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90분 대북 라디오방송 송출
매일 90분 대북 라디오방송 송출
  • 미래한국
  • 승인 201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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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자유의 광장, 희망의 소리, 열린북한방송입니다. 열린북한방송은 남북해외의 한민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방송, 공동체방송입니다. 북한의 형제들과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열린북한방송은 북한의 자유를 증진하고 한민족의 화해를 촉진하며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방송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스티브 바라캇의 연주곡 ‘Flying’이 흐르는 ‘열린북한방송’의 오프닝 멘트다. 2005년 12월 개국한 열린북한방송은 (사)열린북한(www.nkradio.org)이 운영하는 민간 대북 라디오방송이다. 북한주민들에게 외부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북한 전역과 중국 동북3성에 송출하고 있다. 외국어 교육을 비롯해 ‘생활 속 경제’, ‘북한인권 이야기’ 등 다양한 코너들이 아침 저녁으로 1시간 30분 방송된다.

그중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라디오 남북친구’라는 시민참여 코너다. 최근 5기 참가자 30명을 선발한 열린북한방송은 오는 3월 2일까지 방송기술교육과 북한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10주간의 일정을 마친 수료자들은 10분 분량의 라디오방송을 총 5회 제작하여 북한으로 송출하게 된다. 라디오 드라마 ‘서울여자 평양남자 알콩달콩 사랑이야기’ 등 대학생과 시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그 주제 또한 스포츠, 영화, 종교, 건강 상식 등 이채롭다.

좌우 이념 떠나 사실 전달에 주력

지난해 1월부터는 북한 전문 뉴스레터인 ‘열린북한통신’을 한글판(주 1회)과 영문판(2주 1회)으로 발행하고 있다. 열린북한을 이끌고 있는 하태경 대표(43)는 열린북한통신 창간사를 통해 “좌 또는 우의 정치적 복선을 바탕에 깔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발언의 배경에 대해 그는 “북한 문제 열심히 하면 흔히 반공이라 여기지만 우리는 사실만을 전달하는 언론사다. 거기에 좌우가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 바로알기’라는 취지에서 시작된 열린북한통신은 김정은 후계 승계, 7.7 DDOS테러 김정은 주도설, 신부전증으로 인한 김정일 건강 악화설 등의 이슈들을 독점 보도했다. 하태경 대표는 지난 한 해를 회고하며 “한국 국민을 비롯한 대외의 독자들에게 북한 내부 뉴스를 보다 생생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패쇄적인 북한 사회에 관한 정보를 어떤 경로를 통해 수집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수십 명의 통신원들이 있다고만 밝힌 하 대표는 “오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최소 두 라인 이상을 통해 복수 확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경 대표는 <미래한국>과 인터뷰 당일(1월 7일)에도 오후 2~3시 경 입수된 정보의 크로스체크를 위한 전화 통화로 분주했다. 김정은 생일(1월 8일)기념 평양 중앙보고대회 개최 여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후계 문제를 공식화하는 행사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열린북한이 이룬 성과에 대해 하태경 대표는 “과거 대북방송이라 하면 지하에서 선동한다는 음침함 속에 중상모략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열린북한방송은 밝고 희망찬 이미지로 남한의 생활 모습 그대로를 북한주민들에게 들려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린북한통신도 평양의 깊숙한 이야기를 양지에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동’ 아닌 희망찬 이미지 전달

▲ 라디오남북친구 5기의 1차 제작교육(12/29)현장. 북한사회의 특징과 정치사상이란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제공=열린북한방송)
하 대표는 “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은 고객 중심 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하지만 NGO는 가치를 파는 곳”이라며 “그 가치를 국민들이 소비하기 쉽게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김정일이 나쁘니까 몰아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수준에 맞게 뭔가 먹기 좋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죠.”

하 대표는 ‘국민친화적인 NGO’를 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소식지 제작에 있어서도 남한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선 알아야 합니다. 대중들은 사실 통속적입니다. 기사 클릭 수만 체크해 봐도 그렇죠. 물론 재미만 추구해선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섞여 들어가야 사람들이 더 관심 있게 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하태경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세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받기 위해 캠페인을 실시할 것입니다. 정부가 이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하 대표는 이어 “지난 정부는 대북 방송에 우호적이지 않고 적대적인 면이 있었는데, 현 정부는 우호적이라기보다는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본다”며 “지금은 해외 주파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싼데 하루 빨리 국내 주파수를 따고 방송발전기금도 받아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둘째, 대중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라디오 남북친구’의 경우 지난해 10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올해는 400명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강좌 수료 이후 한 사람당 50분 분량을 제작하므로 매일 하나씩 방송한다고 하면 365일 이상의 방송이 나오겠죠.”

그는 말을 이었다. “셋째, 국내에 온라인 형태로 발행되는 열린북한통신을 해외로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북한 내부소식을 알리기 위해 외신과 외국 언론, 외국 공관 등을 대상으로 격월로 브리핑을 해볼까 합니다.”

북한 상층부가 변하고 있다

하태경 대표는 최근 북한의 가장 큰 변화로 상층부의 변화를 꼽았다. “엘리트들의 의식과 세계관이 달라지고 있는 거죠. 북한이 변하려면 상층이 변해야 하는데 김정일만 안 변하고 다 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는 “김정일 체제가 오래 못 간다”고 예측했다. “북한 내부에서도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두렵기 때문에 아무 말 못하는 것이고 오랜 세월 해 온 것이 갑자기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해 아직 의문을 갖고 있는 거죠.”

한편 북한에 대해 여전히 무관심한 사람들을 향해 그는 “북한의 현실을 바로 알아야 통일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이를 직시한다면 한국의 시민사회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eli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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