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는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 대선에 이어 중국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11월 8일부터 열린 제18차 당대표대회에서 총서기로 취임하면서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 새 지도부의 출범을 공표했다. G2 시대의 새로운 막이 오른 것이다.
두 지도자는 침체된 국내 경제에 일단 전념할 것으로 보이지만 머지않아 아시아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신국방전략 지침’(2012. 1. 5.)은 미국의 상당한 국방비 삭감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미국이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할 것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시진핑 역시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산시키기 위한 ‘아시아의 맹주’ 역할을 해나갈 것이 자명하다.
미 프린스턴대학의 애런 프리드버그 교수가 일찍이 예시한 “오바마와 시진핑의 21세기 패권전쟁은 아시아에서 벌어질 것이다”라는 전망이 설득력이 있게 들리는 이유이다.
시진핑이 후진타오(胡錦濤)로부터 물려받은 중국은 군사·경제 대국이다. 2002년에 불과 1.45조 달러이던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에 7.32조 달러로 크게 늘었다.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한 덕분이다.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하며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했다.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역시 중국의 새로운 위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1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국방비와 첫 항공모함의 항해는 중국이 경제강국에 이어 군사강국 대열에도 합류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결국 지역패권 탈환을 꾀하는 중국의 의도는 시진핑 체제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거대한 중화경제권 건설, 남중국해에서의 남해구단선(‘Nine-dashed Line’)을 위시한 영유권 주장, 그리고 지역거부전략(Anti-Access/Area Denial)의 확립은 중국이 추구하는 패권 시도의 일환이다.
동해 및 태평양 진출을 향한 중국의 나진·청진항(북한) 장기 사용권 확보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이어도에 대한 느닷없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도 중화제국 건설이라는 중국의 계속되는 야심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진핑은 국제문제 해결에 앞서 산적한 국내 현안부터 처리해야 하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우선 만연된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정치 개혁이 시급하다. 또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초래된 사회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이 일본을 능가하는 경제 규모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총인구 13억5000만 명중 10억이 넘게 아직도 빈곤층에 속한다는 점은 경제대국 중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양극화 해소와 경제시스템 선진화는 시진핑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 사회 불만이 커져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다면 1989년과는 달리 휴대폰 사용자가 10억 명이고, 네티즌이 4억인 현재, 시진핑이 아니라 모택동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G2라고는 하지만 우방국이 별로 없는 점도 시진핑 체제가 해소해야 할 미래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중국은 14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쓸만한 우방으로 꼽을 만한 나라가 없다.
고작 파키스탄, 북한 정도인데 글로벌 리더 역할을 추구하는 중국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국가들이다. 반면 미국의 아·태 지역 활동 범위는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은 중국의 15개 주변국과 다양한 차원의 군사협력을 맺고 있다.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과의 굳건한 동맹은 물론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베트남, 인도, 태국, 대만, 심지어는 몽골과도 군사협력을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지역 경계심의 결과이다. 중국이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을 일삼고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왜곡을 하면서 초래한 업보가 아닐까 평가할 수 있겠다.
중국이 명실상부한 강대국의 대열에 진입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제사회로부터 G2, P5에 버금가는 존경을 받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따라서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는 시진핑 체제가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존경받는 글로벌 리더로 만들지, 아니면 지금같이 주변국에게 눈총이나 받는 미숙한 강대국으로 남길지는 미지수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교역국이다. 우리 수출의 1/3이 중국으로 간다. 시진핑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미국과 불필요한 경쟁을 벌여 동북아 안보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래한국)
이정훈 부회장.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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