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종신 집권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 미칠까
푸틴의 종신 집권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 미칠까
  •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9.05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우호협회-미래한국 공동기획]

전쟁의 와중에 치러졌던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은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도 훨씬 높은 투표율과 지지율로 재선되었다. 2년이 훌쩍 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많은 젊은이가 희생되었고 동원령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조국을 떠났다. 

서방의 혹독한 경제 제재로 국민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 선거를 앞두고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형무소에서 의문사하고 반전 운동을 이끈 보리스 나데 즈딘 후보가 출마 금지를 당하는 등 정국 불안 요소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푸틴은 77.49% 투표율에 88.48% 지지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되었다.  

사망할 때까지 집권했던 스탈린은 공산당 서기장에 30년간 재 임했고 브레즈네프는 18년간 재임하였다. 푸틴은 2000년에 대통령에 취임하여 연임 금지 헌법 조항으로 4년간 총리에 재임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이미 20년간 대통령이었고 이번 대통령 당선으로 6년의 추가 임기가 보장되었고 헌법상 6년 임기의 또 한번의 재임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스탈린보다 긴 32년간의 집권이 가능하며 총리 시절도 사실상 집권 기간이라고 본다면 36년의 집권이 되며 종신 집권이라 아니 할 수 없다. 1952년생이기 때문에 나이로 보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에서 재위 기간이 가장 길었던 에카테리나 2세가 재위 기간이 34년이었기 때문에 푸틴을 황제(짜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바가 없다. 

병마와 부패 스캔들로 국민 지지도가 바닥이 었던 옐친 대통령은 1998년 8월부터 1999년 8 월까지 1년 내 4명의 총리를 교체하면서 후계자를 모색하였다. 1999년 8월 9일 후계자로 아직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KGB 출신의 푸틴을 총리 대행으로 임명하고 그해 12월 31일 조기 사임하면서 푸틴은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대통령 대행이 되었다. 

옐친이 푸틴을 후계자로 임명한 것은 권력 기관 출신의 푸틴이 퇴임 이후 본인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으로 보았을 것이라는 의견과 긴 시간은 아니지만 몇 년간 대통령 주변에서 보여준 능력의 탁월성이 이유였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 의견이었다. 

하지만 당시 비서실장이면서 옐친의 사위였던 발렌틴 유마셰프(V. Yumasev)는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옐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여러 후보 중에 후계자로 정한 것은 푸틴이 민주주의와 시장주의를 발전시켜 나갈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옐친 자신도 푸틴이 이렇게 오랫동안 러시아를 통치할 지는 몰랐겠지만 2007년 서거 전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전술했듯이 러시아 국민들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 을 겪어 왔고 더욱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독재에 항거한 많은 언론인과 정치인이 의문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까지 개정하여 임기를 연장하고 있는 권위주의 지도자를 러시아 국민들이 이처럼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그 답을 찾기 쉽지 않다. 

푸틴 대통령 외교의 핵심 브레인으로 알려진 세르게이 카라가노프(S. Karaganov) 고등 경제대학 교수는 “1차 대전 후 패전국 바이마르 공화국이 베르사이유 조약으로 영토 상실과 배 상으로 고통받았듯이 소련 해체 후 패전국도 아닌 러시아는 영토 상실이나 배상은 없었지만 국제사회에서 패전국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푸틴의 ‘국가문명론’과 대외정책 방향 

강대국의 존엄과 이익이 짓밟힌 러시아 국민들이 일종의 ‘바이마르 신드롬’을 앓게 되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강대국의 자존심 회복을 원했던 독일이 히틀러라는 애국주의 독재자를 만들어 냈듯이 강대국 러시아 부활을 원하는 러시아 국민들의 향수가 푸틴을 만들어 냈는지 모른다. 

90년대 경제위기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던 러시아를 2000년 이후 고성장 국가로 구해냈고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강화한 ‘구원자’ 이미지에 우크라이나 전쟁 중 서방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작년 경제 성장 3.5%를 만들어 낸 ‘능력자’ 이미지가 더해졌다. 이런 이미지가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신시킨 것으로 보인다. 강대국 러시아를 꿈꾸는 러시아 국민의 애국주의가 지속되는 한 푸틴의 권력 기반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피터 대제 이후 러시아는 서구와의 유사성을 추구하는 대서양주의와 러시아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유라시아주의라는 두 축 사이에서 움직여 왔다. 푸틴 이후 러시아는 점차 러시아는 유럽과 분리된 문명이라는 인식과 함께 세계의 경제, 기술, 군사 중심지가 북대서양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국제 질서도 이에 맞게 다극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스스로를 “독특한 국가 문명이자 광대한 유라시아 및 유럽 태평양 강대국”으로 자처하며 “전통적인 유럽 문화 및 기타 유라시아 문화와 깊은 역사적 유대를 맺고 있다”고 밝힌다.  

이러한 원초주의적 분리 의식이 ‘국가문명론’ 강조로 이어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23년 10월 5일 개최된 20차 발다이 클럽 연설에서 “국가문명의 본질적 특성은 다양성과 자급자족 을 포함하는 것이며 러시아는 국가 차원에서 다 양한 문화, 종교 및 민족을 포괄하는 하나의 국가 문명이다”라고 주장한다. 푸틴의 ‘국가문명론’은 보편적 국제 질서에 멀어지는 러시아 외교에 정당성을 제공하기 위함이고 러시아가 문명의 핵이라면 그 주변부에 팽창주의적 책임을 갖는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푸틴 대외정책의 분기점으로 보이는 2007년 푸틴의 뮌헨 연설 이후 러시아 대외정책의 공식 목표가 국제 질서의 다극화였다면 암묵적인 목표는 친서방 보편주의에 저항하려는 열망이었 다. 푸틴의 대외정책은 초기에는 수동적 입장에서 국제 안보 및 경제에서 러시아의 특별한 이해 관계를 복구해야 한다는 일종의 ‘지정학적 수정주의’였다. 푸틴의 집권이 장기화되고 서구와의 갈등이 더욱 심화하면서 러시아는 서구와는 가치도 공유하지 않는 분리된 세계라는 소위 ‘가치 수정주의’로 진화하였고 그 기반을 신유라시아주의에 기초한 국가문명론이 제공하였다. 

푸틴 5기 대외정책도 기존의 연속선상에 있을 것은 분명하다. 2023년 3월 31일 새로 개정 된 ‘러시아 대외정책 개념’에서도 러시아가 서방 특히 미국과의 대결 자세를 견지하면서 비서방 국가들과 협력 강화를 천명하고 있다. 기존의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를 외교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서방 제재에도 꺾이지 않는 세계 강대국으로서의 러시아 이미지를 투영하면서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러시아가 제시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비전의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서구가 주도하는 세계화를 신제국주의로 규정하고 러시아는 국가마다의 주권이 존중되는 다극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소위 ‘무제한’의 파트너인 중국과의 협력을 제일 우선순위에 두면서 인도와 이란 그리고 튀르키예 등과 소위 ‘유라시아 지정학 벨트’ 형성에 주력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외교 정책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촉발했으며 러시아와 서방 관계 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푸틴이 집권하는 한 이러한 단절 관계를 복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기저에는 소위 ‘푸틴의 악마화’ 인식이 있다. 푸틴 대통령의 원래 성향이 반서구적이며 그런 인식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푸틴과 다중적 국제 질서 

마크 카츠(M. Katz)는 지하드(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위협, 중국 부상 견제, 이란 핵 억제, 한반도 긴장 완화, 러시아와 미국의 핵무기 통제와 비확산, 유럽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 러시아 경제의 세계 시장으로의 통합 등 양국 간 공동의 이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관계가 나빠진 것은 푸틴의 본성적 권위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미국에 대한 불만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나토 확장, 구 유고에서의 미국과 서구 행동(특히 코소보 독립인정), 이란 등 적대국으로부터의 잠재적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 유럽에 탄두미사일 배치, 미국 주도의 이라크 개입,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의 색채 혁명 지원, 리비아 개입, 시리아 반군에 대한 미국 동맹국들의 지원,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에 관한 미국과 유럽의 행동 등은 러시아가 동구처럼 민주화, 시장화, 서구화의 과정을 거친다면 받아들여졌으리라는 것이다. 반면에 미러관계의 악화에 대해 푸틴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채럽(S. Charap)과 샤피로(J. Shapiro)는 푸틴의 정치적 성향은 러시아와 서구 관계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서구가 이러한 시각에서 러시아를 보는 한 어떤 근본적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푸틴이 사라져도 민족주의와 반서구 정서를 따르는 제2, 제3의 푸틴이 나타날 것이라 본다. 문제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푸틴의 악마화’ 인식은 더욱 고착될 것이며, 갈등의 해결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질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정치적 동부, 미국과 나토 및 AP4가 연대하는 정치적 서부, 그리고 중립적 양상을 보이는 글로벌 사우스의 3분기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3분기 구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지만 고착되기 보다는 매우 유동적일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서구적 자유주의와 문명적 민족주의가 혼합되어 정치적 동부와 정치적 서부 모두에 이중적 소속감을 보이고 있고, 이번 전쟁에서 중국이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듯이 중국과 러시아가 행동 차원의 합의는 여전히 부재해 보인다. 인도는 정치적 서부와 정치적 동부에 모두 독립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힘을 점차 키우고 있고 이란은 서구와 갈등을 확장시키고 있지만 중국, 러시아와 일치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푸틴의 ‘강대국 러시아’ 외교 노선에도 러시아가 자율적 강대국이 되는 다극 사회의 출현은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역량과 경제력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극적 국제 질서보다는 상당 기간 다중적 국제 질서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자유적 국제 질서가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 이슬람권의 급진적 초국가 주의가 다중적으로 존재하면서 여전히 공감대가 가장 큰 글로벌 질서로서 ‘규칙 기반 질서’의 내용과 메커니즘에 대한 서구 주도의 합의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푸틴 5기 국제 질서의 특징은 첫째, 유엔의 역할이 점차 더 큰 한계를 보일 것이며 유엔 안 보리의 거부권 문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것이다. 기후 변화 문제, 식량 불안, 세계적 건강 위협 같은 긴급한 초국가적 문제의 해결은 물론 북핵 문제 등 세계 안보 문제에 대한 건설적 합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지정학적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세계적 민주주의 쇠퇴는 그간 서구가 공들여 온 세계화 체제를 약화시키고 있다. 세계화가 모든 국가의 부(富)와 민주주의 융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잃으면서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믿음도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유엔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정치적 동부와 정치적 서부의 진영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정치적 동부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참여하는 BRICS와 SCO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6월, 베이징 14차 BRICS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BRICS+로 그룹을 확장하는 데 합의했고,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이란, 이집트가 가입했다. SCO도 확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다른 SCO 회원국들은 각각 남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를 완성하고 강화하기 위해 이란, 인도, 튀르키예와의 협력을 더욱 필요로 할 것이다. 향후 중동 국가들의 가입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정치적 서부의 협력 플랫폼도 변화가 예상된다. G20의 역할은 축소될 것이다. G20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제재에 참여하는 국가와 참여하지 않은 국가가 10:10으로 반분되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정치적 서부의 핵심 플랫폼으로 지속되는 것을 서구가 바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G7에 한국과 호주 같은 친미 동맹을 가입시켜 G7+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정치적 서부와 정치적 동부의 진영화 갈등이 심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성이 지정학적 패권 경쟁과 경제적 패권 경쟁이 겹쳐진 복합적 성격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가치전쟁으로 국제 질서가 진영화 된다면 과거의 냉전과 달리 경제권 단절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단절, 공존, 이합집산이 혼재할 가능성이 커지고 패배는 사실상 경제권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 처절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셋째, 지역 강국의 위상이 더 커질 것이다. 미중 경쟁과 미러 갈등의 향후 양상에 서아시아의 인도, 유라시아의 튀르키예, 남미의 브라질 등의 입장은 무시하지 못할 변수가 되었다. 미 국과 중국 같은 글로벌 강국도 모든 하위시스템 역동성을 동화시킬 만큼 강하지 않다면 글로벌 강대국의 전통적 의미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외 정책의 가장 큰 과제는 글로벌 정치에서의 분권화 즉 지역이 과거보다 큰 자율성을 갖게 된 현재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 되었다. 

넷째, 공급망의 무기화로 경제안보 문제가 모든 국가의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 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를 포함한 핵심 광물의 공급망이 전쟁과 같은 지정학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보여주었다. 지정학 경쟁이 공급망 진영화와 연계된다면 에너지, 곡물,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경제 안보 문제는 가장 중요한 국가 의제가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또한 지정학 리스크는 기업에까지 확산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러시아 내 외국기업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러시아 시장을 떠나게 되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제일 높았던 현대자동차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기업들은 해외투자에서 ESG뿐만 아니라 지정학 리스크까지 고려해야만 하게 되었다. 

향후 국제 질서가 신냉전의 양상일 지는 논란이 있지만 만약에 냉전적 구조화가 나타난다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체제 경쟁 속에서 유럽이 갈등의 핵심 지역이었던 구 냉전과 달리 새로운 냉전은 국제 질서의 모델 경쟁과 동아시아 갈등을 중심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만 문제가 잠재적 위기로 부상하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 양상이 출현하고 있다. 

신냉전 위기 속 한국의 대외전략 

푸틴 5기 한국이 가장 우려할 문제는 북중러 연대 가능성이다. 이런 우려가 제기된 배경은  북러관계가 예상 외로 급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북한은 유엔에서 러시아를 적극 지지하고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공화국의 독립을 가장 빨리 승인하였다. 러시아는 2022년 5월과 10월 대북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화답하였다. 그러다가 작년 7월 쇼이구 국방장관의 평양 방문은 북러간 군사 협력의 신호탄이 되었다. 

북러 밀착이 예상보다 급진전하리라는 것은 작년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개최된 북러정상회담의 분위기에서 읽혀졌다. 4년 만에 개최된 회담이었지만 그 어느 때 정상회담보다도 많은 양측 고위급이 배석하였고 우주기지뿐만 아니라 수호이 전투기 공장 방문 등 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정상 회담 이후 여러 분야 대표단의 상호 방문이 이루어졌다. 특히 작년 10월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평양 방문과 금년 1월 최선희 외상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푸틴의 평양 방문은 기정 사실화하였고 빠르면 5월 중국 방문 전후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고 늦어도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이나 10월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전후로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북러관계를 무한정 발전시키기에 양국 모두 일정 제약은 갖고 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러 시아가 대놓고 제재를 위반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군사기술 협력의 수준을 핵무기 관련 기술까지는 확대하기 어렵다. 러시아가 그나마 외교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가 안보리 거부권이다. 또한 많은 경제협력 의제를 논의는 하겠지만 북한이 원하는 경제지원을 하기에 현재 러시아  경제상황은 여력이 적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과도한 북러밀착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위험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중러 연대는 중국의 입장 때문에 그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미중 경쟁 속에서 중국은 코로나 위기 이후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여러 경제 의제를 서구와의 협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서구와의 전면 대립은 피할 수밖에 없어 북한 문제에 적극 개입할 상황이 아니다.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접근으로 인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 것에 대한 염려로 중국이 북중러 연대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현재의 대북 영향력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격차는 중국이 이를 염려할 정도보다는 훨씬 크다고 보아야 한다. 
북중러 모두 핵보유국으로서 군사 동맹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점도 고려해 볼 때 북중러가 빠른 시간 내에 동맹적 연대로 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북중러 연대가 장기적 추세로 나타날 가능성은 있음은 유의해야 한다. 

 첫째, 한미일 공조 강화가 북중러 연대를 부추킬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 공조 강화는 북핵에 대한 대응이지 반중, 반러는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하겠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일 공조가 나토와 연계되어 반중· 반러의 글로벌 안보구조화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미일 공조와 나토와 아시아 안보구조의 통합을 방해할 효과적 수단이 북한 카드인 것이다.  

 둘째, 대북 제재가 무력화되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위험이 있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추가 대북 제재를 반대하고 있으며 이번 푸틴의 평양 방문에서 이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인정할 가능성은 적지만 푸틴의 평양 방문 등에서 북핵과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가 자위권 차원임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온다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셋째, 북한이 최근 자오러지(趙樂際) 전인대 상무위원장 평양 방문을 통해 북러 정상 회담이후 중국과의 소통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벨라루스 등 친러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에서 북한의 대외전략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북한은 1990년 이후 핵능력 제고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병행 전략을 추진해 왔는데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북한이 북미정상화를 포기하고 국제질서가 미중 진영화하는 것으로 보고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대중, 대러 협력 강화를 선택하는 대외 전략의 근본적 수정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신냉전 분위기 조성이 북한 외교에 기회적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 위협을 통해 서구의 군사 개입 수준을 제약했고 사실상 사전 억지가 불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북중러 연대로 유엔 안보리가 사실상 대북 제재 능력을 상실한다면 북한은 핵 위협을 더욱 빈번히 노골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자체의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한국형 핵공유 체제 추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중러 연대는 한국 외교에는 재앙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불가능해지며 최악의 안보 환경은 한국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선 북중러 연대를 막기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대러 원칙을 천명하고 고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에 대해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한다. 

둘째, 한국의 안보 환경을 고려하여 러시아의 레드 라인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무기 제공은 하지 않는다. 셋째,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핵 관련 군사기술 제공을 한국의 대러 레드라인으로 천명한다. 넷째, 러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전쟁 종료 후 건설적 관계 회복을 모색한다.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단층 국가는 외교·안보 및 경제의 다변화가 기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안보도 미국과의 동맹에만 편승하는 것은 위험하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한 핵억지력 확보에 더 하여 한미일 공조 + NATO, AUKUS 등 다변화된 포맷은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기술 중심 국가들과 산업·자원 중심 국가들과의 분리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이  군사력 및 외교력과 함께 금융과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여전히 압도하고 있지만 중국은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과 함께 일부 첨단산업에서 기술 돌파를 노리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와 함께 대체 시장을 찾는 노력이 중요해 졌다. 경제 다변화 차원에서 물론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핵심 광물의 수입 다변화일 것이다. 

또한 한 가지 덧붙인다면 우리의 인태전략에 동남아-인도-중앙아-튀르키예의 유라시아 축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인태전략에 인도와 동남아가 핵심인 것은 맞지만 이들 국가들이 중앙아와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물류와 경제협력이 하나의 회랑을 만들어 가고 있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이들 국가들이 자원도 많이 갖고 있어 한국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중요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