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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의 지성들이여. ‘살인마 김현희’가 TV에 나오는 것을 불편해 하기 전에 그 살인마를 ‘제조’한 북한정권에 대해서 분노해 보라.
- 2013년 1월 15일의 MBC를 영화제목으로 비유한다면 ‘미션 임파서블’이요 ‘007 위기일발’이었다. 밤 11시부터 방영된 <MBC 특별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은 방송 당일까지도 송출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15일은 KAL 858기 폭파사건 직후 체포된 김현희가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는 기자회견을 한지 꼭 25년 되는 날이기도 했다.
- 우여곡절 끝에 방송된 특별대담에서 김현희가 진술한 내용은 다시 들어도 충격적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기관과 국회의원, 정의사제구현단, MBC 등의 방송사까지 가세해서 “김현희는 가짜”라는 논리를 설파한 정황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前의원의 남편이자 이석기의 변호인이었던 심재환 변호사는 2003년 <PD수첩>에 출연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 “김현희는 완전히 가짜다. 그렇게 딱 정리를 합니다.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르지만 절대로 북한 공작원,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우리는 단정을 짓습니다.”
- 15일 밤에 긴급 편성된 대담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지속된 ‘김현희 가짜론’에 대한 반박의 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논쟁의 진원지 중 하나였던 MBC에서 오해를 푸는 시도가 시작되었다는 점은 심정적으로도 이제야 뭔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 김현희는 방송에서 “내가 가짜라면 대한민국은 테러국가인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범 스스로가 “내가 진짜 테러범”임을 증언해야 하는 상황이 기상천외하다는 걸 부정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15일의 MBC 방송을 애써 긍정할 수밖에 없는 건 애초부터 있어서는 안 됐을 왜곡과 거짓선동이 이미 너무 많이 파급되었기 때문이다.
- 전국 기준 6.3%라는 낮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논란은 예상한 것만큼이나 뜨겁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매우 1차원적이라는 점이다. 조선일보에서 영화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소설가 정이현의 트위터를 보자.
- “멘붕이라는 조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였나 보다. 텔레비전에서 김현희 토크쇼를 보게 되다니........ 삼십년은 어떤 시간일까.”
- 명색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라면 눈에 보이는 것 이면의 진실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현희가 단순한 ‘토크쇼’에 출연한 것으로 보이는가?
- 김현희라는 인물부터가 이미 단순하지 않다. 어려서부터 주체사상을 주입받았고 17세부터 8년 동안 테러 투입훈련을 받아 자신의 행동이 조국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KAL기를 폭파했던 그녀다. 15일의 방송은 수많은 유가족들의 가슴에 피눈물 나게 한 그녀가 ‘사건의 주범은 대한민국’이라는 쓰레기 논리에 참담한 심경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던 바, 이 방송의 어디가 ‘쇼’로 보이는가?
- 정이현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비판자들은 김현희의 TV출연 자체가 유가족들의 상처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살인병기 김현희의 생존과 TV출연이 그토록 불편하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살인병기를 제조하고 있는 북한정권에 대한 불편함은 어떻게 참고 있는 것일까?
- 이 시대의 지성들이여. 진정으로 유가족들의 상처를 우려하고 있다면 “김현희는 가짜”라고 주장했던 모든 정치인, 방송인, 종교인, 문화인들에게 엄중한 사과를 요구하라. 그들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한국을 테러국가로 치부함으로써 유가족들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은 ‘국가적 사기꾼’들이다. 그들과 헌법을 공유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불편하지 않은가?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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