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우리는 안하지만 너희는 해라’ 이럴 수는 없잖아요. (웃음)

그래서 국내 난민 실태를 알아보니 열악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94년부터 난민신청을 받았지만 난민 인정은 2000년까지 한 건도 없었죠. 자연스럽게 국내 외국인 난민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피난처 사역을 시작하게 됐죠.

- 국제난민 사역과 탈북난민 사역을 함께 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두 가지 사역을 함께 할 때 장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보통 외국인 난민 인권은 진보가, 탈북난민 인권은 보수가 한다고 생각하죠. 피난처는 둘 다 하니까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다’라고 설득하기 좋습니다.

7월 난민법 시행…출입국 때 난민 신청 가능

- 피난처 사역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사역을 개척하고 창조적으로 만들어 하는 일이 보람 있고 재미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320여명의 난민인정자가 있는데요, 난민 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저희 활동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례도 있고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분위기에서 우리 도움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은 그룹도 있었죠. 이런 게 보람이죠.

- 올 7월에는 난민법이 시행된다고 하는데 이 법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우선 출입국항(항구, 공항)에서 난민신청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사실 난민이 국경을 넘을 때 ‘내가 난민이니까 보호해 달라’고 신청을 할 수 있어야죠. 그런데 관련 규정이 없었고 대부분 국경에서 난민신청을 못하는 것처럼 이해했죠.

그래서 점잖게 잘 입고 비즈니스맨인 것처럼 여행 온 사람처럼 속여서 들어오면 문제가 없고 난민처럼 해서 오면 쫓겨나는 모순이 생겼습니다. 진짜로 난민신청하러 왔으면 난민신청을 출입국항에서부터 받아줘야 정상이겠죠. 법적으로 이를 보장해준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밖에도 난민신청인정절차에 관한 문제, 난민신청대기자에 관한 생활보장 문제 등 기존에 난민과 관련돼 제기된 문제들을 정리해서 법제화했죠.

- 해외 난민촌 조사.지원 사역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해외 난민촌에 대해서 소개해주신다면?

난민촌은 대량집단난민, 즉 어떤 재난이나 전쟁이 발생해 대량의 난민이 발생할 때 세워집니다. UN이 난민촌을 관장하죠. 재난구호에 관한 국제적인 활동기준과 매뉴얼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난민촌이 건설됩니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난민촌은 태국의 미얀마인 난민촌인 멜라캠프와 가나의 라이베리안 부드부람 난민캠프가 있습니다. 그런 곳에 가봤습니다.

난민촌에 가면 난민들이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 이런 활동을 하면 좋겠다, 하는 아이디어가 막 떠올라요. 그런데 난민촌에서는 아무런 일도 못하게 하더라고요.

현지 정부에서 난민들이 정착해 살 것을 우려해 일을 못하게 하는 거에요. 최소한의 지원만 허락하고 난민들이 빨리 떠나길 바라죠. 유엔도 현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독자적인 사업을 하기는 어렵구요. 안타깝더라고요.

- 탈북자를 위한 난민촌 활동에 관해서는?

해외에 공인된 대규모 난민촌을 세우는 것은 여러모로 어렵습니다. 해외 탈북난민보호를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는 소규모 안가(shelter) 형식이 적합하다고 봅니다.

다만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언젠가 대규모 북한 난민이 남한으로 올 수 있습니다. 그때 한국에서 어떻게 난민촌을 세우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A지역에서 온 북한 난민은 B교회, C교회에서 각각 몇 명 정도를 수용한다는 식의 계획이 있으면 좋습니다. 물론 정부 차원의 계획이 있겠지만 시민단체에서도 미리 논의를 하고 준비하면 나중에 정부와 협력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탈북난민촌은 소규모 안가 형식이 바람직

- 피난처의 향후 계획(비전)은 무엇입니까?

피난처는 난민을 돕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계속 우리가 돕는 것이 아니라 난민들이 다른 난민을 돕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또 현재 이 분들이 당하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나아가는 게 우리의 방향이에요.

무엇보다 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금년에 피난처를 평생교육시설로 등록할 예정이고요. 한국생활에 필요한 교육, 향후 귀국할 때 필요한 교육 등을 하죠. 난민들이 한국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그냥 견디며 보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탈북 난민은 우리 동포니까 도와야 한다는 공감을 하는 게 그리 어려운 것 같진 않아요. 그런데 외국인 난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도 못 사는 사람도 많고 노숙자도 많은데 외국에서 온 가난한 사람들 도와줘야 하나?’ 라며 ‘자꾸 도와주면 더 많이 오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난민이 가난한 사람은 아닙니다. 일시적으로 전쟁이나 박해가 있어서 피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죠. 오히려 지도자층에 있던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로) 피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인간이라면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죠. 만일 우리가 피난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도움이 필요하겠죠.

우리 자신이 난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려보고 우리 동포인 탈북자들이 난민이 된 상황을 생각해보면서 우리 곁에 있는 난민들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 전해솔 기자 nkrefugee@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