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손자 김한솔이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촌인 김정은과 할아버지인 김정일을 독재자로 표현했다. 이는 남한 내에서 친북이나 종북 세력의 활동이 여전한 상황에서 북한 최고위층의 직계 가족이 북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보스니아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김한솔은 몇 개월 전 학교를 방문한 핀란드TV와의 인터뷰에서 “왜 삼촌이 지도자에 임명됐느냐”는 질문에 “아버지(김정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삼촌(김정은)이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 난 모른다”고 답하며 김정은을 독재자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솔은 지난 10월 16일 공개된 이 인터뷰에서 북한에서의 성장 시절을 회고하며 “외가에서 자라서 할아버지(김정일)가 독재자인지 몰랐다”면서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도 독재자로 표현했다. 김한솔이 언론과 공식적인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정일과 김정은의 가족이 북한 실정에 대해 언급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북한으로 돌아가 주민의 삶을 개선하겠다”
김한솔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아들로 1995년 평양에서 태어나 수 년 간 거주하다 마카오를 거쳐 현재는 보스니아의 국제학교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UWCIM)’에 재학 중이다. 인터뷰는 UN 사무차장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인권 특사를 지낸 핀란드 출신 정치인 엘리자베스 렌이 진행했다.
김한솔은 학교생활과 북한의 실정 등에 대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직접적이진 않지만 우회적으로나마 북한 주민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부모로부터 음식 먹기 전에 배고픈 사람들을 생각하고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라고 교육받았다”며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 주민들의 삶의 여건을 낫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대학 졸업 후에는 “인도주의 활동(humanitarian project)에 참여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한솔은 더욱이 지난해 불붙었던 아프리카 민주화 열풍에도 관심을 보이며 북한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 암시했다.
그는 학교생활에 대한 질문에 “기숙사 룸메이트인 리비아 출신 친구로부터 리비아 혁명에 대해 들어 흥미 있었다”고 했다. 아프리카 민주화는 북한에서도 변화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썼던 사건이어서 김한솔의 이런 시각은 매우 전향적이다.
김한솔은 남북관계나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남한에 갈 수 없고 그곳의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게 너무나 슬프기 때문에 나는 통일을 꿈꾼다”며 “내년에 한국 학생 1명이 1학년으로 들어올 예정인데 정말 재미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한쪽 편만 들지 않는다. 남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남한과 북한의 단점과 장점을 바로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건재 중인 남한내 친북. 종북주의
현재 북한의 집권자 김정은의 조카인 김한솔의 이번 인터뷰는 북한이 독재 정권이고 주민들의 생활이 편안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남한 내 종북세력은 아직도 백두혈통이라며 3대세습을 지지하며 북한주민의 인권에 눈감고 있는 데 대해 뒤통수 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친북적인 입장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감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차 평양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수대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 주권의 전당’이라고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24일에는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 김정일 사망 100일을 맞아 무단 방북해 북한 정권을 찬양하고 돌아왔다. 그럼에도 범민련은 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결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활동 중이다.
특히 좌파진영에서조차 종북주의자라고 비판 받고 있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대선 후보로 확정돼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또 민혁당 하부의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여전히 19대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민혁당은 서울대 법대 출신의 김영환, 하영옥 등이 주축으로 결성된 단체로 법원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을 달성하기 위한 노동자, 농민의 지하 전위당으로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바 있다. (미래한국)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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