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식 개성공단 활성안 문제없나
묻지마’식 개성공단 활성안 문제없나
  • 미래한국
  • 승인 2012.09.28 1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경분리원칙 실종된 운영은 오히려 지뢰밭

국가안보와 관련된 신중한 논의 필요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소강상태에 있던 남북경협이 김정은 체제에서 다시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이 노동력 공급을 제한하다 최근 다시 노동력 공급을 대폭 늘림에 따라 생산도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착공식을 시행한 지 9년만에 연간 생산액 4억 달러의 공단으로 성장했다. 2012년 4월말 현재 123개 기업에 5만1,500여 명의 북측 근로자가 고용돼 있고 누적 생산액은 16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연간 생산액은 2005년 1491만 달러에서 2007년 1억8000만 달러, 2008년 2억5000만 달러, 2010년 3억2000만 달러, 2011년 4억 달러로 증가했다. 2011년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남북 교역은 17억 달러로, 남북간 상업적 거래의 약 99.7%를 차지하고 있어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경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경쟁력도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동 부문과 토지, 인센티브와 물류 부문에서 국내 중소제조 기업의 생산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 및 국내 공단에 비해 경쟁력이 향상된 것으로 조사된다.

특히 개성공단은 언어 소통이 자유로운 양질의 노동력이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저렴하게 제공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명목상으로 보면 최저 임금의 경우 개성공단은 월 63.8달러로 중국 청도공단의 1/3, 베트남 탄뚜언 공단의 2/3, 한국 안산 시화공단의 1/13 수준이다.

2012년 최저임금 인상률도 중국 청도공단이 전년 대비 13%, 베트남 탄뚜언공단이 전년 대비 29%에 달하는 데 반해 개성공단은 연 5% 이내로 법규로 제한되고 있다.

토지의 경우 개성공단의 토지 가격은 1㎡당 39달러로 중국의 1/3, 베트남의 1/5, 안산의 1/16에 달한다. 특히, 개성공단은 2014년까지 토지사용료 납부가 면제되는 반면, 중국과 베트남은 외국기업의 토지사용료 면제 혜택이 폐지돼 개성공단의 메리트가 증가했다는 평가다.

세제상 혜택면에서도 일단 유리한 점이 있다. 개성공단은 14%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윤발생년도부터 5년간 면제, 이후 3년간 50% 감면해주는 세금 우대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2008년부터, 베트남은 2009년부터 외국인 기업에 대한 우대 제도가 폐지돼 내외국인 기업에 동일한 25%의 소득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물류 부문에서 개성공단은 지리적 인접성으로 물류비가 중국과 베트남보다 저렴하며 남북간 거래에는 무관세를 적용 받고 있어 관세 측면에서도 유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베트남에서 유턴하는 중소기업들이 관심

개성공단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주장은 최근 중국과 베트남으로부터 철수하는 국내 중소기업들 때문이다. 이 나라들의 인건비 급속 상승과 함께 각종 외국인 투자 혜택이 줄어들면서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대한상의가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상의는 지난 8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위기극복과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건의문을 전달했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제시할‘대선공약’에 개성공단 활성화 공약을 요구한 것이다.

상의는 급격히 후퇴한 남북 간 교류협력 회복을 위해 제2의 남북경협 공단을 남북 접경지역이나 인근에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제2공단이 남북경협 확대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개성공단을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상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해 관세 혜택을 줄 것도 요청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입장도 상의와 같다. 박해철 중소기업중앙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지난 9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조경태 민주통합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한반도 경제 공동체 구상과 남북 경협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개성공단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한계에 봉착한 중소기업들의 돌파구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서 “개성공단을 최저임금과 평균임금이 급상승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돌아올 U턴 기업 특구로 삼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려는 상황이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부회장은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 중 협의회로 개성공단 입주 가능성을 묻는 기업인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통일부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지식경제부가 경제협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정옥 통일부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장은 “5.24 조치는 경제협력보다 고차원적인 안보의 측면에서 내려진 조치로 북한의 전면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철회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토론회를 마련한 조경태 민주통합당 의원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경협을 되살리려면 늦다”며 “19대 국회에서 뜻을 함께 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힘을 모아 대북정책의 방향을 전환해 개성공단이 중소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밋빛 낙관에 감춰진 위험 바라봐야

이렇듯 개성공단에 대한 활용도 제고와 규모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정작 개성공단을 안보와 관련해 생각해 보는 발언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상의와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 그리고 민주당의 주장처럼 묻지마식의 개성공단 확대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과연 개성공단의 확대가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그것은 북한의 주장일 뿐, 검증된 바는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해 언제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통제와 허용을 반복함으로써 남한 기업들과 정부를 기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체제가 너무 다른 남.북간에 서로 신뢰할 만한 프로토콜이 아직 없다는 점에서 지금의 개성공단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 함정이란 무엇일까.

첫째, 개성공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경쟁력이 뛰어난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물류에 있어 북한의 통제를 받는다. 개성공단은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생산증대를 위한 코스트면에서 불리하다. 또한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정보 활용면에서 불리하다.

둘째, 개성공단의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맞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노동생산성의 70% 수준이다. 아울러 자본주의체제에 익숙하지 않은 정서와 남한을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탓에 이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현지 기업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근로자들의 초코파이 선호 이야기는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해석된다는 지적도 있다. 남한 입주기업들이 잔업 수당이나 야근 수당을 준다 해도 북한 근로자들은 이를 거부하는데 그 이유는 현금 수당을 북한 당국이 가져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식으로 주는 초코파이의 경우 북한 근로자들이 이를 장마당에 내다 팔아 필요한 물건이나 돈으로 바꿀 수 있어 이 초코파이에 집착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 당국이 언제든지 북한 근로자가 받는 초코파이를 강제 매입해서 자신들이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다만 그 규모나 정서상 두고 볼 뿐이다.

셋째, 북한의 일방적인 통제와 폐쇄 가능성이다. 흔히 개성공단이 북한에 달러를 벌어주기 때문에 남북간의 웬만한 갈등이 생겨도 개성공단만큼은 유지된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지난 천안함과 연평포격 사건에도 개성공단은 폐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북한이 다음의 도발시에도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은 김정은과 그 일당의 판단에 의해 모든 것이 가능한 국가다. 개성공단 폐쇄와 남한 근로자 억류는 북한이 서해안 도서 점령과 함께 국정원이나 군 정보당국이 항상 가능한 카드로 꼽고 있는 북한의 전략이다.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남한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주하는 남한 인력 역시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비상시에 그만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는 기회비용 상당히 존재

넷째, 개성공단의 입주기업들이 과연 이윤을 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지난 7월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A사는 2010년 회계연도 이윤에 대해 지난해 북측에 7,000달러 가량의 기업소득세를 납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성공단 가동 이후 우리 기업이 북측에 세금을 납부한 첫 사례다. 남측 기업들의 이윤 창출이 본격화하면서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 세금규정'에 따르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입주 기업은 결산이윤의 14%를 기업 소득세로 납부하게 돼 있다. 다만 이윤 발생 연도부터 5년간은 기업소득세를 전액 면제 받고 이후 3년간은 50%를 감면 받는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달 입주기업들에 대한 회계감사를 통해 세금을 속일 시에 200배에 달하는 징벌금을 매기겠다고 통보한 사실이 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남한 기업들을 근본적으로 자신들의 경제적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와 관련해 한 익명의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는“북한은 마치 조폭 같다고 보면 맞다. 많이 주면 더 달라고 떼를 쓰고, 조금 주면 아예 협박조로 나오게 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그들의 달러 확보 수단과 비상시 인질 대상 외에 남북간의 평화적 관계의 징검다리라는 생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북한 당국에게 개성공단은 그들의 현금 착취대상일 뿐 기업들이 이윤을 남기고 재투자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한다.

정경분리원칙 실종되면 남남갈등의 지뢰밭

마지막으로 지적할 문제는 개성공단이 정경분리의 원칙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 않은 현실의 문제다. 개성공단은 남북간 정치적 간섭 없이 순수한 경제적 입장에서 운영되기로 합의된 사업구조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발발로 인해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 개성공단의 해외주문은 급격히 감소했었다. 해외 바이어들의 입장에서 남북간의 문제로 인해 납품기일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자 입주기업들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남북갈등으로 인한 경제피해를 보상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입주기업들은 철수시에 남북경협자금에서 그들의 손실을 보전해 달라는 무리한 요청마저 서슴지 않는 모럴 해저드를 보여줬다. 다시 말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이해관계는 언제든지 정치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것이 남남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개성공단 내 문제가 생기면 입주기업들이 북한 당국과 스스로 협상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남한 정부의 개입과 해결을 요청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초기 개성공단의 운영 원칙인 정경분리가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문제 발생 시에 해결 주체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남북간에 평화와 교류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상호 신뢰가 회복되고 남북이 하나로 통일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번영을 누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원이다.

하지만 그러한 소원을 이루려면 먼저 남북간에 분명한 교류의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북한을 시장경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이지 우리가 그들의 체제원리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과 정부관료, 그리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러한 원칙을 너무나 자주 잊는다. 그저 ‘우리민족 끼리’라거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감상적 민족주의와 때로는 정부의 지원을 지렛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나 바라는 얄팍한 상업주의로는 개성공단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개성공단에 대한 묻지마식의 활용과 확대 논의는 국가안보라는 문제와 결부돼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 @futurekor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