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나라당 의원 “北 물폭탄 있을 수 없는 일”
박진 한나라당 의원 “北 물폭탄 있을 수 없는 일”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09.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박 진 한나라당 의원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박 진 한나라당 의원  
 


오랜만에 국회 본회의가 시작되어 국회의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다들 분주하지만 요즘 가장 바쁜 위원회라면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빼놓을 수가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이 계속적으로 대형 사건을 터트리는 데다 세계와 소통하느라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보좌관의 재촉을 받으면서도 길지 않은 인터뷰 시간을 꽉 채워 주었다.


- 요즘 굉장히 바쁘신 것 같습니다.

“국내외로 바쁘게 뛰고 있습니다. 최근 몽골을 방문하여 신임 엘백도르지 대통령을 만나 한·몽관계 발전과 에너지 자원 문제를 논의하였고 인도 정부기관의 초청으로 인도를 방문하여 국회의장과 상공장관 그리고 외교담당 국무장관 등을 만났습니다. 최근 한·인도 포괄적 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는데, 앞으로 상임위에서 비준 동의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 북한이 불시에 댐을 방류하는 대형사건이 터졌습니다. 물 폭탄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분노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통일부 장관을 출석시켜 북한의 댐 방류 사태에 대한 진상 보고를 듣고 대책을 추궁했고 곧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북핵 관련 현안을 보고 받을 예정입니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 같은 물폭탄 참사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이 최소한 우리 당국에 사전에 경고하거나 알려 줬어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는 사태입니다. 얼마 전 소말리아 해역에서 우리 해군 청해부대가 급박하게 쫓기는 북한 어선을 해적으로부터 구해주었을 때, 머리 숙여 고마워하고 앞으로 계속 도와달라고 한 북한입니다.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무고한 우리 국민 6명이 사망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참사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약속도 해야 합니다.”

박 의원은 북한이 임진강 유역에 댐을 건설한 2001년 이후 연천·포천 등지에서 크고 작은 물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 측 댐의 저수량을 늘리고 홍수방지용 댐을 조속히 완공시키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한 실무자가 함께 관리할 ‘남북한공동하천 관리사무국’을 판문점에 신설하는 방안과 함께 남북이 수자원을 공동으로 관리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 핵문제만으로도 시끄러운데 물폭탄까지 쏘아대니 정신이 없습니다. 예전에 <박진의 북핵리포트>라는 책을 내셨는데,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북한 핵실험 이전에 쓴 책으로 핵동결, 핵포기, 핵확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북한이 결국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2차 핵실험을 한 북한은 우라늄 농축이 완성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6자회담을 다시 해야 합니다. 더 이상 타협은 안 됩니다. 비핵화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대화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겠지만 UN 안보리 결의에 따라 국제 공조를 통해서 핵확산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중국도 동참한다는 입장입니다. 남북 대화도 필요하고, 6자회담과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과 북한의 대화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청와대 비서관 5년, 정상회담만 300회 배석

 

 

박진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이전에 이미 유명인사였다.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3월에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5년 동안 청와대 공보·정무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대통령 통역 담당으로 대통령 해외순방을 16회 수행했다. 정상회담에만 300여 회 배석한 박 의원은 “정상회담 자리에는 늘 박진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울러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 “외교 비사의 보고”라는 평도 따라다녔다.

- 청와대를 비서관을 끝내면서 <청와대 비망록>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직접 겪은 청와대는 어떤 곳인가요.

“청와대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으로 24시간 긴장의 연속입니다. 언제 어디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지 모르고 국정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많지요. 김영삼 대통령을 모시면서 매일 새벽 5시에 청와대 녹지원에서 새벽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5년 동안 새벽4시 반에 집에서 출근했습니다. 힘들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김영삼 문민정부의 공보비서관과 정무비서관으로 5년 간 국정운영의 중심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당시 경험으로 청와대비망록을 썼는데 앞으로 후속편을 쓸 계획입니다. 카터 대통령의 남북한 방문, 김일성 사망, 동해안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IMF 위기상황에서 국제적인 긴박한 움직임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가슴에 담아둔 얘기가 많습니다.”

- 정권교체 이후,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고 거절했는데 어떤 소신에서 비롯된 일인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새정권이 들어서면 당연히 정무직 비서관에서 물러나는 것이 정치적인 도리라고 생각하여 아무 미련 없이 그만두었습니다. 정무직 비서관은 대통령 한 분을 모시는 영광으로 족합니다. 정치 상황이 바뀌더라도 의리와 소신을 지켜나가는 것은 공인의 자세이며 직업윤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김영삼 대통령을 상도동으로 찾아뵙고 문안드리고 있습니다.”

그는 청와대를 그만두고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일하면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다. 2000년에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8·8 재보선에 출마하여 국회의원이 된 박진 의원에 대해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는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보배”라고 했을 정도로 당의 기대를 받으며 입성했다. 이어 이회창 대통령후보 정무특보를 맡았고 이듬해 한나라당 공동대변인을 지냈다.

 

정치 일번지 종로에서 3선

종로는 우리나라 정치사의 상징적인 곳이다. 정치인들이 일부터 선택해 영광의 자리에 오르거나 무대 뒤로 사라지는 진검승부의 장소이기도 하다. 박진 의원이 40대에 종로구에서 당선되자 ‘다음 선거 때는 종로구 자리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박진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 일번지 종로구의 3선 의원이 된 것을 명예롭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종로는 저의 고향입니다. 종로에서 태어나 잔뼈가 굵었고, 종로에서 공부했습니다. 종로는 서울 사대문의 정치, 문화, 역사가 응축된 곳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일번지로 국민 여론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종로가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계속 발전하고 정치선진화를 위한 진정한 일번지 역할을 해야 입니다, 종로 출신 의원으로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일합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종로구에 출마하면서 박진 의원은 위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를 꺾으면서 단숨에 거물정치인으로 주가를 올렸다.

“손학규 대표는 저의 고교, 대학, 영국유학 선배인데다 평소 한나라당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이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선후배 동문으로서 같은 지도교수의 문하생 출신입니다. 그러나 손 선배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바람에 종로에서 진검승부를 겨루게 되어 착잡했고 기구한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단 선거에 돌입해서는 페어플레이를 서로 약속하였고, 네거티브전이 전혀 없었습니다.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자고 약속했고 그대로 지켰습니다.”

박진 의원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외무고시에 합격한 그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학 석사), 미국 뉴욕대(법학 석사)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엘리트 정치인으로 서민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하자 박 의원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강조했다.

“이미지는 엘리트로 비쳐지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소탈하고 서민적입니다. 평소 설렁탕이나 감자탕과 아구찜에 소주를 한잔하면서 편하게 누구하고든지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편입니다.”

 

이명박 - 오바마 ‘미스매치’는 오해

박진 의원이 18대 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3선 의원으로 국제통인 그가 앞으로 외교 통상 분야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고 기대대로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맡았다.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그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 옐친 러시아 대통령, 하시모토 일본 총리,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등 세계적인 정·관계 인사들과 교분을 맺었다. 국내 정계·학계·언론계에도 지인이 많다고 한다.

- 지난 10년 동안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와 미국과의 관계는 원만한지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서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 진보 대 보수, ‘미스매치’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잘 풀리고 있습니다. 외교적 실용주의를 통해 한미 공조 작동이 잘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하워드 버만 미 하원 외교위원장 일행과 회담을 했고, 국무부 커트 캠벨 차관보와 미셀 플루노이 국방부 차관 등과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안심했고 한미 전략대화가 원만하게 작동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더욱 심화되고 발전된 미래지향적인 전략동맹 관계가 될 것입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지역 뿐만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에서도 글로벌 파트너십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FTA 문제는 어떻게 진행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FTA는 국익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과거의 단순한 군사동맹을 넘어선 새로운 한미경제동맹은 양국 국익에 큰 도움이 되고 보호무역주의를 타파하여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입니다. FTA는 글로벌 코리아로 가는 데 절호의 기회이자 중요한 창문입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공개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인데 작년 말에 신성한 민의의 전당에서 불법폭력이 난무하고 쇠망치와 전기톱이 등장했습니다. 상정 자체가 그렇게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소신을 가지고 상정해서 상임위를 통과 시켰습니다. 국익 차원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해 한미 FTA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한반도 안보는 대단히 중요한 이슈로 신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한미 양국 정부간 2012년 전작권 이양 합의내용은 존중해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객관적으로 중간 평가하여 필요하면 한미양국의 협의를 거쳐 일정을 재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안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엘리트에다 유능한 일꾼으로 부각되고 있던 박진 의원이 박연차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렸을 때 많은 사람이 놀랐다. 최근 비서관의 소홀한 후원금 계좌 관리로 인해 박진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입금 여부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차명으로 보냈다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후원금을 담당하는 실무자도 전혀 몰랐고, 적법하게 영수증 처리하고 선관위에 신고까지 마친 것입니다. 재판에서 결백이 증명될 것으로 믿습니다.”

박진 의원은 과거 시민단체(NGO)가 선정한 우수 국회의원상을 5년 연속 수상했으며, 백봉신사상을 4회 수상해 언론으로부터 ‘보기 드문 신사 국회의원’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2008년에는 대한무궁화중앙회로부터 제17회 대한민국무궁화대상(깨끗한 정치인 부문)을 받았다.

- 대개 사건이 났을 때는 크게 보도하지만 무죄 판명은 작게 보도됩니다. 그 바람에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억울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것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우려하진 않습니까.

“부덕의 소치로 생각합니다. 엉뚱하게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을 벗고, 더욱 심기일전해서 열심히 의정활동에 정진하겠습니다.”

-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요즘 정치자금 후원 상황이 어떤지요.

“정치자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행법의 취지와는 달리 선의의 피해자가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평소와 같이 꾸준하게 저를 아끼고 후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 드릴 뿐입니다.”

 

“당내 차기 후보군 많은 것은 좋은 현상”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등장하면서 한나라당 내의 대권 지형이 바뀌었다. 요즘 한나라당 차기 대선 후보로 ‘박근혜-정몽준-정운찬’ 삼각구도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진 의원도 심심찮게 대권 후보로 이름이 거론된다. 박진 의원 자신은 어떤 꿈을 어떻게 꾸고 있는지 궁금했다.

“세 분 모두 훌륭한 분들입니다. 당내 기대를 받는 좋은 정치인들이 있는 것은 당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지요.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신념과 철학을 알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룰에 의해 경쟁 속에서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민주적인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이 중요합니다. 한나라당이 차기 리더십 후보군을 잘 만들어 나가야 국민들이 관심과 기대를 갖습니다. 저는 현재 본분인 국회의 외교통상통일위원장으로서 외교, 경제통상과 남북관계 안정을 통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 해나갈 따름입니다.”

박진 의원은 국익외교, FTA, 남북대화 등을 동시다발로 진행해 ‘글로벌 코리아’를 달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탄탄한 학식과 현장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외교통상통일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내길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다. #

인터뷰/ 김범수 발행인

글/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 이승재 객원기자 lsj@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