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사일 능력, 동북아 안보에 오히려 긍정적
한국의 미사일 능력, 동북아 안보에 오히려 긍정적
  • 미래한국
  • 승인 2012.08.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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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박용옥 전 국방차관(평남도지사)
 

최근 한미미사일협정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 이하로 제한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하고 탄두중량을 늘려야 한다는 한국측 주장에 미국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초 국방부 군비통제관, 정책실장, 주미 국방무관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역임하며 직간접적으로 미사일 문제에 관여한 박용옥 전 국방차관(평남도지사)으로부터 한미미사일협정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들어본다.

- 한미미사일협정은 언제 시작된 것인가요?

1980년대 우리나라가 미국 기술을 이전 받아 미사일을 처음 개발하면서 1990년에 탄도미사일을 180km, 500kg 이하로 한다는 보증서한을 미측에 제공한 바 있습니다.

미사일이 평양까지 도달하지 않게 하는 등 북한에 대한 공격을 억지하는 차원이었죠. 우리는 그후 계속 700-800km로 사거리를 연장할 것을 요구한 결과, 90년대 말 미측은 300km, 500kg 이하로 하는 데 동의하게 됐습니다.

순항미사일은 탄두를 500kg 이하로 하는 한 거리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죠. 순항미사일의 경우 우리나라가 기술이나 정확도 면에서 상당한 수준입니다. 북한이 노동, 대포동 등 미사일의 사거리를 계속 늘리고 핵개발을 하며 천안함. 연평도 도발 등을 자행하는 상황에 우리가 탄도미사일 사거리의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한미 연합 방어 시스템만으로는 한계

- 핵심 쟁점은 무엇입니까.

현재 우리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격이긴 하지만 미국도 입장을 바꿔야 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사거리 외에도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도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민간 로켓도 액체연료를 써야 한다는 것이죠.

2015년 전시작전권 환수 이후에 안보 공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또 미사일 개발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 만큼, 한국은 미사일 능력 강화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미국은 미사일 문제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 하의 대북방어시스템이라는 광범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미연합 방위 능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어시스템만으로는 적극적인 억지가 어렵습니다. 단지 피해를 줄일 수는 있겠죠. 우리가 독자적인 능력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이 계속 도발하는 것은 그들이 무모하게 행동하더라도 미국은 쉽게 보복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독자적인 대북 억지력이 있으면 북한은 함부로 도발하지 못합니다.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억지능력 강화를 제한하려는 것은 미국 전략가들의 정책적 착오이며, 조금 더 과하게 말한다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우리의 미사일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중국을 자극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중국을 압박하는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의 무조건적인 북한 비호와 북한의 대남도발행동을 방관하는 자세가 결국 한국의 대북 억지력 강화를 불러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미국은 비확산 차원에서 한국의 미사일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능력과 무관하게 북한 등 인접국가들은 모두 자신의 미사일 능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방력 강화 의지 있고 신뢰 얻을 때 미국이 기술개발 용인할 것

- 우리가 한미동맹의 혜택을 누리는 면도 있지만 미국이 한국을 가볍게 대하는 것은 아닌지

동맹이기 때문에 손해 보는 면도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동맹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편, 미국의 입장에서 앞으로 한국정부의 정책적 성향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우려할 개연성은 충분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의 정체성 즉 언젠가는 좌파정부가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겠지요. 이미 경험한 바이기도 하고. 또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 한미 양국이 공개적으로 합의, 발표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합의한다 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우리가 미사일 개발 기술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활용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데요.

이스라엘 스타일로 추진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부단히 기술을 개발하며 언제라도 생산체제로 갈 수 있는 인력, 예산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적인 실험도 할 수 있겠죠. 미국도 이를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미국과 신뢰관계를 유지하려면 우선 우리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영토 사수 의지를 보이며 독자 억지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질적인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어느 한 부분만 얘기하면 소용없습니다. 양국 간에 국민감정만 나빠집니다. 미사일협정을 당장 폐기하자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현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미동맹의 기틀을 다지면서 우리의 미사일 기술 개발 노력이 동맹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우리 국민과 정치권도 한정된 예산을 무상복지에 더 많이 쓰기를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방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 사거리 연장이나 탄두중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이나 화학무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사거리 연장, 탄두중량을 늘리는 데도 의견을 좁히지 못했는데 핵, 화학무기 탑재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한미미사일협정 협상 전망을 하신다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더라도 여러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합의가 될지 모릅니다. 미국은 그들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를 하되 한국의 반미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독자적인 국방력이 강화되면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의 대북자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차원의 동맹 개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r

사진/미래한국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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