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영국 세인트 앤드류스大 철학박사)
한춘기 │본지 편집위원·총신대 교수 (美 인디애냐大 철학박사)
지난 10월 6일 한국기독교학술원에서 이종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서울교회 원로목사)과 한춘기 본지 편집위원(총신대 교수)이 대담했다. 화두는 오늘의 한국 기독교 진단과 과제. 과거 한국사회를 이끌어 나가던 리더의 모습을 상실한 채 각종 스캔들과 논란에 휩싸이며 ‘뜨거운 감자’가 돼 버린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짚어 보며 해결점을 모색하는 기회였다. 구체적으로 교회의 비즈니스화, 기독교 리더십의 부재, 신학교 지도자 양성, 교회 세금, 기독교 정당, 북한 지원 등의 주제가 논의됐다.
한춘기: 오늘날 한국교회의 근본적 문제점은 목회자와 성도 모두 성경에 대한 지식만 있고 실제 생활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목사님은 교회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이종윤: 한국교회의 현재 상황이 말기암 상태라고 봅니다. 말기암은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왔다는 겁니다. ‘신학적으로 아주 미숙해 빈혈증 환자처럼 돼 버렸다’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이 생각납니다.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많았는데 지금 죽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한: 대단히 암울한 진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에도 교회는 완전하지 않았고 죄와 타락이 만연했었고 늘 회개와 개혁이 요구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시대가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나요.
자기 중심적인 ‘야만인’교회 시대
이: 지금 시대는 과학의 시대이고 사회, 문화가 발달한 시기이지만 죄악 된 시대입니다. 로마서에 나오는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는 말씀중의 ‘세대’는 세상이 아니라 시대를 말합니다. 이 시대의 특징인 상대주의, 휴머니즘, 인본주의, 물질주의를 본받지 말라고 하신 거죠. 50년 전 교회의 역할은 계몽주의의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방부제와 소금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세상의 소금이 ‘되라’라고 하지 않으셨고 너희는 이미 ‘소금이다’ ‘빛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교회가 세상과 짝을 하고 나아가고 있어요. 맛 잃은 소금이 돼 땅에 밟히고 있습니다. 교회가 세속화돼 회개도 하지 않습니다. 가짜 박사가 목회자 중에 제일 많다고 합니다. 수험생을 위한 기도회에 가보면 알겠지만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위해서만 기도합니다. 야만인이라는 말에는 ‘자기 중심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란 뜻도 포함돼 있는데 현재 교회와 사회 안에 ‘신야만인’이 무수히 많은 거죠. 한기총도 문제입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봉사단체의 임무를 저버리고 권력 투쟁 장소가 돼 버렸습니다.
한: 과거에는 교회가 세상을 계몽하고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면서 빛과 소금이 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사회에 계몽돼 가고 있습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세상의 모든 발전은 앞으로 나가는 것이지만 기독교 신앙의 발전은 뒤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성경으로 돌아가라는 얘기지요. 상대주의에 따라 성경도 절대적인 말씀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 돼 버리니까 사람들이 말씀을 떠난 겁니다. 유럽 교회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5월에 프랑스를 다녀왔는데 프랑스의 개혁 교회가 1%가 안 되더군요. 심지어 상납금 3만~5만 달러가 없어서 교회당을 댄스홀로 빌려줍니다. 영국에서는 교회당을 무슬림에 팔아버리는 일도 있구요. 동성연애자를 허락하고 안수하는 미국교회에도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남는 것은 한국교회입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신학자를 배출하고 선교사를 파송하는 한국교회가 그루터기가 돼야 하는데 분열만 되고 있으니 역시 희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교단 다체제 운동을 벌인 겁니다. 한국교회가 덩치만 컸지 세계 교회의 지도자라고 하기에는 어리지 싶습니다.
한: 선교사들이 처음에 우리나라에 왔을 때는 복음 전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100여년이 지나고 나서부터 신앙 성숙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리고 너무 양적 성장에 초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신앙 성숙에 초점을 둔다면 양적인 것은 저절로 될 것 같습니다.교회 비즈니스화와 초심 잃은 기독교 기관들
이: 동감합니다. 한국교회가 비즈니스화돼 버렸어요. 꿩 잡는 놈이 매라고 교인을 많이 모으는 자가 성공한 목회자에요. 베드로는 설교하면 3천 명이 몰려 왔고 바울은 한번 설교하면 매 맞고 돌팔매질 당하고 감옥에 갔습니다. 그러면 베드로는 성공한 목회자이고 바울은 실패했습니까?
한: 지금 한국교회는 결과로 맺어야 할 양적 성장이 목표이기 때문에 도리어 기독교의 본질을 잊고 사는 것이죠. 과거에는 기독교의 사회봉사를 강조하며 학교와 병원을 세웠는데 지금은 교회들이 너무 자기 교회만 돌볼 줄 압니다.
이: 교회 성장의 통계를 보면 한국교회의 사회봉사 문제가 나옵니다. 미국에서 복음을 강조한 교회는 성장했고 사회봉사도 복음을 강조한 교회가 더 많이 한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복음적인 교회는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리버럴한 교회는 사회적인 관심이 지나칩니다. 다만 복음 전도가 우선인 것만은 확실하죠. 숭실대학의 베어드 선교사가 선교구에 보고서를 쓸 때 ‘우리 학교는 복음 전도가 첫째, 둘째가 교육이다’라는 보고서를 썼습니다. 연희 전문의 영어 이름이 CCC(Chosun Christian College)입니다. 연세대학의 학칙에 ‘교수는 기독교 사상에 합의한 자’인데 현재 교수의 60%는 불신자에요. 대학도 그렇고 YMCA도 초기의 목적을 잃어버렸습니다. 기독교 신문도 교회 뉴스나 말하지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교회 목회자나 읽지 일반인들은 잘 안 읽습니다. 본질을 잃어버리고 비즈니스화돼 버렸기 때문이지요.
한: 아무래도 한국교회의 문제는 성도들 보다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교회 지도자들은 양적인 팽창과 성공우선주의만 쫓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물질과 명예, 권위지향적인 면이 한국교회 문제점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들을 바로 세워야 한국교회가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신학교육 문제로 돌아가야 하는데요.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인 옥스퍼드, 하버드, 예일 등 모두 성경과 예수님의 진리를 교훈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굉장한 모토를 가진 학교들이 다 세속화됐습니다. 대학이 예수님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설립 이념이 중요하고 모토가 중요한 것처럼 지금 한국교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교회와 목사님조차 교회의 존재 이유를 모르고 있습니다. 교회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죠. 신학교육을 정부의 인가로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기총에서 신학인준위원회를 만들어서 인준규범을 만들고 각 신학교를 다시 검증하자고 건의했는데 당시 찬성은 받았지만 아직도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목사 양성소를 교회가 책임져서 더 높은 수준에서 영성도 보고 해야지 교육부 수준에서 할 일이 아닙니다. 지도자 선발을 교회가 책임져야지 신학교 탓만 해서도 안 됩니다. 교회도 학교도 커지면 꼭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한국의 신학교가 너무 커졌습니다. 세계에서 이렇게 큰 곳은 얼마 안 됩니다. 한 학교에 몇 천 명 있는 대학은 없어요.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정원이 90명이었고 지금도 700명 밖에 안 됩니다. 하버드 재학생이 만 명이 안 되지만 세계의 인재가 다 거기 출신이지 않습니까?
교회 지도자와 신학교육의 문제
한: 미국의 개혁 신학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웨스트민스터와 학문의 보루인 하버드처럼 우리 한국교회도 질적인 면에서 성장해야겠습니다. 신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했던 농담 중에 신학 지망생들은 신학교에 뜨거운 상태로 와서 1학년 때는 불에 타고 2학년 때는 조금 사그라 들다가 3학년 때 되면 연기조차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영성이 자꾸 약해지는 것은 교회의 책임도 있지만 신학교의 책임도 큽니다. 외국 가서 학문만 해서 온 교수들보다는 신학적인 학문도 있으면서 영성 있는 사람들을 선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영성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선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목사도 영적이다 아니다 하는 것을 설교 한번 듣고 판단하기 힘들거든요.
이: 미국에서 신학 공부할 때 한 교수가 구원론 강의하면서 기도로 시작하는데 눈물을 닦더니 계속 울면서 강의하는 거에요. 노트를 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인 강의였죠. 말씀하신 대로 지식이라고 해봐야 서양신학을 번역하는 번역 신학이니 힘도 없고 아무 능력도 없는 겁니다.
한: 지지난 총선에서부터 기독교 정당이 나왔고 이번에도 또 기독교계에서 창당을 한다고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독일에도 기독교민주당이 있지만 저희와는 완전히 문화가 다릅니다. 독일은 문화 속에 기독교가 있으니 괜찮지만 저희는 기독교 정당에 나간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실수하면 교회 전체가 무너집니다. 기독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정당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하나님의 말씀처럼요.
기독교의 정치참여와 교회의 세금 논란
한: 저는 모든 분야에서 하나님께 주권이 있기 때문에 정치 분야에서도 하나님께서 높임을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회 지도자들이 정당을 조직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경제는 경제인에게 맡기고 교회는 목회자에게 맡기고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야 제대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교회의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기독교적인 사고를 가진 좋은 정치 지도자들을 배출해야 한국 사회가 더 올바르게 나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 바로 칼빈 신학에서 말하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이 목회자에게 설교 내용을 정해주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개인 국민으로서는 할 수 있지만 목사로서는 해서는 안 됩니다. 이발소에 가면 이발사의 의견을 따라야 하듯이 말이죠.
한: 최근 젊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목회자들도 세금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세금은 국민의 3대 의무 중 하나이고 목사도 국민 중에 하나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목사가 세금의 대상이 안 됩니다. 세무서에서 금액을 정해주지 않고 목회자 재량껏 내게 합니다. 저의 경우 미국에서도 일정 금액을 냈고 한국에 와서도 계속 내고 있었습니다. 저희 교회 목회자들에게는 미국의 사례를 얘기하면 내든 안 내든 자유롭게 하라고 했지요. 오히려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최근 교회에 생겨나고 있는 카페입니다. 교회에 카페가 많이 생기는데 다 면세를 받고 있거든요. 한 번 언론에 폭로가 되면 한국교회가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한: 교회 카페의 수익은 대부분 선교비와 전도비로 쓰이고 있을 텐데요.
이: 그래도 수입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지요. 선교헌금은 따로 하면 되지 굳이 카페를 만들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희 서울교회에서는 장애자 타운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국가에 신고를 안했습니다. 인건비의 90%가 지원되기 때문에 교회가 사회에 봉사하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에요. 저희 학술원에서 울란바트르에 대학을 세워 운영하는데 ‘나라에서 감사가 나오면 투명한 장부를 보고 놀랄 정도로 정직하게 정리하라’고 강의합니다. 기독교인이 십자가를 지는 실천을 해야지 안 그러면 복음은 죽어 버립니다.
한: 기독교 기관과 교계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도들 간에도 이 부분에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이: 저는 북한 정부와 백성을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성을 돕는 것이라면 당연히 지원해야 하지만 지금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모두 정부를 돕게 됩니다. 심하게 말하면 사탄의 집단을 돕는 게 되는 거에요. 한국교회가 ‘인도주의’ 라는 말을 앞세워 갖가지 일을 벌이지만 우리는 신본주의를 따라야 합니다. 정부를 돕는 일은 더 이상 안 하는 게 좋지요.
한: 만약 보급품이 민간인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찬성하십니까.
이: 물론 찬성합니다. 하지만 남한 관리자 앞에서는 민간인에게 나눠주고 뒤에서 다시 회수하는 증거가 너무 많이 드러났습니다. 더 이상 속지 말아야죠. 우리 정부도 모르지 않을 텐데 천안함 사태 때는 지원을 안 한다고 했다가 또 지원을 하겠다며 왔다 갔다 하니 국민들이 정신이 없어요.
한: 현실은 초라하지만 한국교회가 세계 복음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어둠 가운데 빛이 있어 어둠을 밝히는 것처럼 교회와 성도가 사회 속에 있지만 사회에 속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존재가 돼야 하겠습니다.
이: 교회가 예수님을 닮으려면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오신 모범을 따라 성육화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스도가 문화로 들어감으로써 transform culture가 된 것처럼 문화의 변화와 구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정리/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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