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판단할 때 모순된 점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2008년 2월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 이전에 대통령 자리에 앉았던 두 명의 진보주의자들은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확고히 추진했다.
그 가운데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식량과 비료 원조 뿐 아니라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성사 대가로 수억 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보수적 대통령보다 진보 성향의 대통령이 더욱 강경한 외교정책을 펼치는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줄이면서 대외정책의 축을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 이는 중국의 팽창주의와 한국에 대한 도발을 증대할 수 있는 북한 김정은 체제를 강력히 억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를 거듭 확고히 하면서 주변 국가들이 중국에 맞서도록 격려하는 데 단호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강경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한미 양국 대통령 간의 관계가 최근 몇 년처럼 좋았던 적은 거의 없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이번 11월에 이겨야 할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미국 내 영향력이 크고 부유한 유대계 커뮤니티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우려에는 집중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북한과 이란에 대한 정책은 두 나라가 미사일과 핵장비를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떼어낼 수 없게 연결돼 있다.
북한은 수년 동안 이란에 미사일을 수출해왔고 핵장비에 필요한 노하우와 부품들을 이란과 공유해왔다. 이 거래들은 특히,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하의 국가들 간 협력으로 해상 운송이 어려워지자 중국을 경유하는 소련제 수송비행기를 통해 더욱 이뤄지고 있다.
해상 운송은 미사일을 싣고 가던 북한 선박이 중간에 발각돼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내진 사건이 두 차례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잘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임자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란과 북한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양국의 지도자들이 ‘과학, 기술, 교육’에 대한 협정에 최근 서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영도적 지도자’, ‘원수’ 김정은이 인도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 문서에 서명한 것은 아니다. 대신,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공식적인 협약식을 가졌다.
86세의 김영남은 명목상 북한의 국가수반으로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도 동일한 직함을 갖고 고위급 대외관계에서 북한을 공식 대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김영남이 테헤란에서 열린 ‘비동맹회의’에 참석한 후 이 협정에 서명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비동맹회의에 참석한 국가 대부분은 전혀 비동맹이 아니다.
이란과 북한의 관계가 강화 및 공식화되는 것은 분쟁의 폭이 중동에서부터 동북아시아까지 확대된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에게 이란이 건설 중인 원자로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기 전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는 데 미국이 지지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있는 마당에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을 하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고 이 분쟁이 동북아시아까지 번져가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정책이 다소 부드럽게 들리지만 공화당이 강경한 대외정책을 채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상징하는 빈 의자를 향해 형편없이 한 말 가운데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국무장관을 역임한 콘돌리자 라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이 자유세계의 지도자라는 것을 전 세계에 분명히 하는 데 무능했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그녀는 국무장관 시절 힐리러 클린턴 현 국무장관보다 훨씬 무능했다.
한때 북한에 단호했던 부시 대통령의 강경책을 약하게 하고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시키겠다며 쓸데없는 6자회담에 빠져들게 한 장본인이 바로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었던 것을 기억하라.
부시 대통령 재임 때도 매우 유화적인 외교정책을 펼친 공화당은 강경한 외교정책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강경해 보인다.
공화·민주 전당대회에서 나오는 모든 연설을 듣고 나면 미국인들은 한국인들 만큼이나 어떤 미국 정치인이 강경한 외교정책을 정말 펼칠 것인지 분간하는 데 혼동스러울 것이다.(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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