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가 나선 전장(戰場)은 내년 대선이 아니라‘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대한민국 미래의 역사적 승부처이다.
야(野)5당과 좌파단체들의 복지 지상주의에 맞서, 지속 가능한 복지를 말하는 오세훈 시장은 자의든 타의든 대한민국의 미래 항로(航路)를 결정짓는 방향타를 잡은 셈이다.
본지 <미래한국>이 24일 서울시 주민투표일을 2주일 앞두고 있고 그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하루 전인 11일, 서울시 임시청사 시장실에서 오 시장을 만났다. 오세훈 시장은 현재의 상황을‘전쟁’이라고 규정했다.
- 서울시의 이번 주민투표는 단순한 무상급식 찬반 이상의 훨씬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독재보다 무서운 것이 포퓰리즘입니다. 포퓰리즘은 국가의 재정문제, 정책의 우선순위, 미래가치에 대한 사고 자체를 마비시킨 채 표만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포퓰리즘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추락이 시작된다고 보면 맞습니다. 현재 이것이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것이죠. 복지에 관해서라면 과연 지속가능한 복지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양극화를 걷고 있기 때문이에요.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의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이번 주민투표는 바로 지속 가능한 복지를 할 것이냐, 아니면 포퓰리즘 복지를 할 것이냐 하는 중대한 선택의 문제인 것입니다.”
- 이번 주민투표를 오세훈 시장님 개인의 정치적 어젠다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한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제 어떻게 발의되었고 어떻게 현실화되었는지 과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시각이야말로 야당과 포퓰리즘 세력이 원하는 프레임입니다. 저는 이번 주민투표가 역사적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주민투표를 저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짓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거니와 그런 시각이야말로 중대한 역사적 문제를 폄하하는 것입니다. 제 거취는 조만간 결정할 것입니다.”
유권자의 힘으로 복지의 참뜻 묻고 있다
‘결정 중’이어서 그럴까. 인터뷰 내내 오 시장은 예민하고 까칠해 보였다. 그는 특히 주민투표 이후 자신의 거취 문제를 부담스러워 했다. 좌파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인터뷰가 있던 다음 날인 12일, 그의 대선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졌다. 오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제 거취의 문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고 주민투표에 임하는 저의 진심을 왜곡하고 있기에,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더 이상의 오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8월 24일 치러질 주민투표는 저 개인의 일이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전 세계적 경제 충격 속에서 아직도 퍼주기식 복지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있습니다. 끔찍한 현실은 외면한 채 듣기에만 자극적이고 정작 알맹이는 없는 구호로 주민투표를 방해하는 데만 급급한 정당이 있습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 민주당 등 야권에서 전면적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이번 주민투표 자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식인들일수록 편견이 심합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날 때도 미리 일본에 두 명의 사신이 가서 보고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똑 같은 현상을 보고 온 두 사람의 의견이 정반대였습니다. 일본에서는 과잉 복지 포퓰리즘 공약을 했다가 불과 1, 2년도 안 되어서 총리가 사과를 하고 감당 못한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스는 10여 년 전에 했던 과잉복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에 처했고, 미국의 재정 건전성 문제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렸어요. 이런 현상을 눈을 뜨고 훤히 보면서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해석을 놓고 또 시각이 다릅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유권자의 힘으로 그 해석을 물어보자는 거죠. 그것이 주민투표의 의미입니다. 복지를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복지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복지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인 것이죠.”
-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도 전면 무상급식과 단계별 급식 간에 예산 차이가 1천억 안팎인데 굳이 왜 주민투표를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죠. 국민들은 전면 무상급식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계십니다. 천억이 작은 돈도 아니지만 그것이 매년 들어간다는 것 아닙니까.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몇 백 억, 몇 천 억 운운하며 단순화하는 것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가치를 폄훼하려는 민주당식 프레임에 갇힌 해석입니다. 서울시에서만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하는데 4,000억 가까이 들어갑니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최소 5,000억은 되죠. 서울시 단일사업 중 천억대 사업은 거의 없어요. 또한 모든 복지는 항구성, 불가역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이 계속됩니다. 그런데도 매년 5,000억, 10년이면 5조를 필요하지도 않고, 요구되지도 않는 부자 무상급식에 쓰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부자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얼마 안 돼 국가 재정은 파탄 나고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어 성장 없는 국가경제의 악순환은 계속되는 것이죠. 얼마 전, 복지 포퓰리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아동수당 정책을 끝내 철회한 일본의 사례는 전면무상급식 및 무상시리즈의 미래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 지속가능한 복지를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문제가 바로 양극화입니다. 대기업들은 2009년 이후 고환율로 수출 등의 혜택을 많이 보았죠. 반면에 내수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다른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은 이를 똑같이 보편적 복지로 해결하자고 합니다. 어려운 사람이나 부자나 똑같이 나눠주라는 거죠. 잘못된 것 아닙니까. 양극화가 문제여서 사회통합을 해친다면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편적 복지란 당분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죠. 두번째로 지속가능한 복지가 되려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잊고 있어요. 양극화 이후에 화두가 복지라 하니 모두가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이죠. 따라서 모두가 복지를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경제성장과 복지는 6 : 4 정도의 비율이 유지되어야 하겠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장과 복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복지의 개념인 것이죠.”
지속가능한 복지 개념 도입돼야
오세훈 시장의‘지속가능한 복지’에 대한 입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성장과 복지를 어떤 근거로 7 : 3이나 5 : 5도 아닌 6 : 4정도로 가늠하는 것일까. 오세훈 시장의 복지에 대한‘원칙’이 궁금했다.
- 복지에도 원칙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의 단계적 무상급식안은 원칙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단계적 무상급식안도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결국 사회주의적 분배정신에 기반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방학에는 밥을 굶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보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그러한 무상급식의 비율이었어요. 저는 처음에 소득분위로 계산할 때 하위 30% 정도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등 야당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했고 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죠. 그러한 가운데 민주당과 협상된 안이 소득분위 50% 이하의 학생들입니다. 이를 두고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불만을 제기했죠. 하지만 이 문제를 진보 대 보수의 대결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보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과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간에 정책대결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전쟁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 투표의 진행과 관련해서는, 선관위의 ‘투표독려 금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지요.
“지금도 계속 선관위에 되묻고 있습니다. 투표 불참을 선동하는 것은 되고 투표 참여 독려를 해서는 안 된다는 해석에 대해서 말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책투표에 워낙 첨예한 이슈가 걸려 있다 보니 선관위가 소극적 해석을 하고 있는데, 신중함이 과해 민주주의를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까 우려됩니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주민투표에 참여하도록 안내하는 것은 주민투표법 제2조가 규정하고 있는 서울시의 법적 의무일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그것이 합법적으로 진행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 투표일정 진행정지 가처분신청 등 여러 법적 소송도 있습니다만 절차적 문제는 없을까요.
“국가 운명을 좌우할 갈림길에서 유권자의 의사를 묻는 것은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당연히 밟아야 할 필수 절차죠. 또, 주민투표가 발의되기까지 모든 과정은 적법한 단계를 밟았고 주민투표청구심의위원회 등의 철저한 심의를 끝낸 사안입니다. 이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민주당과 교육감이 불법 운운하며 주민투표를 법원으로 가져간 것은 시민의 뜻을 거스르고,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죠.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입니다. 조만간 법원이 공정한 판단을 내리겠지만, 적법한 과정을 거친 만큼 투표 진행과정에는 문제가 없으리라고 봅니다.”
애국시민 80만 서명과 좌파진영의 폄훼, 그냥 안넘길 것
- 2004년 총선 불출마 선언 등 과거에도 몇 번의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한 경험과 비교해볼 때 이번 주민투표를 맞이하는 각오와 향후 전망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들과 저희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가치를 미래에 두고 있습니다. 주민투표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대단히 중요합니다. 선택의 갈림길인 것이죠. 일부 세력들은 주민투표를 폄하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죠. 제가 참기 어려운 것은 투표 거부세력들이 주민번호 노출까지 감내하면서 서명에 동참해주신 80만명의 주민들에 대해 그걸 관제서명, 조작서명이라며 그 의미를 폄훼하면서 전혀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자신감들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죠.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에 서명해준 사람들은 시민이고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것에 서명한 사람들은 조작서명에 동원된, 다시 말해 관제 동원된 사람들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도 제가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겁니다. 주민투표율 33%를 넘기고 말고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부분인 것이죠. 저는 이 부분을 투표가 끝난 다음에도 반드시 짚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과 미래한국 독자들께서도 투표에 꼭 참가하셔서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인터뷰 /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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