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파’라는 말의 의미
‘온건파’라는 말의 의미
  • 김용선
  • 승인 2012.04.0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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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 경선 과정을 보면서 온건파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유리한 입장이다. 미국, 일본 언론은 롬니 후보에 대해 온건파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정치평론가 윌리엄 사파이어가 1970년대 출판한 정치사전에 의하면 미국 정치에서 온건(moderate)파란 ‘중도보다는 약간 좌측이며 보수로서는 리버럴보다 받아들이기 쉽고 중도보다는 활력이 있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온건파란 칭찬도 비난도 아닌 중립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지만 지금 롬니후보에게 쓰일 때는 비난과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보수파로 이름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롬니 후보를 온건파라 부를 때는 공화당이 지향하는 보수주의를 충분히 체화하고 있지 않다는 비난의 의미가 뚜렷하다.

보수란 정부의 역할과 지출을 줄이는 작은 정부, 복지도 억제해 자조 노력과 자유경쟁을 중시하고 강력한 국방으로 국가 안보를 든든히 하며 미국 사회의 전통적 가치관과 풍습을 존중하는 것이다. 롬니 후보를 보수파가 아니라 온건파라고 부른다면 롬니 후보가 보수주의적 가치체계에 반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롬니 후보의 정견을 들어 보면 감세, 지출삭감, 예산균형, 방위강화 등 분명한 보수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그의 보수 성향은 분명하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개혁안의 전면 폐기까지 주장하고 있다.

롬니 후보를 온건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롬니 후보가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공영의료보험제도를 추진했던 사실과 낙태 문제에 있어서 한때 선택의 자유를 말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롬니 후보는 의료보험의 연방수준 공영화에는 반대했고 지금은 낙태에도 반대해 보수적 입장을 지키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 보수주의를 연구해온 브루스 와인롯드 전 헤리티지재단 연구부장은 “롬니 후보는 보수파로 이름 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봐도 확실한 보수주의자다”라고 말한다. 와인롯드 부장은 롬니 후보가 온건파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서 공화당 내의 다른 후보들이 롬니 후보를 당내 다수파로부터 떼어내려는 작전으로 보이며 미국에서 가장 리버럴이 강한 매서추세츠에서 지사직을 지내면서 강한 보수색을 나타내기란 어려운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민주당 지지의 유력 언론들이 롬니 후보의 ‘온건성’을 자꾸 거론 하는 것을 보면 민주당으로서는 롬니 후보가 가장 힘든 상대가 될 것으로 예측해 미리 ‘온건파 롬니’의 소문을 퍼뜨려 공화당 내 지명전에서 탈락하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용선 객원해설위원
산케이신문(2/28) 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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