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자>

종편개국으로 방송계가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이 와중에서 KBS와 MBC의 자기 중심 찾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양대 기간 방송사의 새 노조위원장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방송권력의 남용을 지적한다. 특히 방송이 특정이념의 전파나 그 이념의 실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래한국>이 대한민국의 양대 기간 방송사의 신규 노조위원장들을 4개 종편채널 개국을 이틀 앞둔 시점인 지난 11월 30일 KBS 공영노조 사무실에서 만나 우리 방송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한정석(사회): 내년부터 방송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KBS 공영노조와 MBC 공정노조의 설립 배경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합니다. 공영노조와 공정노조가 탄생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황우섭: KBS는 현재 융성기를 맞이하고 있어요. 이는 KBS가 아시아 방송의 맹주가 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KBS의 기존 두 개의 노조(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대립해 있는 상황이어서 중요한 시기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시니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3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됐어요. 그것이 바로 KBS공영노동조합(이하 KBS 공영노조)입니다. 공영노조는 지난 5월 19일 창립됐고 7월 1일부터는 복수노조가 인정되면서 모든 직급에서 참여가 가능합니다.

이상로: MBC공정방송노동조합(이하 MBC 공정노조)은 2007년 11월 설립됐습니다. 원래 MBC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MBC본부 하나밖에 없었죠. 별도의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MBC 노동조합의 힘이 강력했기 때문이었어요. 노조가 강하다 보니까 방송 내용에 대한 검토와 리뷰 없이 방송에 송출되는 것이 일상화됐고 그러다 보니 제작자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게 되고 MBC 전체가 어떤 정파에 치우쳤다는 여론이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MBC 마크가 새겨진 옷을 입고 나가려 하자 아내가 “당신 MBC 로고 옷 입고 나가면 특정한 정치 이념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돼요. 좋게 생각되지 않으니까 입고 나가지 마세요” 라며 말릴 정도였습니다. 이는 현재 방송이 굉장히 편파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거였죠.

2007년 당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노조를 만들었어요. MBC 구성원의 일부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정파나 생각을 전부가 그러하다고 오해하게 돼 MBC의 모든 구성원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고, 또한 제3의 노조를 통해 올바른 방송을 만들어 가고 싶었어요.

노조권력이 방송내용에 관여하는 것은 잘못

한: 대한민국의 양대 방송사는 우리 국민의 벗이 돼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여론 수렴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대 기간 방송사에 특정 이념이 지나치게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 공영방송인 KBS조차 이념에 쏠리게 되는 것은 KBS노조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산하기관이기 때문이에요. 특히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상원위원들이 민주노총 인사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편향된 정치적 이념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거죠.

이: 저는 MBC나 KBS나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양쪽 방송국에 노동조합이 결성됐습니다. 그때는 기자나 PD가 저항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박수를 받았을 때입니다. 군사독재정부였기에 노동조합이 민주국가로 들어서는 데 일조를 했죠.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일반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제도적으로도 보장을 받게 되요. 제도적 보장이라 함은 국장이 보직을 받고 1년 후에 노동조합이 투표를 혹은 공정방송협의회를 통해 인사를 탄핵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만든 것이죠.

그러니까 2가지 요소에요. 국민들로부터 지지도 받았고, 노동조합의 힘을 가할 수 있는 제도적인 힘 또한 갖게 된 거에요. 이렇게 되다 보니 노동조합이 경영자보다 힘이 세진 거에요. 이러다 보니 조합 세력이 확장되고, 이들과 같은 정치적 이념을 갖고 있는 인사가 사장이 됐고 통제하기 어려운 편향된 방송으로 치우치기 시작했죠.

황: KBS공영노동조합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례로 KBS가 비판해야 할 정당에서 KBS최고의결기관을 구성하니 많은 부분에서 정치적인 영향을 받게 되죠. 이는 위헌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할 수 있는 구조에서 여당 추천이사가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KBS 사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구조인데, 이 구조에서는 정치적인 독립이 불가능하죠. 따라서 KBS가 정치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확실히 정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KBS는 공영방송의 시청자인 국민이 주인이 돼야 하죠. 그렇다면 공영방송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그렇게 돼야 지속된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 시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한: 방송 언론인이 타 미디어 언론 종사자와 달리 별도로 요구되는 덕목이나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요약하면 사회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공부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미디어는 사회적 병원이고 미디어 기관에 종사자들은 사회적 의사라고 봐요. 의사라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해야 하죠. 요즘은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추세입니다.

만약 미디어 종사자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면 일반 사람들과 다를 게 뭐냐는 거죠. 미디어 종사자들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또한 의사가 기침하는 환자에게 다 감기라고 처방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문제를 한 가지 측면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각도로 보고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한 측면에서만 본다면 굳이 미디어에 종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디어종사자들은 사회적 의사라는 자세를 가지고 신중해야 합니다. 발생 가능한 모든 케이스를 검토해보고 방송을 통해 모든 측면을 보여 줘야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 방송인들이 공부를 해야 돼요. PD나 작가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돼요. 그러기 위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죠. 정리하면 미디어 종사자들은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고 공부해야 하며 겸손한 자세로 깊게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황: 이 위원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KBS는 공영방송이자, 기관방송이기에 타 방송사가 가져야 할 덕목 외에 요구되는 덕목이 있으니 바로 공적 책무입니다. 공영이란 공익에 부합한다는 것으로 KBS가 가지고 있는 많은 특혜는 국가와 시청자로부터 선택받은 권리이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권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편 확대는 방송시장 발전에 바람직

한: MBC는 올바른 안목을 위해 공부가 중요한 덕목이라 정리해 주셨고, KBS는 무엇보다 공익방송이라는 관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얘기해 주셨습니다. 황우석씨와 광우병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선배 방송인으로서 말씀드리면 광우병 프로그램은 잘못된 방송이죠. 방송은 사회적 병원이기에 환자를 진료하는 프로세스가 병원하고 똑같아야 해요. 전염이나 감염의 우려가 없어야 하죠. 방송을 할 때 방송에 들어가는 내용 혹은 화면이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장치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그런 점에서 광우병 프로그램은 잘못된 프로그램이에요.

한: 종편채널 등장과 관련해 바람직한 방송의 방향과 문화는 어떻게 돼야 하는지 각 위원장님들의 입장을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이: MBC 입장에서는 종편채널을 통해 새로운 경쟁자가 나오지 않는 게 좋겠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종편채널에 대해 반기는 입장이에요. 종편채널에 대해서 여러 우려가 많지만 MBC 만큼은 종편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종편이 되면 서로 경쟁하게 되고 경쟁은 성장과 자성을 이끌어냅니다. 종편채널의 출연이 독과점 체제에 있는 MBC, KBS, SBS와 같은 방송사들을 더욱 성장시킬 겁니다.

황: 한국의 방송가에 새로운 방송이 개척될 때 정책적으로 개척됐지, 시장에 의해 된 적이 거의 없었어요. 종편채널도 4개가 필요한가의 비판적인 입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송산업이 커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보고 환영합니다. 다만 중복적인 방송이 많아질까 우려되지만 혼탁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채널이 늘수록 KBS의 역할은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한: 조중동 채널의 경우 보수성으로 대표되는 신문사의 사풍이 방송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시나요?

황: 저도 그 점을 우려합니다. 신문은 등록사항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발행에 의해 특정 이념을 견지해도 용인되지만 방송의 경우 희소한 전파 자원을 사용한다는 면에서 제한이 있기 때문에 보수 신문사라 하더라도 방송에서는 정론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KBS는 공영이지만 나머지 방송사는 아닙니다. 즉 보수의 색채를 띤다고 방송의 출현을 막을 필요가 있을까요? 보수적인 입장을 띤 방송국이 나온다는 것이 나쁜 건가요? 공영방송이 존재하기에 보수 색채를 띠는 방송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KBS 정치적 독립,  MBC 민영화 필요

한: 그런데 만약에 시청률의 문제와 부딪힌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올바른 프로그램인데 시청률이 높지 않은 방송이 있습니다. 저는 이 때문에 KBS와 같은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상업 방송들이 시청률이나 다른 여러 가지 것들로 인해 도전하지 못하는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죠.

한: MBC 같은 경우 민영화인지 공영화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데 미디어렙 문제도 있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1공영, 1민영 1노영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MBC를 노영(勞營)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MBC는 노동조합이 중간평가, 상향평가, 공방협을 통해서 인사를 탄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MBC는 공영이라기 보다 노영이었죠. 그런데 언론노조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싫어해요.

그러나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노영도 해볼 만한 제도라는 거에요. 기득권세력이 사장이나 간부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을 제도로서 막아 낼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제도라는 것이죠. 저는 그런 점에서 노영이 나쁘다고만은 생각지 않아요. 세계적으로 없었던 시스템이고 시도해 볼 만한 제도에요. 하지만 공영, 민영, 노영 중에 최악은 노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따라서 향후 MBC가 어떤 제도를 택할 것인가? 적어도 노영은 안 된다는 거에요. 무늬만 공영인 노영보다는 민영이 낫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MBC의 민영화에 찬성합니다. 우리가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만들 수 없는 시스템 하에서 종편채널이 많이 생겨도 광고주들의 입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겁니다. 따라서 무늬만 공영이기 때문에 민영이 낫습니다.

한: 아날로그 시대에는 전파 때문에 수신료를 걷어야 한다고 했는데, 디지털 시대에는 전파가 무한한데, 왜 걷느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KBS는 공영이어서 수신료가 굉장히 예민한데, 수신료가 왜 필요한가요?

황: 디지털 다매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는 그 이용 가격을 내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되는 것입니다. 경제적 소외계층은 디지털 시대에 낙오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러한 낙오를 디지털 정보 격차,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라고 부릅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이러한 디지털 디바이드를 막고 모든 국민이 디지털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공적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다매체시대에 공영방송 KBS의 역할은 더 증대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 수신료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한: 향후 계획이나 발전 방향이 있습니까?

황:먼저, KBS공영노동조합과 MBC공정방송노동조합은 ‘새로운 언론연맹’을 창설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양 노조는 향후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협력 업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미디어 저널’을 창간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미디어 저널은 정론을 추구하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2012년 초 창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 황우섭 위원장과 생각이 같습니다.

정리·사진 : 곽우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