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차기정부에 바란다
대북정책, 차기정부에 바란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10.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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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국제회의] 국내외 북한전문가 대거 참여

세종연구소(소장 송대성)가 지난 10월 11일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 :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날 학술회의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 바실리 미케프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부소장 등 해외의 북한문제 전문가와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성 김 주한 미대사의 축사와 현인택 전 통일부장관의 기조연설로 시작돼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참석해 오찬사를 했고, 회의를 주최한 세종연구소 송대성 소장은 회의의 3부 사회를 진행했다. 대학생과 노년층을 비롯한 방청객도 200여명 참석해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의 원인과 전망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제목대로 과거 정권이 펼친 대북정책의 성과를 돌아보고 차기 정부가 선택할 대북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였다. 오는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두 달 남짓 남긴 시점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대북정책은 과연 무엇인가를 학술적으로 따져보자는 의미다.

 

美·日·中·露·EU 대북정책 시각차 흥미

회의는 세 개의 섹션으로 나눠 미국·일본·EU(제1회의), 중국·러시아(제2회의) 등 해외 주요 국가의 시각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 후, 한국의 차기정부가 어떤 원칙으로 대북정책을 집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망(제 3회의)했다.

주제 발표에 앞서 성 김 주한 미대사는 축사를 통해 “현재 한미관계가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고, 북한에서도 변화의 징후가 보여 지금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진단해 볼 적기이다”면서 이번 학술회의의 의미에 대해 평가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현 정부 대북정책의 원칙과 당위성에 대해 역설했다. 현 전 장관은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북한 개방을 통한 자유로운 협력과 발전이 우리 정부 대북정책의 목적이다”며 “북한이 거북스럽게 생각한다 해서 말을 꺼내지도 않는다면 무엇을 위해 대북정책을 하느냐”고 말했다.

현 전 장관은 또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지역의 평화는 없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지나치면 자칫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용인론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문제는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폐기해야 하는 ‘머스트(must)’의 문제”라며 “북한의 핵개발이 어느 수준에 와 있든 원점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빅터 차, “(리설주) 미니스커트 무의미”

이번 학술회의의 제1회의는 ‘외국의 시각에서 본 한국의 대북정책Ⅰ(미,일,EU)’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장의 사회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이 미국의 시각에서 대북정책을 평가했고, 패트릭 크로닌 신미연구소 선임고문과 이즈미 하지메 스즈오카대 교수가 각각 EU와 일본 시각을 대표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바라보는 북한의 새 정권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빅터 차 교수는 ‘하이힐과 미니스커트의 무의미함’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북한 김정은 정권의 변화 조짐에 대해 “무의미(dead-end)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북한에 개혁이 없는 경우 새로운 지도자는 북한 사회와 군부의 불만스러운 요소에 대해 더 많은 통제권을 갖기 위해 더욱 엄격한 이데올로기를 세뇌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북한이 개혁을 시도한다 해도 “북한사회 내에 통제할 수 없는 즉각적으로 솟구치는 기대감이 형성될 것”이라며 북한의 새 정권이 개혁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어려운 상황을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교수는 발제에 앞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북한의 대응이 아닌 정부가 어떤 원칙으로 정책을 집행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런 면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해선 “휴대폰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이 넘었고, 인터넷 접속 가능자 수가 4,000명을 넘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며 “휴대폰과 인터넷은 일단 익숙해지면 파급효과가 커 이런 점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대북정책: 미래를 위한 과거의 교훈’이란 발제문을 내고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해 “상호작용 없는 대북포용정책으로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었을지는 모르지만 한국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리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이라는 조건과 원칙에 입각한 포용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연구소 선임고문은 ‘유럽과 북한: 상충되는 안보와 인도주의적 자극’이라는 발제문에서 안보와 인도주의라는 양 축을 기준으로 유럽의 대북정책을 소개했다.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강조한다.

크로닌 선임고문은 “EU는 안보문제보다 인도주의적 사안과 인권, 에너지와 같은 초국가적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유럽의 지도자들과 안보기관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과 충돌 가능성에 대해 더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러, “北 시장경제가 유일한 통일 방안”

일본의 이지미 하지메 스즈오카 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관점에서 한국의 대북정책을 평가했다. 그는 통일에 대한 재정적 준비와 기존에 남북 간에 합의했던 남북합의서들을 되살려 지키는 노력을 주문했다.

‘외국의 시각에서 본 한국의 대북정책Ⅱ-중, 러, 한국정부’의 주제로 진행된 제2회의에선 주펑 북경대 교수와 바실리 미케프 러시아의 국책연구기관인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 부소장,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 발표를 했다.

제2회의에선 특히 북한의 우방인 중국을 대표하는 주펑 교수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정책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런 정책이 북한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협상카드로 사용했던 핵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그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선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펑 교수는 또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북한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 대통령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실행됐던 햇볕정책으로는 당분간 되돌아가지 않는다”며 “남북한 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얼마나 행동을 바꾸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내부의 변화 이전까지는 비핵화 추구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러시아의 바실리 미케프 부소장은 “북한이 중국보다는 소련의 사례를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케프 부소장은 ‘러시아인이 본 한국의 대북정책’이라는 발제문을 내고 국제적 협력을 기반으로 북한에 대한 완전 개입정책을 주장했다.

미케프 부소장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전통적인 햇볕정책은 효율적이지 않았고, 통일을 가져오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이 시장민주주의 원칙을 받아들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이 정상적인 상태로 변하게 하는 것이다”라면서 “완전개입과 새로운 호혜전략은 한국의 대북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 문제에 있어 양보를 요구하기보다는 농업과 소유권 형태에 대한 개혁 등의 실질적인 변화에 대한 대가로 북한 정부에게 경제 지원을 해야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 정부 자체적으로는 현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철저하게 원칙을 지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했고, 국민 대다수는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자평했다.

“상호주의 전제로 개입정책 추진해야”

제3회의는 앞서 발제와 토론을 맡았던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주제로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 대북정책의 고려사항과 함께 현재 북한의 실체와 정세를 진단하고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했다.

현재 북한의 현실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미국의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권력승계는 일단 순조롭게 마무리 됐지만 대외정책에서 변화의 움직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의 미케프 부소장은 김정은의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의심되고, 여러 면에서 북한 정권은 붕괴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의 길을 따를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정권이 붕괴한 동독의 사례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았다. 특히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통일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교수는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극심한 기아 상황으로 정권 유지가 힘들었다”며 “이때 햇볕정책으로 붕괴 직전의 정권을 소생시킨 셈이 됐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군사적 억지력과 조건을 내건 상호주의를 전제로 한 개입정책을 취할 것을 주문했다. 미케프 부소장은 “6자회담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북한의 최대한 다양한 대화채널을 통해 전면적 개입정책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상호주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란코프 교수도 개입정책을 지지했다. 그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변화의 압력을 키워야 한다”며 “북한의 하급 엘리트, 교수 등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고 인간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교수는 차기 정부 대북정책의 고려사항에 대해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한 내 인권의 개선, 통일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남북간계 개선만이 목표일 수는 없다”며 “차기 정부 대북정책에서도 통일이란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미래한국)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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