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6차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내놓고 공기업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24개 공기업을 지분 매각하고 상장시켜 민영화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 계획대로 매각 또는 상장이 이뤄진 공기업은 7곳에 불과하다. 금융 공기업 민영화는 중단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져 정부의 기대만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4개 공기업 가운데 농지개량 안산도시개발 한국자산신탁 등 3곳은 매각이 완료됐고,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전력기술 지역난방공사 한전KPS 등 4곳은 상장이 이뤄졌다.
나머지 매각 대상 공기업 중 한국토지신탁 한국문화진흥(뉴서울CC) 88관광개발(88CC) 등의 매각은 수차례 무산됐다. LH(토지주택공사)가 보유한 한국토지신탁 지분 31.2% 중 11.9%에 대한 매각 입찰은 두 차례 유찰됐다. 또 한국문화진흥과 88관광개발 역시 매각 입찰이 각각 네 차례, 세 차례 유찰되면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영화 일정을 다음 정부로 연기한 사례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대한주택보증 민영화를 2015년까지 미뤘다. 재정부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주택이 급증해 공적인 역할을 계속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개 금융공기업 민영화 다음 정권으로
산업은행과 2개 자회사(산은자산운용,산은캐피탈),기업은행과 3개 자회사(IBK캐피탈,IBK시스템,IBK신용정보) 등 7개 금융 공기업의 민영화는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넘어갔다.
당초 ‘우리금융+시중은행+산은지주’의 메가뱅크 안까지 거론되며 추진됐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은 정책금융공사만 떼어냈을 뿐 정부 내에서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은행 민영화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정책금융기관들의 역할이 재평가되면서 정부 내에서 민영화 계획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이번 정부에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민영화 10명 중 4명만 “잘했다”
우리 국민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대해 인지 수준은 매우 높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는 10명 중 4명만이 ‘잘했다’고 봤고, 정책효과가 ‘있다’는 답변보다 ‘없다’는 답변이 많아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을 통해 지난 1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선진화 정책 인지도’ 92%, ‘정책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는 83.5%로 각각 나타났다.
정책인지도는 2009년 11월의 조사보다 21.5% 높아졌고, 정책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는 3.2% 높아졌다.
정책과제별로 ‘잘했다’는 응답률은 보수체계 개편(70.7%), 성과관리시스템 강화(68.1%), 노사관계 선진화(66.2%) 등의 순이었다. 공기업 민영화(41.3%)를 잘했다는 답변은 50%를 밑돌았다.
정책성과의 효과성에 대한 답은 25.5%로 2009년 조사(21.1%)보다 조금 늘었지만, 효과가 없다는 답변(26.9%)보다는 여전히 적었다.
향후 추진과제로는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33.0%)이 가장 많았고, 노사관계 선진화(32.3%), 성과관리 강화(30.6%), 외부 감시기능 강화(27.8%) 등의 순으로 꼽았다.
한상오 기자 hanso1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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