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 대학의 등록금은 비싼가? 과거 대학을 상아탑이 아닌 우골탑이라고 불렀다. 농사짓던 집안에서 소를 팔아야 할 만큼 대학 보내는 것이 힘겨웠던 시절의 이야기다. 과거 집안에서 대학생 한 명 보내기도 힘겨웠던 것이 이제는 고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을 간다고 하니, 진짜로 등록금이 비싼지 따져볼 문제다. 만약 정부가 세금을 지원해 등록금을 낮춘다면 대학진학률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대학 입학은 자발적인 개인의 선택행위이다. 본인의 발전과 미래의 향상된 삶을 목표로 대학에 진학하고 등록금을 지출한다.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교육의 결과가 일차적으로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합당하다. 즉, 대학을 가지 않는 사람 또는 제3자가 대신 등록금을 내야 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자신의 등록금을 남에게 대신 내라고 말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이는 염치없는 일이며 그렇게 당당한 일이 못된다.
그렇다면,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 부담이 큰 계층은 대학교육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이는 장학금 제도로 해결할 일이다. 우리 사회는 빈민계층을 위해 도움을 주는 복지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대학교육에서는 생활이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지금 스스로 학비를 부담하고 미래의 소득으로 갚겠다는 대학생들에게는 학자금융자제도를 확대 적용해 책임 있는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학이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지 않도록 자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산학협동과 기금 마련을 통한 장학제도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대학들이 모아 놓은 적립금 규모가 10조 원을 넘었다고 하면서 기금을 등록금으로 쓰자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기금이 30조 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기금은 대학의 발전을 위해 마련한 장기 투자자금이다. 대학의 졸업생, 미래의 신입생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그 혜택을 누려할 자금을 재학생들이 나누어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치 봄에 뿌릴 씨앗까지 먹어버리자는 소리로 들린다.
대학재정에 대한 민간의 기여를 높이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대학에 대한 개인과 법인의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혜택을 제도화하는 방법이 있다. 또 기여입학제를 허용하는 것도 실질적인 등록금 대책이 될 것이다.
대학은 고등교육의 주체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높은 품질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등록금은 교육서비스에 대한 가격이다. 가격을 억누르고 통제하면 품질이 떨어져 모두가 손해를 본다.
우리 대학은 학생 1인에게 1년간 약 1,056만원(2009년 기준)의 비용을 쓴다. 반면 1년에 약 685만원(2010년)을 등록금으로 받는다. 사립대학은 재정의 10% 정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대학이 더 높은 교육의 질을 위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세금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오히려 대학의 경쟁력을 낮추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대학의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정비와 함께 어려운 계층에 대한 장학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때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