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먹은 저축은행들의 공통점은?
영업정지 먹은 저축은행들의 공통점은?
  • 미래한국
  • 승인 2012.05.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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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부산·한국 저축, DJ-盧 정권 때 급성장

지난 6일 금융위원회가 솔로몬·한국·미래·한주 저축은행 영업정지를 결정한 뒤 이들에 대한 보도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야당과 언론이 ‘미래저축은행’ 문제만 집중해 문제 삼는다는 점이다.

지난 8일 민주통합당은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사태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의 새 원내대표가 된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신용불량자가 어떻게 미래저축은행장을 했는가. 김찬경 회장이 미래저축은행 직원들 퇴직금 정산해서 투자하게 만들었다는데 직원들 투자한 돈은 어떻게 되는가. 모든 것의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장은 정무위 소속 박병석 의원이다. ‘촛불변호사’라는 민변 소속 송호창 당선자가 간사를 맡고, 원내 대변인인 이언주 당선자, 참여연대 출신의 김기식 당선자도 조사위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민주통합당이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함께 터진 전일저축은행, 보해저축은행 사태에는 무관심했다는 점이다. 여러 개 중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와 연관성이 있다는 삼화저축은행만을 끄집어내 호남 조폭들의 호남 사람 등골 빼먹기 문제를 무마하는 데 급급했다.

심지어 전주 지역에서 유일하게 전일저축은행 사태를 수습하고자 애쓰던 신건 의원을 이번 19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시키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의 배경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연청’ 조직국장 출신 임석 회장

총자산 7조 원대의 금융그룹을 불과 7년 만에 일군 솔로몬금융그룹의 임석 회장. 임 회장은 1962년 4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조부 시절에는 떵떵거리던 유림 집안이었지만 가세가 기울어 자신은 이리공고 야간을 졸업했다고 한다.

임 회장은 1987년에는 DJ의 사조직인 ‘연청’에서 조직국장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의 경력이 애매하다.

임 회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웨스트유니언대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나중에 ‘신정아 사건’ 등으로 이 학교가 ‘학위 장사’하는 곳이라는 게 밝혀진 뒤에는 미 미라마대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뷰를 보면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인 1988년 ‘한맥기업’이라는 광고 회사를 차린 뒤 돈을 벌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임 회장의 재력이 대단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과 학업을 병행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임 회장은 “이때 옥외 광고업체를 운영하면서 100억 원대의 돈을 벌었다”고 주장한다. 임 회장은 이후 90년대 초반부터 고려대 경제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임 회장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다. 당시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DJ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이 된 DJ는 ‘국민비상경제대책위원회’라는 임시조직을 만들고 새정치국민회의(민통당의 전신) 의원과 현직에서 물러난 ‘모피아’ 출신들을 끌어 모아 외환위기 극복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때 임 회장도 ‘한 자리’를 맡았다고 알려져 있다. 임 회장은 1998년 6월 DJ의 방미를 수행하기도 했다.

1999년이 되자 임 회장은 한미은행, 하나은행, 조흥은행, 국민은행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자본금 30억 원으로 ‘솔로몬 신용정보’를 설립했다. 이후 임 회장의 솔로몬신용정보는 호남 출신인 위성복 행장이 있던 조흥은행으로부터 ‘조 단위’의 ‘부실채권’을 위탁받아 급성장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떼인 돈(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채권추심업체가 막대한 수익을 올릴 때였다. 월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우리나라에 처음 진출해 헐값에 사들인 부실채권을 추심해 몇 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임 회장은 2002년에는 IT벤처기업이던 골드뱅크 소유의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다. 당시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겠다던 사람 중에는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김영준 씨와 김흥주 씨도 있었다. 김영준 씨는 이용호 씨와 함께 골드상호신용금고를 100억 원에 인수하기 위해 30억 원의 계약금을 지불했지만, 김흥주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이 금감원 간부들에게 로비를 하며 110억 원의 인수대금을 제시하면서 밀려났다.

김흥주 회장은 하지만 골드상호신용금고 노조의 반대로 인수에 실패한다. 당시 골드상호신용금고 노조는 민노총이 ‘우수사업장’이라고 꼽을 만큼 강성노조였다. 이 일로 자금난을 겪게 된 김흥주 회장은 노진각 씨를 통해 지방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노진각 씨는 2000년 ‘진승현 게이트’ 때도 이름이 수차례 거론된 인물이다.

‘폭탄주’로 상호신용금고 인수?

임 회장은 이런 복마전 속에서 ‘노조와 폭탄주를 1,000잔 마신 덕’에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재미 있는 점은 당시 임 회장이 인수할 때 골드상호신용금고의 경영 상태가 정상이었다는 점.

2007년 1월 9일 연합뉴스는 “김흥주 그레이스 백화점 회장이 2001년 인수를 시도했던 골드상호신용금고가 당시 부실 금고가 아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 임 회장은 이완 전 조흥은행 부행장, 조병락 전 조흥은행 부행장 등을 전문 경영인이라며 초빙했다. 이들은 모두 위성복 전 조흥은행 행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었다. 임 회장의 ‘조흥은행 출신 모시기’는 이후로도 계속된다.

임 회장은 2007년 6월 대만 쿠스증권이 대주주이던 KGI투자증권(구 조흥증권)을 인수해 솔로몬금융그룹 자회사로 편입했다. 민주통합당과 언론에서 언급하지 않는 한국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는 경남 출신이다. 하지만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98년 6월 당시 DJ 방미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임석 회장, 윤현수 회장 모두 98년 DJ 방미 수행지난 10일 중앙일보는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이 2008년 4월 계열 저축은행에서 300억 원을 불법대출 받은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지난 9일 한국저축은행 지점 3~4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윤 회장의 불법대출 및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불법대출·로비 혐의

중앙일보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올해 초 전기·전자업체인 경안전선 대표 김모 씨로부터 ‘2008년 경안전선이 경기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돼 있는 300억 원은 사실 한국저축은행이 우리 회사 명의로 차명대출을 받은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한국저축은행 계열사인 경기저축은행이 임종욱 전 대한전선 부회장에게 675억 원을 차명으로 불법대출한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윤 회장의 차명대출 정황을 포착했지만 임 전 부회장만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최근 사건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재검토를 해 이를 근거로 한국저축은행 지점들을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검찰은 한국저축은행이 불법대출금 300억 원을 부산의 소주업체인 대선주조를 인수한 사모펀드에 투자했다는 신고 내용이 사실인지와 정·관계 로비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윤현수 회장이 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訪美) 때 수행하는 등 ‘DJ의 경제선생님’으로 불리며 DJ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전한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도 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했다. 이때가 외환위기 직후로 DJ가 가장 신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미국을 방문한 걸 기억한다면 이번에 영업정지 된 대형저축은행의 성장사를 이해할 수 있다.

“27곳 중 11곳 대주주 호남 출신”

사실 솔로몬저축은행, 한국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자산 1조 원 이상인 대형 저축은행 오너에는 호남 출신이 상당히 많다. 이는 좌파 성향 언론도 확인한 사실이다.

2011년 6월 14일 서울신문은 ‘대형 저축은행 27곳 중 11곳이 호남 출신 대주주’라는 기사를 싣고, 이들 대형 저축은행 대부분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1998~2007년) 때 저축은행을 시작했거나 부실 저축은행을 M&A해서 커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서울신문은 “취재 결과 영업정지 된 곳을 포함, 자산 1조 원이 넘는 27개 저축은행 중 대주주가 호남 출신인 곳은 솔로몬·현대스위스·부산·부산2·현대스위스2·신라·프라임·대전·부산솔로몬·한국투자·신안저축은행 등 11곳이었다. 자산 1조원 이하 가운데 영업정지 된 보해저축은행 대주주도 호남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이번에 영업정지 된 솔로몬저축은행의 임석 회장은 2002년 11월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 뒤에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지방의 부실 저축은행 3곳을 인수했다.

김광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은 전남 순천 출신이다. 1987년 현대상호신용금고 사장을 맡으면서 업계에 발을 들였다. 공교롭게도 1999년 회장이 됐다. 이후 김광진 회장은 계열사를 3곳이나 늘리며 사업을 확장, 업계 선두권이 됐다. 토마토저축은행 등과 함께 영업정지 된 프라임저축은행은 광진구 테크노마트를 소유한 프라임 그룹의 계열사다. 전남 광주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전남대를 졸업한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프라임저축은행을 1998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저축은행은 전남 신안 출신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이 오너다. 신안그룹은 ‘굿모닝시티 대출사기’ 사건, 전일저축은행 부정 인수 사건 등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있다. 모두 김대중 정부 시절 있었던 일이다. 박 회장은 DJ정부 시절 수십억 대의 내기 골프를 쳤다가 구속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 급성장을 통해 1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직은 ‘건실하다’고 알려진 저축은행 중에도 호남 출신 오너가 있다. 신라저축은행의 오너도 전남 해남 출신인 홍준기 회장이다. 홍 회장은 신라명과 설립자다. 신라저축은행은 2006년 인수했다고 한다.

서울신문은 이 보도를 통해 “1997년 외환위기와 정권 교체기가 맞물리면서 호남계 저축은행이 많아졌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라며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권력의 비호 없이는 아파트 재건축 인허가 조차 받기 어렵다. 부산저축은행이 대형 PF 사업을 벌이고 SPC를 세워 직접 개발에 나선 데는 정치권 밀어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소문도 많았다”는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사태의 키워드는 ‘부패 권력’

이 같은 서울신문의 보도에 대해 묻자 금융 전문가들은 ‘대부분 사실’이라고 답했다.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급성장한 대기업 중에 ‘DJ-盧 정권의 비호’를 받은 곳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처럼 부산저축은행 사태부터 최근까지 영업정지 된 10여 개 저축은행의 흥망사는 DJ-盧정권과 궤를 같이 한다. 혹자는 ‘호남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것이다. 맞다. 호남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DJ-盧정권의 실세들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원래 이름은 상호신용금고였다. 이를 ‘상호저축은행’으로 부를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심지어 해외 투자와 PF 규모까지 풀어준 게 바로 DJ-盧정권이었다. 이들은 대부업체 또한 합법화해줬다. 그 전에는 이자제한법에 따라 사채업자들이 ‘햇볕’을 보지 못했는데 이 법을 ‘사법(死法)’ 취급하면서 연리 66%까지 허용해 줬다.

증권, 은행, 보험별로 나뉘어 있던 금융감독기구를 통폐합한 뒤 누구로부터도 감독받지 않도록 만들어 준 것 또한 DJ-盧정권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금융감독기구는 이후 10년 넘게 저축은행들이 온갖 비리를 저지를 때도 모른척하다시피 했다. 심지어는 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기고 퇴직 후에는 자리까지 보전 받았다.영업정지 된 대형 저축은행들은 또한 일부 이북 출신 재벌들과 ‘끈끈한 커넥션’을 보여줬다. 이들은 ‘6·15 공동선언’을 전후로 해서 DJ정권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그 전달자가 저축은행이라는 정황이 부산저축은행, 한국저축은행 등에서 드러났다.

추가 취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찾아낸 부분들을 종합해 보면 ‘저축은행 부패’는 알려진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DJ-盧정권 실세들은 물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중견재벌들과 회계법인, 법무법인, 전직 고위관료들과 조직폭력배, 사채업자 등이 총망라돼 있다.

이 때문에 지금 저축은행 사태에 정치권과 언론 모두가 ‘쉬쉬’하는 것이다. ‘진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자신들이 쌓아올린 부와 권력, 명예가 한 순간에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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