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사회’를 위한 주택공급 변화가 필요하다
   ‘축소사회’를 위한 주택공급 변화가 필요하다
  • 미래한국 편집부
  • 승인 2025.01.0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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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국회의 입법 싱크탱크인 <국회미래연구원>이 ‘제22대 국회가 주목해야 할 대한민국 미래의제’ 제하의 보고서를 냈다. 이 가운데 주택공급에 대한 분석과 제안은 향후 국회의 부동산 입법 안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보고서를 입수하여 정리 게제한다. (편집자 주)  
 

한국의 주거체제(즉, 주택이 공급·유통·소비되는 고유한 방식)는 경제성장이 본격화하면서 폭증한 도시 인구를 소화하기 위해 국가 주도로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만들면서 형성되었다. 도시화가 성숙되고 민간 자본이 축적되면서 주택 공급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과 권한이 확대되고 제도권 주택금융이 발전하는 등 지난 50년간 주거 체제에는 많은 변화가 진행되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인구증가·도시화·경제성장이라는 기존 주거체제의 전제 조건이 변화하면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던 공급 모형에 한계와 균열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주택 공급 모형은 공공이 주도하는 신도시 개발과 민간 소유자가 중심이 된 주택정비사업으로 구성되며, 최근에는 민간-공공 공동 설립 법인을 통한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이 여기에 더해졌다. 각 모형은 추진 주체나 개발방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적 한계에 직면하였는데, 공교롭게도 2021년 3월의‘LH 사태’, 2022년의 ‘둔촌주공 사태’, ‘대장동 사태’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은 각 공급 모형에서 모순이 발생하는 구조와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인구증가와 지속적 도시화, 경제성장과 집값의 상승을 전제로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는 기존 모형을 단적으로 정의하면 대량생산-대량소비의 포디스트 공급 모형이라 할수 있다. 문제는 현행 체제의 경우 인구·소득·경제가 성장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는 성장사회에 적합하기 때문에 인구감소, 1인 가구 및 고령가구의 증가, 저성장과 같은 주거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주택 수요에 맞춤형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과 대규모 정비사업 등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포디스트 체제에서 벗어나 소량-다품종 및 수요 맞춤형 주택 공급을 위한 중소규모 토지단위의 포스트-포디스트 정비 모형을 확산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새로운 공급모형에 대한 정책 실험은 아직 일부 정책 전문가들에 의해 모색되고 있을 뿐 시장에서의 수용성이나 파급력은 낮으며 물량적 측면의 실적도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의 모든 제도와 정책은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며 경제가 확장하는 성장사회를 전제로 만들어졌으며 또한 그 결과물이기도 하다. 21세기 접어들면서 낮은 출산율이 경제와 사회의 위험 요인으로 대두하였으나 아직 그에 따른 문제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2000년 이후 20년의 기간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인구는 483만 명이 증가하였으며, 중위연령이 2000년 31.8세에서 2020년 43.8세로 12세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젊은 나라에 속한다. 

고도성장기 모형 탈피 정책 의지 필요

20년간 경제성장률 역시 연평균 3.9%에 달하였다. 그러나 2020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는 인구가 줄어드는 축소사회에 진입하였으며, 생산가능인구(15~64세) 역시 2019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총인구는 약 4,700만 명으로 지금보다 400만 명가량 줄어들며, 특히 지역별 인구감소율은 부산, 대구, 울산이 22~23%에 달하며 서울 또한 1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었다(통계청, 2023). 

총가구 수는 2020년 2,073만 가구에서 2050년에 2,285만 가구로 증가하며, 같은 기간 1인 가구의 비중은 31.2%에서 39.6%로, 고령자 가구의 비중은 22.4%에서 49.8%로, 수도권 가구의 비중은 48.8%에서 51.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통계청, 2022). 또한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로 2050년까지 경제성장률은 0.5% 수준으로 1인당 GDP 증가율은 1.3%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었다(KDI, 2022).

인구감소, 초고령화와 같은 인구 부문에서의 정해진 미래는 경제성장을 제약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거의 대부분 분야에 걸쳐 예측하기 힘든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분야도 인구감소와 성장둔화가 초래할 변화로부터 비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인구와 가구는 주택 수요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주택시장이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작동한다면 수요의 변화는 가격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주택 공급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주택 공급이 투자 결정, 도시계획, 토지와 금융의 조달등 다양한 주체들의 복잡한 의사결정의 결과물로 수요에 후행해서 움직인다는 점이다. 주택 수요의 급격한 변화가 전망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서 적절한 공급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수년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성장사회에서 급증하는 도시 인구와 주택 공급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주거의 질 저하 문제는, 축소사회에서도 유사하지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인구·가구 변화와 주택 공급 사이의 불균형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을 뿐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이다. 한 가지 사례로 인구문제 가운데 고령화가 지역(광역시도 기준)별 노후주택과 빈집의 비율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 보자. 「주택총조사」 자료가 제공되는 2015~2022년 기간 동안 시도별 고령화율이 상승하면서 동시에 노후주택 비율과 빈집비율도 동반 상승하였다. 고령화율이 1%p 높아질 때 노후주택의 비율은 약 1.31%p, 빈집의 비율은 약 0.66%p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고령화율이 40%로 상승하는 2050년에 전국의 노후주택 비중은 82.3%로, 빈집 비중은 24.5%로 높아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망치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의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인데, 달리 말해 향후 주택 수요 변화에 대한 보다 능동적인 대응이 없을 경우 열 집 중 여덟 집이 노후화되고 두 집은 비게 되는 암울한 미래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인구감소, 초고령화 및 1인 가구의 증가, 저성장 시대의 도래 등 머지않아 당면할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주택정책은 경기변동에 따라 규제의 완화와 강화를 반복할 뿐 지속 가능한 주거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종합적 시각과 중장기적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택 공급 부문에서는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기댄 대규모 민간 분양 사업이나 신도시 건설 등 수도권 외곽의 택지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주택 점유 부문에서도 임차인의 주거권 강화를 위해 도입된 주택임대차 3법이 정책의 취지에 맞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택 분야에서 최근 발표되고 있는 정부 정책을 보더라도 문재인정부 시기에는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세강화·개발제한 등 규제에 치중하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부동산 PF 구제, 정책금융의 확대와 같이 주거체제의 변화를 선도하기보다는 민간 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른 현안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율이 1%p 높아질 때 노후주택의 비율은 약 1.31%p, 빈집의 비율은 약 0.66%p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고령화율이 40%로 상승하는 2050년에 전국의 노후주택 비중은 82.3%로, 빈집 비중은 24.5%로 높아지게 됨을 의미한다.

신도시 개발 모형을 통한 주택 공급은 가능할 것인가

우리나라 주거체제는 공급방식으로는 신도시 개발과 아파트 정비사업을 통한 대규모주택 공급, 수요 측면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에 기댄 매매수요, 전세제도에 기댄 임대차시장과 주거 사다리를 고유한 특징으로 한다. 거의 50년에 걸쳐 축적된 경험과 제도는 주택 당국과 소비자들이 경로의존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었다. 
먼저 「택지개발촉진법」 체제, 즉 정부의 토지수용권을 발동하여 토지를 전면 매수하고 택지를 조성하는 신도시 건설 방식의 지속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가장 중요한 근거는 인구 및 가구 구성의 변화이다. 1990년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가 건설되던 당시에는 대한민국의 인구가 연간 40만 명 이상 증가하고 수도권으로도 연간 10만~30만 명의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었다. 동탄, 판교, 검단, 양주 등 2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었던 2000년대에도 우리나라 총인구는 연간 28만 명 정도씩 증가하였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이미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되었으며 향후 2050년까지 연평균 15만여 명에 이르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는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장거리 통근을 감수하는 1~2인의 생계부양자 및 근린에서 생활하는 나머지 가구원으로 구성되는 3~4인가구를 기준으로 조성된 신도시 방식의 주택 공급은 새로운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주거서비스에 대한 수요적 측면뿐만 아니라 토지의 공급측면에서도 이미 3기 신도시까지 계획이 확정되면서 수도권에서는 100만 평 이상의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토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민간 중심의 대규모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은 지속 가능한 전략인가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 역시 향후 그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향후 재건축의 가장 큰 난관은 용적률이다. 1990년대에 아파트 중심으로 개발된 1기 신도시는 현재 준공 30년을 넘기면서 설비 노후화 등으로 주민들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희망하는 주택의 수가 삼십만 호 이상에 이른다.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대부분 용적률이 200%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재건축과정이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비사업에서는 용적률이 250%에서 최대 300%까지 허용되기 때문에 재건축 조합원은 재건축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1기 신도시 이후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용적률이 200% 전후로 신축 아파트의 허용 용적률과 차이가 크지 않아 재건축 조합원들의 자기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다. 결국 용적률의 대폭 상향 없이 소유주들이 자기 부담이 높은 재건축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용적률 상향은 도시 혼잡 및 인프라 추가 공급의 문제를 야기하는데, 향후 인구감소로 인한 주택의 과잉 공급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수백에서 수천 가구를 새로 공급하는 현재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은 통상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며 일반분양 물량으로 공사비의 상당액을 충당하기에 부동산 경기가 사업 추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1만 2천여 가구 공급으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불리던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공사 중단 사례는 조합원 간 의사결정의 어려움, 공사 비용 상승에 따른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 등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안정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에 더욱 더 사업의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함을 보여 준다.

주택가격 상승을 전제로 한 자금조달 방식은 지속 가능할 것인가

신도시 개발이나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은 모두 지속적 도시화와 주택가격의 지속적 상승을 전제로 작동한다. 달리 말해 시세차익을 얻기 힘든 사회경제적 상황이 되거나, 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지탱할 수 있는 신규 택지의 개발 또는 기존 택지의 용적률 상향을 지속할 수 없다면 작동하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배경으로 1) 핵가족 중심의 인구증가, 2) 지속적인 도시화, 3) 노동시장에서의 안정적 지위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또는 사금융을 통한 재원 조달 방안이 전제되어야 한다.

2022년 기준 서울 지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16.9배에 달한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하더라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의 제약으로 인해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이 가능한 근로자는 극히 일부 고소득계층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상속이나 증여 재산이 없는 경우 대출을 통한 자가 마련은 더 이상 다수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님을 의미한다. 또한 소득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제도권 금융을 통한 신용대출의 여지는 축소되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변화 역시 주택금융을 통한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배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총인구의 감소(및 가구 수의 정체)와 함께 포화 상태인 도시화 수준은 쉽게 변화되기 어렵다. 핵가족 중심의 인구증가와 도시화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은 매우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현재의 주거체제를 떠받치는 토대의 불안정성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1인 가구화를 통한 총가구 수 증가, 역외 인구 유입의 증가 등과 같은 반론도 제기되지만 그러한 수요를 반영하더라도 중장기적 주택 수요의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안적 주거체제의 기본 방향

고도성장기 모형을 대체할 새로운 주거체제는 인구증가와 집값 상승에 기대지 않으면서 점차 다양해지는 주거서비스 수요를 만족하는 주택 공급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먼저, 인구 측면에서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 혼성화에 대응하는 수요 전략이 필요하다. 주택 수요는 1인 생계부양자가 저축과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매하는 가족 단위 수요에서 벗어나 청년층과 노년층을 포함한 1, 2인 가구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1인 가구를 위해 돌봄 등의 주거서비스를 결합한 주택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운영 단계의 소프트웨어와 물리적 주택이라는 하드웨어를 결합한 주거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차원으로 주택에 대한 개념을 전환하고, 건설·공급 중심 모델에서 수요 맞춤·운영 중심 모델로 주택 공급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공급 주체의 측면에서 보면,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나 아파트 단지의 정비사업과 같은 기존 모형은 공급자 측면에서의 사업성이 사업을 견인하는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수요 맞춤형 공급 모형의 경우 운영 단계의 주거서비스와 결합하는 방식을 활성화하되, 양극화 완화와 중저소득 계층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주택이나 공공·민간 협력 방식(PPP)의 성과와 한계에서 얻은 교훈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특정 주체를 통한 주택 공급에 매몰되기보다는, 시장 변화에 민감한 사적 주체와 비영리 민간 주체가 계획 거버넌스 및 공급에 동참하고 이들의 창의성이 공공성 틀 안에서도 발휘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토지 공급의 경우 사업성이나 토지의 효율적 이용 및 주거환경 정비 측면에서도 개별 필지 차원의 철거 후 신축보다는 일정한 규모의 정비사업이 가능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 부문에서는 용적률 증가를 바탕으로 일반분양을 통해 얻는 수익이 사업성을 좌우하는 정비사업의 재무구조에서, 운영 단계의 주거서비스 제공자들이 투자에 참여하고 이를 장기저리의 금융 지원으로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

미래의 주택 공급은 신규 택지개발의 비중이 줄어들고 정비사업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정비사업은 용적률 상향과 주택가격 상승에 기댄 모형인데, 인구의 감소와 구조의 변화, 도시의 성숙, 저성장 시대의 도래 등 주거 수요를 결정하는 여러 변수를 살펴보면 미래 주거체제에서 성장 시대의 모형이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반분양 수익으로 사업성이 결정되고 이 과정에서 민간의 이해당사자들이 개발동맹을 형성하는 체제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향후 주거서비스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 주택화 사업과 돌봄 등 주거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투자 유인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주거서비스 제공자들이 운영 단계의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공급자금융 및 소비자금융이 장기 저리의 금융 모형으로 지원될 필요가 있다. 투자위험 관리의 측면에서는 주택 수요자, 제도권 금융, 생산자가 책임을 분담하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장기 저리의 주택금융을 지원받은 주택 공급자와 소비자가 주택 공급 재원을 분담한다면, 주택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과 책임 역시 공유될 수 있다. 위험과 책임의 공유는, 주택 공급에 따른 불확실성과위험의 대부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불공정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주택의 품질 개선과 공정 효율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장기 저리 공급자금융을 통한 대안적 임대주택 공급

공공 부문과 비영리 민간 부문이 주체가 된 임대주택 공급 역시 장기 저리 공급자금융을 통한 대안적 공급 모델이 관건이다. 장기 저리 공급자금융은 공공 부문이 교차보조를 위한 영리사업의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 저리 할부 판매(지분적립 등)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LH나 지방정부 등 공공 부문이 주택 공급을 담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시장 참여자와 같은 이윤 추구 행위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행위자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공공임대 공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 공기업의 역할과 공공의 개입 방식이 공익성을 구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이 교차보조나 개발이익 환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장기 저리 금융지원 시스템을 이용한 안정적 재원 조달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금융 구조가 정착되면 사회주택이나 민간 분양 부문 역시 전세보증금을 통해 초기 비용을 상환하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의 안정성과 현금 흐름 개선, ‘깡통전세’ 위험 완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분공유형 주택 모형의 설계와 확산주택 공급과 점유의 매개고리로 작동하는 전세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는 주택의 사용자와 공급자가 지분을 공유하는 ‘지분공유형’ 주택모형을 대안으로 제안하였다. 구체적으로 지분공유형 주택의 한 가지 모델로, 초기에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전체 주택 지분을 공급자와 입주자가 5 대 5로 분담하는 것을 원형으로 삼은 후 입주자에게 잔여 지분 적립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모형을 제시하였다. 이 모형의 장점은 우선 매매가격의 50% 이상을 보증금으로 지불하는 전세 계약에 비해 초기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둘째, 임대의무기간 이후 재계약이 보장되지 않는 전세계약에 비해 주거안정화에 기여한다. 셋째,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상존하는 전세와 달리 공공이 환매를 보장하므로 원금 손실 위험에서 자유로우며 환금성 측면에서도 우월하다. 넷째, 이익을 나누고 손실은 분담한다는 점에서 단순 보증금인 전세에 자산 투자 면에서 유리하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건설 원가 이상이 유지되면 공공 지분을 소유한 공공사업자의 경우 퇴거자의 원금은 보장하도록 설계함으로써 투자 지분에 대한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책적·정치적으로는 시세가 건설 원가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만 실질적으로 손해를 분담하고, 그 이전에는 공공이 정책적으로 원금을 보장해 주더라도 공공의 경우 재무적 차원에서는 다시 초기 분양가 이상으로 회복하는 시점 이후까지 장기보유가 가능하다. 이러한 설계방식은 입주자가 지불한 보증금이 장부상 ‘부채’가 되는 ‘공공전세’와 달리 공기업의 재무구조 건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끝으로 소비자금융 측면에서 지분공유형 주택은 자금 수요자와 금융기관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민간 입주자가 필요로 하는 초기 비용이 주택가격의 50% 수준이므로 차주 은행 입장에서는 LTV 관리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공공이 환매를 보증하므로 금융 부실의 위험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필요 자금의 규모가 줄어들고 대출 상환의 리스크가 감소함에 따라 주택금융 수요자는 이전에 비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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