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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3월 26일 저녁 9시 22분. 그때 파괴된 것은 1,200톤짜리 군전투함만은 아니었다.
- 똑같은 사건을 두고도 이 사건을 정의하는 명칭은 다양하다. 폭침, 침몰, 피격, 사고, 좌초. 이 중에서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천안함은 이미 매우 정치적인 소재다.
- 정부는 그동안 이 사안에 휘감긴 논쟁들을 ‘진실’로 수렴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한국 10여개 기관의 전문가 25명과 군 전문가 22명, 국회추천 전문위원 3명, 미국·호주·영국·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 결국 5월 20일 “이 사건은 북한의 도발이자 침략행위로 국제적 대응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지만 그것은 거대한 음모론의 프롤로그일 뿐이었다. 내부폭발설, 피로파괴설, 좌초설, 정부조작(자작극)설 등 북한의 소행만 아니라면 어떤 반론이든 다 ‘합리적’으로 간주하는 일각의 분위기는 사건 3주기를 맞은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2012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고 믿는 2-30대는 55%에 불과하다. 2010년 6월, 직접 ‘어뢰 부식 실험’에 나섰던 한국대학생문화연대와 고려대학교 이과대, 문과대 학생회 역시 그 일부였을 것이다. 경기도 평택의 해군 2함대에는 천안함 잔해가 공개되어 있지만 폭침에 의문을 제기했던 단체가 방문한 적은 없다고 한다. 이쯤 되면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천안함이 따로 있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
- 2012년 12월, 대선을 2주 앞둔 시점에서 <천안함은 좌초입니다>라는 제목의 출간된 것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면 안 되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드러내 준 좋은 사례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각국의 전문가보다도 해군 소위를 거쳐 조선소에서 근무한 저자 신상철의 좌초설을 더 신뢰할 사람들은 많다. 도올 김용옥은 “만일 북한이 공격을 안했다면 북한 사회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고, 국회에 6명을 진출시킨 통합진보당은 오늘도 이 사건을 사고로 정의하며 ‘한반도 평화’를 거론했다.
- ‘의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국면에 ‘의심’의 프리즘을 덧씌워 어떠한 규명의 노력에도 자세를 바꾸지 않는 것은 그저 자기 자신의 노예가 되었음을 웅변하는 행동일 뿐이다. 2010년 3월 26일 저녁 9시 22분. 그때 파괴된 것은 천안함만이 아니라 어떤 이들의 이성과 지성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천안함’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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