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형제에게 보내는 ‘8월의 편지’수상작
북한형제에게 보내는 ‘8월의 편지’수상작
  • 미래한국
  • 승인 2011.08.3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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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년부문 대상 / 최혜원(성남 분당 거주)

 
이 편지를 받으실 당신께.
엊그제 이곳 남한에는 세찬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수도 서울의 가장 번화한 강남이라는 곳이 물에 잠기기도 하고, 산사태가 나면서 민간인들이 사는 아파트에 토사물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모두들 기습폭우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이제 며칠간 내리던 폭우가 멈추고, 모처럼 햇볕이 힘차게 내리쪼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도시에서 각자 바쁘게 살지만, 수해로 재난을 당한 이웃들을 위해서 봉사자가 되어서 산사태가 일어난 현장으로 달려가 함께 청소를 해주고, 빨래를 같이 널어주고, 함께 눈물도 흘려봅니다. 우리 모두 같은 동포니까요.
나는 이 편지를 받으실 북한의 당신에게도 달려가고 싶습니다. 당신이 늙고 병든 아버지든, 젊은 청년이든, 나는 당신이 지금 겪고 있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달려가 도와주고 싶습니다.

나는 이 편지를 받으실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당신은 피골이 상접하도록 허기짐과 가난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죽은 자식마저 이웃에게 팔아넘겨 목숨을 연명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은 교화소라는 생지옥에서 살이 썩는 고통을 참다가 짐승같이 문드러져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남한에 정착한 북한 주민들(새터민들)에게 당신들의 참혹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화가 나서 가슴을 칩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구상 어느 곳에도 당신처럼 사는 곳은 없습니다.

아무리 일해도 해결되지 않는 불평등한 굶주림, 아무리 노력해도 꿈을 이룰 수 없는 뒤틀린 신분제도, 이것은 단연코 인간이 만든 가장 추악한 제도이며 이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짐승같은 김정일의 세습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이 편지를 받으실 당신, 당신은 분명히 속고 있습니다. 김정일 일당은 당신을 위해 내가 보낸 먹을 것과 옷가지들을 자신들의 배때기를 불리는 일에만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자식이 굶어죽는 모습을 허망하게 지켜봐야 하는 당신과 병으로 쪼그라져가는 아이를 잃은 어머니를 그들은 모른척 합니다. 그들은 생명을 가진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사랑받아야 할 당신 아이들의 삶을 부수고 망가뜨리며 이용합니다. 이유도 없이 자신들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강조하면서, 길가에 쓰레기처럼 인민들이 죽어가도 호화별장에서 파티를 벌입니다.

북한 밖에서 사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은 이 점을 분명히 잘 알고 있습니다.
김정일 일당들이 당신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범죄자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안위와 부만을 축적한 이기적인 죄인들이며, 마치 신처럼 사람을 죽이고 고문할 권리를 가진척 오만하게 굴고 있습니다. 명백히 김정일 일당들은 벌을 받아야 하고, 당신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분연히 일어나 김정일에게 대항해주세요! 바른 소리를 내는 첫걸음이 무섭고 두렵겠지만, 나는 당신을 강력히 지지합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유 없이 끌려가 적으로 매도되지 않도록 당신이 투사가 되어주세요. 당신의 어머니가 눈물과 굶주림 속에 비참하게 죽어가지 않도록 당신이 변화시켜주세요.
당신의 아이가 토실토실 알이 박힌 이쁜 옥수수처럼 건강하고 맑게 자랄 권리를 주세요. 더 이상 배고픔에 무거운 머리를 떨어뜨리고, 두 눈을 감지 않도록 용기를 내주세요. 믿으세요, 이 편지를 받으실 당신, 나는 당신을 돕겠습니다.
대한민국이 당신의 용기를 지지합니다!

청소년부문 대상 / 장혜지(대구 상인고 1학년)

북녘의 동무들 반갑습니다. 북녘에도 봄날이 오기를 기도하는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1학년생 장혜지입니다. 예쁜 이름이지요? 이 문장을 읽으며 피식 웃을 얼굴들이 보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반이 지났어요. 저는 그동안 적응을 잘 했는데 북녘은 어떤가요?

언젠가 우연한 계기로라도 이 글을 볼 수 있을 북녘의 동포들을 생각 하며 글을 씁니다. 제가 쓰는 말 중에 알아듣지 못하는 말도 있겠지요. 참 슬픈 일입니다. 이유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한 동포 이면서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싸운 지 61년째입니다. 6번의 강산이 변한 시간입니다. 그동안 서로 조금씩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살아 이제는 다른 가지로 뻗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한 가지에 엉겨 있는 한 민족이란 것을 잊지 마세요. 비록 38선이 가로막고 있지만 각종 영화와 TV프로그램들을 통해 북녘의 소식과 삶을 낱낱이 보았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본 그곳은 광적으로 김정일을 존경하고, 범법행위가(그곳에서 범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힘든 삶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자멸감과 자괴감을 가지고 살아가지 마십시오.
종착지 없는 끝없는 원망도 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에게는 주어진 하루를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자유로울 권리가 있으니까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음으로 인해 행복이 온다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들의 행복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지만 힘이 없습니다. 말장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이러한 작은 희망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세계에서는 북녘의 인권 개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도 그 노력들의 눈에 안보일 만큼 작은 일부 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기쁩니다. 힘들어 하는 동포들을 이렇게 깊게 생각해본다는 자체가 기쁩니다. 저의 편지가 당신들의 좀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뿌듯합니다.

참, 예전부터 같은 역사를 가진 한민족으로서 이렇게 편지를 써보고 하고 싶은 말도 있었습니다. 이 기회에 모두 말하고 싶습니다. 뉴스에서 보았다면 최근의 소식들을 알고 있겠지요? 일본은 우리의 아름다운 땅 독도가 자기네들 땅이라고 합니다. 정작 일본 국민들은 독도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북에 사는 우리 민족들도 우리와 같은 분노를 느끼는지 궁금했습니다.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갖는지 궁금했습니다. 저와 같은 하늘 아래서 올려다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비난하는 북한의 글들을 보았고, 무엇보다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가슴깊이 느꼈습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다면 이러한 일상적인 대화들을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영양실조에 걸린 친구들에게 저의 밥을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배가 불러 흰 쌀밥을 남기던 저를 반성하고 오늘은 밥을 다 긁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당국의 지도층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하여도 적어도 저는, 아니 우리 남한의 동포들은 영원한 당신들의 편이고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북녘의 친구들아, 조금만 참아. 우리 손잡고 백두산에 올라가 큰소리로 “우리는 친구다!” 라고 외치고 한라산에 올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잘사는 나라!” 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치자. 서로 끌어주며 다시 한 가지로 모이자.

저는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에 있는 여러분들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고기와 쌀밥을 배불리 먹도록 대접해주고 싶습니다. 생각만 해도 신이 나네요. 오늘은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우리 집에 온 것처럼…… 진심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신들 이지만 참으로 보고 싶습니다. 다정한 친구로, 의좋은 형제로 지내고 싶습니다. 

2011년 8월 12일 남한의 동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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