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는 대한민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위해 마련하는 통일 비용이다.
청와대는 통일세가 평화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중요하고 급한 문제라고 입장이다. 과거 서독은 1990년 통일이전까지 10년간 연간 100억 달러씩을 모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된 독일은 20년간 2조 유로(약 3000조원) 이상을 추가로 지불한 바 있다. 통일 이후 남한과 북한의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에, 사전에 투자 개념으로 적립해 놓자는 것이 통일세의 요지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 대비가 담론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스스로 통일 의지를 가지고 실질적인 통일 대비 역량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평화통일의 비전을 구현하는 데 있어 재원 문제는 가장 현실적이며 시급한 화두”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통일부는 막대한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통일세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통일세 징수 방안으로는 독일처럼 소득세나 법인세에 부과하는 ‘연대특별세’ 또는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세를 결사 반대하는 사람들… 왜?
좌파진영은 정부의 통일세 도입 방침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7월 18일 브리핑을 통해 “통일부가 오늘 통일세 도입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자료를 내놓기는 했지만, 이 정부가 통일세 도입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명약관화”라며 “이 정부는 통일세나 통일 재원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통일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면서 “정부는 통일세 논의에 앞서 남북 교류와 협력 등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선행 조치부터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은 물가고 때문에 살 수 없다고 아우성치고 탄식하고 있는데 통일부 장관은 느닷없이 통일세를 만들어서 북한의 붕괴에 대비해야겠다고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며 “아무런 정책이나 전략도 제시 못한 채 북한이 붕괴하기만을 기다리면서 빌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대북정책”이라고 성토했다.
또 그는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개성관광의 복원, 남북 국회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대통령의 대특별선언을 해야 한다”면서 “통일부 장관은 아무런 비전과 정책 능력이 없는 분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도 지난해 8월 말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통일세에 대해 “통일세는 흡수통일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을 중국으로 더욱 몰아내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3대 공동체 통일방안을 이야기하면서 통일세를 제안했는데, 이는 누가 봐도 흡수통일하겠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지난 8월 15일 이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 직후 논평을 내고 “수십년간 쌓아온 남북관계의 역사를 한꺼번에 파멸에 이르게 하고 국민의 안전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대북강경책을 고수하는 한,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세’는 결국 ‘분단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고 전쟁불사를 외치며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치닫게 하는 이명박 정권에 ‘분단세’를 낼 의지가 우리 국민들에게 과연 있겠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진보신당도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에 “왜 이런 제안을 느닷없이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불과 며칠 전까지 의혹투성이 천안함 사건을 핑계로 동서해상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정부가 통일세를 걷자니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족통일’을 주장했던 좌파진영이 통일세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주장하는 통일이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선언과 2007년 10·4 선언에서 북한 김정일 정권과 합의한 통일 방식은 대한민국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였다. 이는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좌파 야당들의 노선이기도 하다.
최근 좌파진영의 대선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문재인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지난 2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이 평화통일에 가까워졌다.
‘비용이 아닌 투자’ 국민 설득이 우선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통일은 커녕 전쟁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며 연방제 통일을 두둔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한 우파진영 인사는 이와 관련해 “종북좌파 진영으로서는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통일이 이뤄질 경우 ‘평양판 슈타지문서’ 등 조선노동당의 대남공작 관련 비밀문건이 공개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일세의 필요성은 해외 연구소들이 추측한 한반도의 통일비용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 2010년 1월 피터벡 스탠퍼드대 아시아 태평양센터 연구원은 남북한 통일비용이 적어도 2조 달러(약 2300조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2010년 3월 미 랜드연구소 국제경제 전문가 찰스 월프는 통일비용을 1조7000억 달러(약 2006조원)로 예상했다. 그는 북한 지역을 대한민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지 않을 경우에는 620억 달러(약 73조원)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조세연구원도 2009년 기준으로, 2011년 한반도 통일을 전제로 앞으로 10년간 대한민국 GDP의 12%를 통일비용으로 설정할 경우 127조원이 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한국의 경제규모와 재정상황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액수로, 통일세 징수 과정에서 국민적 반발을 야기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자유통일로 인한 긍정적 효과와 투자금의 회수까지 감안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2010년 12월 통일연구원에서 출간한 ‘분단관리에서 통일 대비’ 책자에 따르면, 2020~2035년 사이에 자유통일이 된다고 가정할 경우 10년 간 통일비용은 당시 GDP 대비 6.86~7.13%이나 통일편익은 같은 기간 GDP 대비 11.25%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 ‘통일비용 및 통일편익’)
신 명예교수는 이 책자에서 “자유통일 이후 군병력의 산업인력화으로만 2.6% GDP 성장 효과를 낼 수 있으며, ‘Buy Korean’ 정책에 따른 생산증가 5.6% 등 통일편익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도 같은 책자에서 “계산하지 않아도 통일편익은 통일비용보다 클 수 밖에 없다”며 “통일비용은 한정된 숫자일 것이나 통일편익은 통일 한반도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영원히 무한대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통일 비용 산출의 문제점
그는 “기존 통일비용 논의는 편익을 고려치 않은, 즉 편익을 뺀 순비용(net cost)이 아닌 총비용(total cost)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뒤 “예컨대 북한경제를 남한경제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남한의 2000만대 자동차 중 1000만대를 북한에 준다는 것인데, 그래봐야 북한에는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이런 식의 통일비용 논리는 터무니없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또 조 교수는 “북한에 고속도로 10개를 깐다면 경제력이 모자랄 때 먼저 7개를 건설하고 3개는 기존 국도로 이용하는, 즉 우리 경제능력에 맞게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고려치 않고 액수만 말하니 터무니없이 큰 통일비용이 산출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을 미루는 심리는 병 걸린 아내의 수술비용이 크니까 아내를 죽여야 한다는 것과도 같다”며 “통일비용의 핵심은 반드시 해야 할 통일을 어느 세대가 감당할 것인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는 “통일세를 언급하는 것도 좋지만 통일해서 얼마나 많은 편익과 이익과 일자리가 나올 수 있는지와 2천만 동포 해방의 도덕적 명분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라며 “지옥 같은 북한을 천국으로 만든 뒤 비전과 희망은 침묵한 채 세금 걷자는 말부터 꺼내니 어려운 국민을 당혹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대표는 “통일세금 대신 북한 개발비용, 북한 재건비용, 한반도 발전비용 등 좋은 단어가 많다”며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인도 “통일재원 마련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서민을 비롯한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검토돼야 한다”며 “우선 필요한 통일비용 규모부터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통일비용 마련이 중요한 과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국론분열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할 위험도 없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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