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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닮았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 김정일의 손자이자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17)이 16일(현지시각) 핀란드 yle-TV와 가졌던 인터뷰 영상이 오후 2시 한국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인터뷰어는 핀란드의 첫 여성 국방장관을 지낸 엘리자베스 렌(Elisabeth Rehn). (김한솔 인터뷰 영상 보기)
- 왼쪽 귀에 두 개의 작은 귀걸이, 검은 뿔테 안경과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그의 모습은 유복하게 자란 도련님의 이미지를 환기시켰다. 그는 현재 보스니아의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UWC Mostar) 재학 중이다.
- 그의 입에서 나온 말도 김정일의 손자, 심지어 장손의 언어라고 하기에는 이채로운 것이었다. “평양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인 김정일이나 삼촌인 김정은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그는 “(남‧북한) 어느 한쪽 편만 들지 않는다. 남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고 “언젠가 북한에 돌아가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꿈을 꾸곤 한다. 통일에 대한 꿈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 이러한 김한솔의 ‘자유로운’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아버지 김정남을 이해해야 한다.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김씨 왕조의 ‘장남’인 그는 북한 최고의 ‘이단아’이기도 하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 김정남만큼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한 직계 자손은 없기 때문이다.
- 김정남은 3대 세습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01년에는 위조 여권으로 도미니카 공화국 위조 여권을 가지고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적발,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일면 기행(奇行)을 일삼는 것으로 보이는 김정남은, 그러나 한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존재였다. 장남이라는 혈연도 그렇지만 김일성의 사위인 실권자 장성택이 김정남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故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역시 2008년 “김정일의 후계자로 김정남이 지목될 것”이라고 말하며 장성택의 지지를 그 근거로 들었다.
- 하지만 치열한 권력투쟁의 결과 김정남은 결국 후계자 구도에서 탈락, 김정일 사후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조차도 끼지 못하는 큰 아들이 되고 말았다.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그는 아들 김한솔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 김한솔은 인터뷰 중 아버지 김정남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권층이라는) 배경은 모두 잊어라. 굶주리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네가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소년 김한솔은 지금 ‘통일에 대한 꿈’을 어떠한 방식으로 그려가고 있을까.
-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8일자 기사를 통해 “부르죠아 자유화 바람에 물젖으면 정신 도덕적으로 타락 변질되게 된다”고 말하며 자본주의의 자유를 ‘마약’에 비유했다. 나라 밖, 그것도 김정일의 장손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이 마약은 어쩌면 북한의 미래에 의미 있는 변화를 야기할지도 모른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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